위험한 상황에서 어떤 사람이 나를 이해해 주고 내가 도움을 받았을 때의 기분을 아는가?
인터넷에 공유된 어떤 포스팅을 보며 문뜩 나의 과거의 한 에피소드가 생각난다.
내가 30대 초반이었을 때… 그 당시 나는 IBM 에 근무하였다.
내가 속한 팀은 CBX (Computerized
Branch Exchange) 라고 하는 ISDN (Integrated
Services Digital Network) 의 파일럿 기술을 개발하는 부서였는데, 그곳에서 나는 Jeff 라고 하는 흑인 동료를 만났다.
난 그친구랑 급격히 친해졌다. 난 왠지 흑인들이랑 잘 어울렸다. 그들은, 적어도 내가 느끼기엔, 마음이 단순헸고 착했고 숨기는게 없는듯 했다. 그리고 그들의 (인간적, 음악적) 정서가 나에게는 맞기도 했고.
제프와 나는 같이 출장도 가고 Lab 에 남아서 같이 일도 하고… 가끔 같이 LA 한인타운에 가서 육계장과 갈비찜을 먹기도 할 정도로 친해졌다.
한가지 그녀석의 흠이라면 ㅎㅎㅎ 좀 말하기 멋하지만… 이쁘고 날씬한 여자만 지나가면 .. 진짜 노.골.적. 으로 고개를 홱 돌려 쳐다보는 이상한 (?) 습성이 있어서 내가 당황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어떨땐 한술 더 떠서 회액~ 하며 휘파람까지 불어 제끼는데, 나는 챙피해서 모른척 떨어져서 재빨리 걸어 가는데, 슬쩍 뒤를 돌아보면 어느 틈엔가 제프가 그 여자랑 마치 오랫동안 알고지내던 친구인양 다정스레 웃으며 얘기를 나누고 있는 불가사이한 그 연애달랜트 (?) 에 놀란것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여자 꼬시는 (?) 건 저렇게 과감하게 해야 하나… 하고 나 나름대로 심각하게 생각해 보기도 하였다.
그때 우리 팀은 Brick 이라고 별명이 붙은 무선통신 연락기기를 가지고 다니며 팀원끼리 연락을 하곤했다.
생각해 보라… 그때가 30여년 훨씬 전 이었는데… 그때는 스마트 폰도 없었고.. 다른 지역의 사람들과 대화를 할 수 있는 방법은 전화를 하든지 아니면 무전기를 이용하는 방법 밖에 없던 시절이다.
그러나 그 당시 세계 기술의 상징이었던 IBM 의 우리 팀들은 Brick (벽돌같이 생겼다고 해서…) 이라는 첨단 통신 기기를 시용했었는데, 이 장비는 미국 어디서나 상방 대화가 가능한것은 물론, 기기를 통해 본부의 데이터베이스에 연결하여 여러 정보를 retrieve 할수도 있고, 파트도 오더 하고 트래킹 할 수 있고, 지금 우리가 자유롭게 하는 (그당시에는 혁신적인) 문자까지 할 수 있는 기능도 있었다.
제프와 나는 친했기 때문에 농담까지 스스럼 없이 하곤 했다.
어느날 퇴근 후 저녁 무렵… 출장 간 제프와 내가 브릭을 통해 (문자) 대화를 나누다가, 진한 농담이 시작되었고 제프가 나보고… 너희들 한국인들은 왜 눈이 그렇게 작냐~ 로 시작된 장난에.. 나는 너희들은 왜 그렇게 입술이 두껍냐~ 로 대응이 되었고… 재미난듯설전이 한동안 진행되었다.
다음날 회사로 가보니… HR 로 오라는 메시지가 와 있었다.
이상한 느낌이 들었지만 HR 로 갔다.
그곳에는 HR 메니저와 보안감찰부 메니저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결론적으로 말해 보자면 ㅎㅎㅎ IBM 에선 자체 (통신) 내부 감사를 random 하게 실시하는데 당연히 이 브릭 통신 메시지도 가끔 무작위로 capture 하곤 하는데 (난 그당시 몰랐음) … ㅎㅎㅎ.. 마침 내가 제프에게 “너희들은 왜 그렇게 입술이 두껍냐~” 라고 한 바로 그 쳇 대목이 … 캡쳐가 되어 버린 것이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미국 회사에선 성희롱과 인종차별의 언행은 즉시 해고 당한다.
내가 그 상황이 되어 버린 것이다.
앞이 까맣게 변하고 두려움이 닥쳤다. 내가 미국까지 유학와서 열심히 공부해서 감사하게도 많은 지원자들을 재치고 IBM 에 입사를 하여 동료들도 부러워 하는 최신 기술팀에서 잘 근무하고 있는데… 이게 왠 날벼락이란 말인가 등등.. 별의별 생각을 다 해 보았다.
나름대로 변명을 해 보았다.
이것은 단순히 친한 동료들간의 농담이다. 그리고 가능하면 그 쳇 로그를 한번 첵업 해보라… 제프도 나에게 같은 농담을 했다… 그것도 먼저… 등등 변명을 했지만, 일단 캡쳐된 부분이 잇슈가 되기 때문에.. 곧 제프랑 연락해서 그의 느낌과 의견을 듣고 참고로해서… 최종 결정을 하겠다… 라고 통보를 했다.
잘 모르실 분들이 많으실 것이다.
이때의 감정은.. 정말 세상이 무너지는듯한 느낌이다.
빡세게… 당연히 … 기도를 했다. ㅎㅎㅎ
제프에게 슬쩍 연락을 시도해 보았지만… 당연히… 나의 communication 은 일시 disable 되어 있었다.
일이 손 에 안 잡히던 점심 무렵… 회사 phone 으로 출장 간 제프에게서 전화가 왔다.
받자 마자 제프가 하는말.. “C’mon bro~ You owe me a big one!”
오 주여~
제프가 감찰원들에게 그날의 상황을 잘 설명해서… 그냥… 없던 일로… 된것이다.
그리고 그 다음에 안 사실이지만 그 감찰원이 그날의 dialogue 를 다 확인한 결과.. 그냥 단순한 동료들간의 농담섞인 대화였음… 이라고 결론을 내렸다는 것이다.
또 한번 빡센 감사의 기도를 드린것은 물론이다.
무지 무지 .. 소중한.. 교훈을 나는 그날 .. 얻은 것이다. 말 한마디에 나의 career 가 사라질뻔했던 사건이었다.
만일 제프가 그때 조금이라도 (나의 농담에) 나쁜 감정을 느꼈었다고 … 얘기 했었어도..나는 즉시로 Fire 당했을 상황이었다. Oh My God!
이틀 후 제프가 출장을 마치고 돌아왔고, 나는 그를 모시고 (?) 그가 잘 먹는 육계장을 마치 왕에게 바치는 수라상 처럼.. LA 한인타운의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 극진히 대접하였다.
모든 일은 즉시 효과를 보는게 아니다.
효과를 보기 위해선, 열매를 맺기 위해선, 그 전에 물밑작업이 필요하다. 그전에 시간과노력이 필요하다.
내가 누구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해서, 그 즉시 그가 나를 믿고 나를 위해서 도움을 줄 확률은 … 무척 희박하다.
오랫동안 우정을 쌓고 오랫동안 대화를 나누어 신뢰를 쌓아 놓아야만, 어려울때 더 이상 설명과 변명을 하지 않아도, 그 사람들은 나를 도와 줄 것이다.
쌓은대로 거두는 법이다. 쌓지 않고 거두는 법은 없다.
베드로 전서 3장 13절에 “또 너희가 열심으로 선을 행하면 누가 너희를 해하리요”라는 귀중한 말씀이 나온다.
우리 크리스챤들이 두루두루 나의 이웃과 나의 동료들에게 선을 쌓아야 하는 이유가 될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나는 크리스찬으로서 가장 중요한 한가지를 들라면,
울고 불고 기도 하는것도 좋고,
박수치며 그리고 손을 들고 열정적으로 찬양하는것도 좋고,
눈보라 맞으며 새벽기도 나가는 것도 좋고,
철야 기도로 밤을 새는것도 좋고,
교회를 위하여 큰 헌금하는것도 좋고, 사업 정리하고 선교 나가는것도 좋지만,
그저 우리의 주위에 있는 가족들, 친구들, 이웃들 그리고 거리에서 만나는 모르는 사람들에게 …
화난 듯한 인상 쓰지 말고 웃으며 다가가고,
바쁜듯이 모른척 하지말고 기쁜듯이 어려움을 도와주고,
뒷전에서 눈치만 보지말고 적극적으로 이웃들과 어울려서 나의 선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적어도 내 생각으론) 가장 중요한 첫 걸음이 아닌가 생각 해 본다.
그리고…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요놈의 “입” … 재갈을 잘 물려야 한다!
모두들 합죽이가 됩시다… 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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