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로가 시무를 하다가 내규에 정해진 은퇴 나이가 되면 은퇴를 하게됩니다.
어떤 교회는 70살, 어떤 교회는 68살 그리고 어떤 교회는 65살에 은퇴시기를 정한 교회들도 많습니다.
예전과 달리 사회에서도 이 나이 기준이 점차 상한조절되고 있고, 미국에서는 매년 사회보장 헤택을 위한 은퇴 나이와 보험회사들이 정하는 보험금계산 기준나이가 조금씩 뒤로 미루어 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교회에서의 장로 은퇴 나이는 각 교회의 전통과 실정에 의해 잘 정해질 것이고, 오늘 제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은퇴후의 장로들에 관한 교회의 바램.기대.요구 그리고 장로들의 소신.생각에 관한 것입니다.
어떤 교회에선, 장로가 공식 은퇴를 한 다음에 오희려 더 ‘왕성’하게 활동하는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게 과연 바람직한 모습일까요?
모두들 은퇴장로가 예전 못지않게 이곳 저곳에서 헌신적으로 활동하는것을 나쁜 시각으로 보지는 않을것입니다. 왜냐하면 기본적으로 열심히 헌신하는것 자체는 미덕이기 때문입니다. 일을 하겠다는데 그것을 말릴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어조가 누구와 비슷하네요~) 좋다고 모든게 좋은것은 아닙니다.
사회의 예를 들어 봅니다. 내가 회사에서 정년 퇴직을 한 후에도 계속 내가 일했던 부서에 나가서 서성 거린다면, 내가 군대에서 제대를 한 후에도 계속 그 부대에 나와서 고참 흉내를 낸다면, 내가 사업을 접은 후에도 계속 협력회사를 찾아가서 이것 저것 간섭을 한다면… 사람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비추어지게 될까요?
은퇴는 은퇴입니다.
모든것을 놓는 것입니다.
능력이 남아 돌아가도 놓는것입니다.
하고 싶어도 놓는것입니다. 할 말이 있어도 놓는 것입니다.
그렇게 해야 할 이유가 분명히 있기 때문입니다.
당사자를 위한 이유도 있지만 한걸음 더 나아가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 모든것을 놓는 시기가 바로 은퇴입니다. 다른 사람들이 잘 하든 말든, 시간이 걸리든 말든, 맘에 들든 안 들든, 이제 은퇴자는 은퇴하고 모든것을 놓아야 합니다. 그래야 다른 후배들이 살 수 있습니다.
교회는 다르다고 말씀들 하시는데 뭐가 다릅니까?
자주 사용하는, 죽을때 까지 헌신 하라는 말은 지극히 개인차원에서의 신앙의 태도를 말하는것입니다. 내가 이교회가든 저교회 가든 나의 신앙이 변하지 않고 하나님이 부르실때까지 순종하는 삶을 사는것은, 내가 마땅히 지켜야할기본적인 신앙의 기반입니다.
그런데 이 말을 올무처럼 엮어서 은퇴한 후에도 교회서 필요하면, 예전하던 그대로, 하던 일 똑같이 하고, 부르면 가고, 하라면 해야 한다면 왜 ‘은퇴’라는 것이 있습니까?
예를 들어, 은퇴하기 전까지 거의 매일 교회 plumbing 고치고 창고 수리하던 장로, 은퇴전까지 성가대 지휘하던 장로, 은퇴전까지 재정관리가지고 씨름하던 장로 … 이제는 손을 놓고 쉬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누가 못쉬게 했냐고 한다면, 그러면 왜 은퇴 후에도 교회 화장실 고장나면 은퇴장로 부르고, 지휘자 집사 휴가가면 은퇴장로 부르고, 교회계좌 문제 생기면 은퇴장로 부르는것이니까?
이것은 이제 다른 사람들이 해결해야 할 몫입니다. 언제까지 죽을때까지 한교회 헌신 강조하며 은퇴한 장로들 부릅니까. 은퇴장로들은 ‘시무’를 떠나 일반성도로서 자리에 앉아 이제는 편안히 예배를 드릴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은퇴목사만큼은 아니겠지만, 은퇴장로들이 교회에 버티고 있으면, 담임목사도 그들을 의식하게 되고, 꼭 뭐라도 개입을 시켜드려야 예의에 맞는것 같고 (마치 예의상 은퇴목사 설교 시간 할애하듯), 한 두번 그렇게 하게 되면 더 이상 안하기도 어색하고, 이게 이상하게 돌아가게 됩니다. 도대체 은퇴는 왜 하는건지.
더 큰 문제는, 은퇴장로들이 이곳 저곳 입김을 뿌리고 간섭을 하게 되면, ‘구관이 명관이네’ 라는 말이 분명히 나오게 됩니다. 왜냐하면 한 평생을 자기분야에서 헌신한 장로들 보다 후배장로들이 훨씬 나을 이유는 초창기에선 거의 빈약하게 때문입니다. 이 이유땜에 다시 은퇴장로의 ‘자문’을 구하게 되는데, 바로 이 이유땜에라도 은퇴장로들은 100% 손을 놓아야 하는것입니다.
죽이되든 밥이되든 모든 공식사역과 활동에서 손을 놓고 그냥 개인신앙에만 충실하여야 합니다.
나 아니면 교회 일이 안돼라는 망상은 은퇴와 동시에 지워버리고, 니네들이 나 은퇴하니까 거들떠 보지도 않는구나라는 오집 또한 없애야 합니다.
그냥 실실~ 못했던 여행도 다니시고 부부끼리 좋은 시간도 가지시고 여유롭게 은퇴생활을 즐기시기 바랍니다. 이건 정말 보기가 좋습니다. 열심히 헌신하고 은퇴하면, 나도 저런 행복한 시간이 생길 수 있구나 라는 좋은 이미지와Motivation을 후배들에게 심어줄 수도 있는데, 이것은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귀한 mental asset 이 되는 것입니다.
여행 도중, 우리교회 우리 예배에 내가 반드시 출석해야해… 내가 자리를 비우면 Never 안돼… 라는 교회 중흥의 역사적 사명감으로 새벽열차나 비행기 부리나케 타고 교회에 나오실 필요…. 전혀 없이, 여행가신 바로 그곳에서 … 주일 예배 보시면, 여유도 있고 시아도 넓어지시고, 그 교회에서도 새 방문객을 보아 기뻐하게 되는, 은퇴의 기쁜 섭리(?)가 일어나게 됨을 기억하시면 좋겠습니다.
장로들이여.. 은퇴와 동시에 놓읍시다! 내가 놓으면 남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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