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로로서 장로 얘기를 한번 해 보려 합니다.
교회에는 많은 장로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장로들의 스타일과 타입도 다양합니다.
어떤 장로는 근엄하고 어떤 장로는 온화하고 어떤 장로는 보수적이고 어떤 장로는 개방적이고… 어떤 장로는 농담을 잘하고 어떤 장로는 지식이 해박하고 어떤 장로는 큰 테크 사업을 하고 어떤 장로는 구둣방을 하고… 어떤 장로는 골프핸디가 싱글이고 어떤 장로는 섹소폰을 기막히게 불고… 등등
그러나 오늘 제가 얘기하려고 하는 주제는 이런 분야의 다양성이 아니라,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는 은사에 관한 것입니다. 그리고 어떤 은사가 (제 개인적인 생각엔) 교회생활에서 성도들에게 가장 “유용”하게 그리고 “효과적”으로 쓰이는가에 관한 것입니다.
일단 열거를 한번 해 봅니다.
성경지식이 해박하여 성경공부를 잘 인도하는 장로가 있습니다. 이 얼마나 훌륭한 은사입니까. 이 성경공부를 통해 성도들의 영성과 교회의 영적 수준이 많이 향상될 것입니다.
찬양 전문가 장로가 있습니다. 자신의 음악적 백그라운드를 바탕으로 찬양과 지휘등을 통해 교회음악과 성도들의 찬양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끼칩니다.
그런가하면 시냇물이 흘러가듯 술술술 그리고 시원하게 그리고 때로는 강력하게 기도를 잘 하는 장로가 있습니다. 많은 성도들이 그의 기도에 은혜를 받고 그의 기도 받기를 원합니다.
재정적으로 막강한 장로가 있습니다. 교회가 어려우면 자진하여 헌물하고 교회 기관과 행사를 도우며 든든한 교회의 디딤돌이 됩니다.
손만 운직이면 뭐든 고쳐내는 관리.보수에 신의 경지에 다달은 장로가 있습니다. 이분이 있기에 겨울철에 오들오들 떨거나 여름철에 땀을 닦으며 예배를 볼 필요가 없게 됩니다.
드물지만 부엌일에 이분이 빠지면 출석교인 반이 준다는 기막힌 요리솜씨를 자랑하는 장로도 있습니다. 주일 예배의 백미라는 (제 말은 아닙니다~) 점심친교 시간이 이분이 있기에 즐겁게 됩니다.
그리고 모든 장로가 원하지는 않지만 (?) 궂은일만 골라서 하시는 dirty job 전문가 장로가 있습니다. 이분이 흥얼흥얼 콧노래 부르며 화장실 바닦 청소하는것을 성도들이 본다면 감동하지 않을 성도가 없을 정도로 은혜(?) 가 되는 장로입니다.
여하튼 여러 분야에 탈란트 가지신 장로들이 있기에 교회 운영이 도움이 되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그런데 제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장로가 있습니다. 이분은 성경지식이 해박한 것도 아니요, 찬양과 기도를 잘하는것도 아니요, 배운것도 별로 없고 가진것도 별로 없고, 솟뚜껑 만진적도 없고 고장난 전구 교환 조차도 잘 하지 못합니다.
그런데 이 장로가 교인을 만나면, 망아지처럼 날뛰던 교인도, 기차화통같이 소리지르던 교인도, 당장 짐싸고 교회 침 뱉고 나가려던 교인도, 억울하다고 눈물흘리며 시험에 들었던 교인도… 정말 기적같이 되돌리는 신비한 달란트가 있습니다.
그래서 외모도 왜소하고 사회적 신분도 별 볼일 없는 이 장로에게 성도들이 찾아 가는 것입니다. 그리고 위로를받습니다. 위안을 받습니다.
제가 실지로 이런 장로님을 장로님으로 모신적이 있습니다.
자동차 수리상을 하시는 김XX 장로님이셨는데, 키도 자그만 하시고 촌부같이 생기셨고 말도 어눌하게 하십니다. 도무지 배울만한 것이 없다고 느껴지는데 그분과 대화를 나누면 마음이 안정이 되고 생각이 정리가 되고 은은한 위안을 받게 되는 것입니다.
아마 그 누구도 이분의 영향력을 기록하고 분석해 보지는 않았겠지만, 이분으로 인하여 교회를 떠나려던 성도들이 마음을 바꾸고, 성이 차서 북북되던 청년들이 순한 양이 되어 버리고 불평불만 볼맨 집사들의 태도가 변하게 됨으로서 교회에 덕과 이득을 끼친 것이 아마도 성경공부 잘 시키고 기도 잘하고 찬송 잘 인도하고 고장난곳 잘 고치고 김치 잘 담그고 헌물 많이한 장로들의 공헌보다 더하면 더했지 모지라지는 않았을 거라고 생각이되는 것입니다.
그런것 있잖습니까.
카리스마와 능력으로 무장한 리더를 볼때 솟구치는 아드레날린.. 그러나 그런것이 온화한 손길과 부르러운 음성으로 나를 위로해 주는 힘없이 보이는 아버지 보다 절대적으로 낫다고는 할 수 없는… 그런 묘한 감정 말입니다.
바벨탑처럼 높히 올라가고 스타디움을 채일 수 있는 수많은 성도들을 가진 능력의 교회들, 동서양을 비행기로 홍길동처럼 활약하고 다니시는 카리스마가 철철 넘치는 목사님들, 막강한 시스템과 프로그램으로 연예 프로덕션 이상의 엔터테인먼트 의 진수를 보이는 엘리트 전문가들로 구성된 교회 미디어 사역… 이 얼마나 화려하고 막강하고 강력하고 매력적인 파워란 말입니까.
그런데도 우리는 가끔, 우리 집 보다도 더 작은 에배당에서 울리는 새벽종 소리와, 오래된 찬송가 선율과, 삶에 찌든 복장으로 고개를 떨군 성도들과, 소망을 가지고 손을 모아 기도하는 목회자들과, 그곳에 모여 예배드리는 힘 없어 보이는 그분들의 모습에서, 오히려 더 강력한 은혜를 체험할때가 있지 않습니까?
낮아 질수록 은혜가 보입니다. 약해 질수록 은혜가 충만합니다.
다시 장로 얘기로 돌아가서 끝을 맺습니다.
장로들이 가진 탈란트들이 많이 있습니다. 다 필요하고 좋습니다. 그러나 위로의 달란트 가지신 장로님들.. 귀하신 분들입니다. 적어도 제 생각엔.
그분들의 보이지 않는 손길이 있기에 교회의 상처가 치유 받습니다. 그리고 그 치유는 비밀스럽게 이루어 지고 있습니다.
오늘부터 그 분들을 (반드시 장로만은 아니지요) 눈 여겨 보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