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가대 지휘를 하다보면 참 재미난 일들이 많이 생깁니다.
성가대원들을 굳이 재미삼아 분류를 해 본다면 저는 다음 세가지
그룹으로 나눌수 있겠습니다. 첫째 그룹은 반드시 있어야 할 대원들.
둘째는 있음으로 인해 어느정도 전체 소리에 도움은 되나 일반적으로 있으나 없으나
별 지장이 없는 대원들. 셋째는 .. 말하기
좀 뭣하지만.. 없으신게 도움(?) 이
되는 대원들 입니다. 신기하게도 대부분 경우, 대원들은 자신이 어느 그룹에
속한지 잘 알고 있습니다. 첫째 그룹의 대원들은 암암리에 음악적인 자긍심과
개인적인 의무감이 충만한 대원들이고, 둘째 그룹은 딸리는 (?) 음악적 역량을 신앙적 헌신과
변함없는 봉사감으로 성실히 매꾸어 나가려는 대원들이고,
셋째 그룹은 .. UFO 같은 신비스런 (?) 대원들입니다.
그런데 제 경험으로 볼때 이 세번째 그룹의 대원들이 생존(?) 해 나가는데는 그들만의
특별한
노.하우가 있다는 것입니다. 이들은 그 어느누구도
흉내낼수 없는 립.싱크 (lip sync)
의 기술을 소유하고 있습니다. 경험 없는 지휘자라면 이들의 신기에 자칫 속을수도
있습니다. 자신 없는 소절에 도달하면 이들은 얼굴에 기묘한 감정을 듬뿍 넣음으로서
마치
카멜레온이 보호색을 만들어 내듯 성도들이 보기에 멋진 performance 를 창출해
냅니다.
그리고 소리는 거의 내지 않습니다. 이렇게 넘어 간다음 자신있는 반가운
(?) 소절이 나오면
소위말하는 오버 (over) 를 하게 되는데.. 바로 이것 때문에 그동안 감추어 놓았던 자신의 비밀이
들어나게 되는 것 입니다.
또한가지 신비스런 사실은, 이 분들은 옆에 누가 앉느냐에 따라 자신의 실력이 좌우된다는
사실 입니다. 한걸음 더 나아가 이분들은 성가대에 들어서는 동시에
한가지를 신속하게
파악 합니다. 그것은 다름아닌, 내 파트너
(항상 옆에 앉았던)가 있는가 없는가...하는
사실 입니다.
있다면 미소를 지으며 그 파트너 옆에 자연스레 앉게되지만.. 만일의 경우
.. 그 파트너가 안 보인다..
라는 불상사가 발생한다면 .. 그 날은 소위 말하는 죽쓰는 날이 될수도 있습니다.
아시겠지만 이분들은 사실상 악보를 보면서 노래를 하는게 아니라 옆사람의 음을 들으며 노래를
하고 있습니다. 지휘자 입장에서 보면 좋은 대원은 결코 아닙니다. 옆사람이 틀리면 똑같이 틀리게 됩니다.
옆사람이 크게 나가면 자신도 크게 나가고 옆사람이 주춤하면 자신도 주춤하게 됩니다.
실지로 이런 대원들에게 개인적으로 악보를 읽게 해보면 (피아노 반주와 함께)..
이제는 옆사람이 없으니까
자연스레 피아노음을 따라하는것을 보게 됩니다. 누구
(또는 피아노) 의 음을 듣고 노래하는 버릇이 습성이 되어
이제는 옆에 누가 없으면 초긴장 내지는 아예 소리를 안내는 단계에 까지 가는 분들도 있습니다.
한가지 더 지휘자를 괴롭게 (?) 하는 대원들은 <발음> 을 이상하게 하는 대원들입니다.
예전에 휴가 기간중 켄사스의 어느 조그마한 .. 주로 나이드신 분들이 대부분인
..어떤 교회에서 에배를 드린적이
있었는데 제가 놀란 것이 하나 있었습니다.
그날 회중이 부른 찬송가는 <믿는 사람 들은 군병 같으니>
였는데.. 저는 잠시 딴 생각하다가 무심코 들려오는
찬송가 가사에 깜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제가 듣기로는 분명히
<믿는 사람들은 굼뱅이 같으니> 라고
들렸기 ㄸㅒ문입니다. 누군가가 *군병* 을 *군뱅* 이라고 발음 하신 거죠.. 혹시 경상도 분? (죄송합니다).
아ㅁㅡㅎ든 이 가사의 발음도 (diction) 무척 중요한것인데 우리는 일반적으로
음정박자는 철저히 지키면서도
가사 발음에는 느긋한것이 사실 입니다.
또한 지휘를 하다보면 처음부터 끝까지 한번도 (?) 지휘자를 안 쳐다보고 악보만
죽으라고 쳐다보며 끝내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참 신비하신 분이죠. 왜냐면 지휘자의 템포 변화 내지는 강약조차도 전혀 쳐다보지 않고도
알수 있으니 말이죠. 사실... 초보자들은
지휘자를 잘 쳐다 봅니다. 자신이 없기때문에 지휘자라도 보면서
적어도 틀리지는 말아야 겠다는 갸륵한 (?) 생각때문인데.. 맞습니다! 그런데 조금 성가대 생활을 하신 분들 중에는
이제 어느정도 자신이 붙고 습관 (?) 이 생긴 덕에, 지휘자의 지시 없이도 무난하게 찬양을 할수 있다는 분이
있게 됩니다. 이런 분들때문에.. 지휘자가 찬양 중간에 갑자기 (큰 변화는 아닙니다만) 스타일을 바꾸고 싶어도
이분들이 틀릴까바 그냥 .. 소극적으로 지휘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찬양대원들이 지휘자를 따라와야지 지휘자가
찬양대원을 따라가게 되면 그 찬양은 테크니칼한 면에서 볼때 죽어있는 찬양이 될수도 있습니다.
음악의 생명중에 dynamics 라는 요소가 있는데, 이 역동적인 요소를 영적인 감흥과 그때 그때 잘 조화를 이루게 하는
지휘자 그리고 그 지휘자의 조그마한 변화까지도 감지하여 민감하게 반응할수 있는 성가대야 말로
최고의 성가대라고 생각이 듭니다.
그리하여 우리의 신비로운 대원님들의 협조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보는 것입니다.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 하십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