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철이란 코미디언이 클라식음악을 지휘한다는 사실을 다들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저도 관심을 가지고 보았습니다. 속된 말로 할것 다 하시더라구요. 주어야 할 싸인 다 주고정확한 박자 유지하고 표정도 진지하고 열정적이고 다이내믹하고.
만일 모르는 사람이 그가 지휘하는것을 보았다면 누가 그의 원 직업이 코미디언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지휘를 잘 하는것 같습니다. 그러나 분명히 전문 지휘자들이 본다면 많은 헛점들이 보일것입니다.
이와는 조금 다르지만 이미 세상을 떠난 빅토르 보르거 (Victor Borge) 라는 유명한 피아니스트겸 코미디언이 있습니다. 음악가 부부사이에서 덴마크에서 태어난 빅토르는 2살때부터 피아노를 배워 8살때 개인 리사이틀을 할 정도로 피아노 신동으로 알려 졌습니다. 2차 대전을 피해 미국으로 귀화하여 음악을 주제로 한 코메디 쑈를 통해 많은 팬을 가지고 있는 사람입니다.
김현철씨는 원래 코미디언인데 지휘를 하게 된 것이고, 빅토르는 원래 음악가 였는데 나중에 코미디언을 하게 된 케이스입니다. 빅토르는 코메디에 자신의 원래 재능인 음악을 가미하여 성공적인 공연을 하엿던 사람이고, 김현철씨는 음악에 자신의 원래 재능인 코메디를 가미하여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이분들을 보면서 “자기 분야에나 충실하지 왜 어설프게 딴 분야까지…” 라고 빈정되실 분들은 그리 많지 않으실겁니다. 오히려 그들의 재능과 열정에 찬사와 격려의 박수를 보내지않을까요. 더군다나 그들은 새로운 소재로 감동과 웃음을 선사할 수 있는 원래의 전문재능이 있기에 기존의 지휘나 기존의 코메디 보다 색다른 감동을 주는것이 아닌지 생각해 봅니다.
교회 성가대를 한번 생각해 봅니다.
교회가 어느 정도 성장을 하게되면 반드시 거쳐야 할 단계가 바로 “전문 지휘자” 영입입니다. 예를 들어 찬양대가 20여명 이하로 운영되고 있다가 교인숫자가 늘고 찬양대원이 5-60명 정도까지 되었다면, 담임목사는 반드시 이 단계를 생각하게 됩니다.
더군다나 찬양대 구성이 악기까지 포함하게 되는 상황이라면 더 더욱 전문지휘자의 필요성이 요구되는 것입니다. 전문지식이 있어야 보컬과 악기를 훈련 시킬 수 있고 연주 지휘를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 역시 이점 100% 동감합니다.
그런데 제가 달리 생각하는 면은, 이런 지휘자를 필요로 하는것이 ‘지휘’ 그 자체 때문만이 아니라 실제적으론 찬양대의 운영 (기획/훈련/연습) 측면의 이유 때문이라고 본다는것입니다.
단도직입적으로 얘기하여, 지휘는 흉내 낼 수 있으나, 훈련과 연습운영은 흉내 낼 수 없다..라는 것입니다.
김현철씨는 사실 지휘를 ‘연출’ 하는 것입니다. 그것은 자신이 말했듯이 “Conducting” 이 아니라 “Conducting Performance” 라는데서 명확합니다. 지휘를 ‘Perform’ 한다라는 말은 지휘를 ‘연출’ 한다, 즉 지휘를 ‘흉내’ 낸다… 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훈련과 연습은 절대 “흉내”를 낼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누구를 가르치거나 훈련시키려면 자신이 그 분야를 반드시 알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것까지 “흉내’를 내려 한다면 얼마 가지 않아 들통이 날것입니다. 찬양대원들도 십수년이상 찬양을 해온 사람들인데 지휘자라는 사람이 훈련시킬때 알고 시키는가 아니면 대충 흉내를 내는가는 확실히 구별해 낼 수 있는 내공이 있는 사람들입니다.
솔직히 이 지휘라는것은, 훈련과 연습만 제대로 되었다면 왠만한 지휘의 기본 지식을 가진사람이라면 그런대로 수행할 수 있는 것입니다. 피아노가 정확히 반주로 받쳐주고 연습한 그대로 그 박자로 그 표현 그대로 나아간다면, 지휘자의 어설픈 지휘는 결과에 그다지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이 찬양대 지휘자의 임무는 (제 생각엔) 80% 이상이 연습이고 나머지가 지휘다 라고 저는 생각하는 것입니다.
만약, 주일 찬양 지휘를 김현철씨에게 맡긴다면, 모르긴 몰라도 제가 하는 지휘보다 몇배 낫게 멋지게 열정적으로 지휘할것이라는것에 저는 전혀 반대 의견이 없습니다.
그런데 과연 그가 찬양곡을 찬양대원에게 효과적으로 연습시킬 수 있느냐에 대해선 저는 100% 그렇지 못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교회음악 전문 지식이 없는 그가 어떻게 무엇을 훈련시킬지 모를것이 자명하기때문입니다.
제가 예전에 LA 에 있는 모 코랄의 총무로 있을때 기억입니다.
제가 존경하던 모 지휘자께서 정기 공연을 앞두고 독한 몸살감기에 걸리셨습니다. 마지막 총 리허설과 공연이 남겨짐 상황인데, 그분이 절대로 두가지 다 소화할 수 는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총연습을 시키시고 약드시고 쉬시든지, 총연습은 딴 사람에게 시키고 공연때 지휘를 하시든지 둘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저 같으면 당연히 연습은 부지휘자 시키면서 약먹고 조금이라도 회복하여 멋지게 지휘를 할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분은 연습은 자기가 기여히 시키고 공연지휘를 딴분에게 맡기셨습니다.
물론 대리 지휘하신 분께서 공연 후 지휘자를 무대위로 초청하여 사정을 청중에게 알리고 다시 박수를 받게는 하였지만, 그때의 제 생각으론 잘 이해가 안되었습니다. 어려운 연습은 자기가 시키고 박수 받는 지휘는 다른 사람에게 맡긴다? 이걸 이해 하는데는한참 걸렸습니다.
이 기억은, 연습때의 지휘자의 역할이 공연때의 지휘자의 역할 보다 오히려 더 큰것이 아닌가 하는 결론을 저에게 가져다 주었던 것입니다.
유명한 지휘자 번스타인이 20세 중반 시절, 뉴욕 필하모닉의 객원 지휘자였던 유명한 브루노 발터가 급환으로 쓰러지면서 대타로 졸지에 (?) 지휘를 함으로서 멋진 공연과 동시에 뉴욕타임즈지에 실리게 되는 행운을 안았는데, 과연 뉴욕 필하모닉이 번스타인때문에 그 공연을 성공적으로 치렀는지 아니면 평소 연습의 결과가 번스타인을 통해 비추어 졌는지… 여러분들의 판단에 맡기겠습니다.
아무튼 우리 모두가 겉으로 보이는 결과만 보지 말고 그 결과가 있기까지 반드시 필요한 연습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가졌으면 합니다. 또한 적어도 찬양대 지휘자라면 이 연습에 대한 중요성을 필히 공감하는 지휘자가 되기를 바라는 바입니다.
이런 연습만 확실히 된다면, 김현철씨를 초청하여 지휘를 맡기는 것도 매우 신선한 공연이 되지 않을까 믿어 의심치 않는 바입니다. 아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