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아이가 예전에 호신술에 대해 나에게 물어 온 적이 있다.
유튜브를 보니까 일반 여성들을 위한 호신술 동영상들이 꽤 있다. 어떤 동영상을 보니까 건장한 남자가 뒤에서껴안는데 여자가 옆으로 싸악~ 돌아 빠져 나오면서 남자의 급소를 가격하니까 남자가 꼬꾸라진다.
또 어떤 동영상에는 남자가 여자의 팔을 잡으니까 여자가 남자의 팔에 있는 급소를 꽉 누른 다음 관절을 이용해 남자 팔을 꺽고 빠져 나오는 장면도 있다.
결론부터 우선 얘기한다. It won’t work as shown!
이 동영상은 상술인지 홍보목적인지는 몰라도 너무나 많은 가정 (assumption) 을 하고 있다.
예를 들면, 여자가 남자 신체에 있는 ‘급소’의 위치를 정확히 알고 있다. 그리고 여자가 그 짧디 짧은 찰나에 침착하게 그 급소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고 힘있게 누룬다. 이러는 사이 남자는 협조 (?) 하는 마음으로 그냥 가만히 지켜 보고 있다. 또한 여자가 남자의 관절을 꺽을때 강하게 힘을 쓸 수 있고, 이런 가운데 남자는 여자가 자기 관절을 꺽으려 할때 역시 협조 (?) 하는 마음으로 가만히 내버려 둬야한다.
그런데 실지 상황에서 이렇게 ‘협조’하는 치한이나 강도를 본 적이 있는가?
일반적으로 (일반적이라고 강조한다) 얘기해서 신체적인 방법으로 일반 여자가 일반 남자를 저항하고 제압하기는, 불가능은 아닐지라도, 무척 힘이 들것이다. 더우기 이런 상황에선 치한의 목적은 강압적인 물리 행사를 통한 목적 달성이므로, 쉽사리 호락호락 빈틈을 보일리도 없다. 그러므로 십수년 이상 무술이나 호신술을 수련한고단자 여성이 아니고 일반 여성이라면 호신술의 기술을 단 기간내에 많이 연습했다고 해도 실상황에서 적용하기는 무척 어렵다고 말 할 수 있다.
한가지 비근한 예를 들어 본다.
얼마전 태극권의 고수 그리고 영춘권의 고수, 그리고 지금까지 200대 0의 승부를 자랑한다는 (순 사기꾼 할배) 나이가 꽤 드신 중국 무술원로께서,
MMA 수련자와 시합을 했는데 모두들 ‘철사장’ 같은 강력한 손 기술이나 ‘무영각’ 같은 빠른 발차기 한번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눈탱이가 밤탱이가 되도록 쥐어 터져 일어 나지도 못하는 웃기는 장면들이 동영상에 즐비하다.
이에 자신이 실지로 무술을 연마하고 태극권 홍보를 위해 무술 영화에 까지 출연하여 이연걸, 견자단 그리고 홍금보등과 열연까지 한 알리바바 마원 회장이 뿔다구가 나서 MMA 를 이길 태극권 고수들을 찾아 보았지만, 망신 당하기 싫어서 인지 상금이 적어서 인지 아직까지 도전자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한다. ㅎㅎㅎ
이게 왜 그런가?
무술은 사실 강하지만 일종의 암묵적이고 배려적인 룰이 있다. 이말은 내가 무지막지 무대뽀로 상대를 향해 돌진하고 개 싸움처럼 디리따 주먹과 발을 휘두루는게 아니고, 무술의 한 두 수를 펼친 다음에는 잠시 뒤로 후퇴하여 전력 (?)을 가다듬고, 상대가 물러 나면 어느 정도 공간과 재충전의 기회를 허용하며, 다시 대결 태세를 갖추는등… 일종의 스포츠맨쉽 룰이 있기 때문에, 결국 룰 안에서 펼치는 ‘기술’ 퍼포먼스가 되는 셈이다.
그러나 MMA 나 거리 싸움은 그 목적이 싸우는거다. 싸우는데 먼 거리를 두고 배려를 하고 폼을 잡고 여유를 허락 하는가.. 그냥 기회를 포착하면 돌진하여 상대를 떄려 눕히는 것이 그 목적이다.
그러니 아무리 무술을 4-5십년 연마해도 권투나 MMA 3-4년 한 사람에게 꼼짝없이 당하게 마련이다.
실지로 나는 한국에서 군대 있을때 (그때는 신병이 오면 집합시켜 ‘신고식’을 하곤 했다).. 어느 태권도 4단 사범이었다는 중간 고참 윤상병이, 사회에서 깡패하다 들어 온 신참과 계급장 뗴고 한판 하는것을 보았다 (최고 고참이 장난삼아 시킨거다).
초반에는 갖은 폼을 다 잡고, 옆차기 찍기 이단 옆차기 돌려 차기 등등 화려하게 선을 보이던 고참이, 어느 틈에 바짝 다가온 신참의 원투 스트레이트와 훅에 말 그대로 개구리 처럼 나가떨어져 기절한 그 장면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이 처럼 실전은 다르다.
마찬가지로 여자들이 호신술 하며 몇달을 배워도, 실지 상황에서 여자의 손과 발이 침착하게 훈련받은 대로 움직일까도 의문이지만, 맹수처럼 달려 드는 괴한의 습격을 쉽사리 물리 칠 수 있다는 것은, 내 생각엔 거의 불가능한 쪽이 아닐까 생각한다.
차라리 큰 소리로 도움을 구하는 소리를 친다든지, 호르라기를 분다든지, 페퍼 스프레이를 뿌린다든지, 전기 충격기를 쓴다든지 하는방법이 훨씬 효과적일 것이다.
곰이 다가 올때 소리를 지르고 손과 발을 휘젓고 막대기로 딱딱 소리를 내면 곰이 뒷걸음질 치며 돌아 가는것은, 곰이 그런것을 물리적으로 무서워해서 그런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런 인간의 행동들이 ‘귀찮으니까’ 사라져주는 것 처럼, 소리지르고 호르라기 불고 페퍼포그 보이고 하는것이 괴한들에겐 어쩌면 성가신, Not worth
trying 한 것으로 여겨질 수도 있기에 더 효과적인 치한 퇴치 방법이 될 수 도 있다는 것이다.
차 도둑들이 뒷 트렁크를 커버로 가린 차나, 틴팅을 한 차나, 알람 시스템 로고가 붙은 차 보다는 그런 저런 거추장 스런 방해물이 없는 차를 선호하는것은, 어떤 차든 맘만 먹으면 유리창을 깨거나 도어락을 열거나 하는것이 어렵지는 않겠지만, 이런 방해물이 없는 차가 즐비하니 더 쉬운 대상을 찾기 떄문이라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런데 물론 여자라도, 브라질의 거인 여자 격투기 선수,
MMA 에서 무패를 자랑하는, 가비 가르시아라면 문제가 달라진다. ㅎㅎㅎ
그녀는 182센티 (6피트 2인치) 키에 몸무게가 235 파운드 (107 킬로) 다. 이정도면 덤빌 남자도 별로 없겠지만, 달려 들어도 졸지에 기절 당할 것이다. 이런 여자라면 뭐 호신술을 배울 필요가 없을것이다.
그러나 일반 여성이라면 괜히 돈 시간 없애며 먹히지도 않을 호신술 배운다고 하지 말고, 건강과 체력증진하는 운동을 하면서, 효과적인 치한 퇴치 도구들을 쓰는것이 훨씬 더 smart 한 방법이 아닐까 생각 해 본다.
동영상으로 보는 호신술 기술들이 생각하듯이 그리 쉽게 먹히는것이 아니라는것을 알았으면 한다.
그리고 내가 예전에 무술께나 했다고 해서 나이 들어도 통할거라는 생각도 하지 말아야 한다.
수년전에 LA 모 신문에 난 실지 기사다. 수십년간 태권도장 운영으로 성공한 어느 원로 태권도 관장님께서 (공인 9단이라고 한다) 어느 날 한국방문을 하셨단다.
친구들과 만나서 저녁하고 한잔 하시고 집 아파트쪽으로 걸어 가는데, 비명 소리와 함께 두명의 남자가 한 여자를 희롱하는 장면이 들어 왔다고 한다.
원래 이런거 못 참는 그 관장께서 큰 소리 치며 다가 가니까, 이 깡패들이 순간 당황하며 도망가더라는 것이다. 도망가니까 본능적으로 쫓아 갔는데 막다른 골목에서 깡패들이 왠 노인네가 따라 오니까 기가 막혀서 다가 오더라는 것이다.
싸움이 결국 붙었는데, 옛 생각 (?) 만 한 이 관장님은 근 십여년간 비지니스 운영만 하시고 연습 (?)을 안 하신 탓에 .. 아예 발이 안 올라 가더라는 얘기다.
그런데 썩어도 준치라고, 왕년의 솜씨로 어찌 어찌 하여 두 남자를 제압하니 도망가더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왕년 생각하고 덤비다간 큰 코 다친다고 했다고 한다.
마찬가지로 호신술 배웠다고 그게 다 먹힐것 같이 생각하지 말고, 안전하게 그리고 실제적으로 효과적인 방지책을 쓰는것이 훨씬 현명할 것으로 생각된다.
내가 왜 호신술 얘기 하는지 모르겠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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