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칼럼

Page Title Facebook 커뮤니티에 연재된 스티브의 페이스북 칼럼입니다. 생활속의 다양한 주제에 대해 개인의 생각과 의견을 모았습니다.
제목Facebook 칼럼 (274) – 데이빗을 생각하며 …2024-07-02 13:42
작성자 Level 10
첨부파일David1.jpg (102.8KB)David2.jpg (95.7KB)

오늘 PC 폴더를 정리하다가… 우연히 사진 몇장이 눈에 띄였다.

 

몇년 전 사진인가?

그리고 David 이라는 클라스 메이트의 모습이 눈에 들어 온다.

 

꽤 오래전 일이다.

매주 금요일 오후마다 …내가 살던 집에서 남쪽으로 90마일 정도 떨어진  Colorado Springs 에 있는 모 신학교 콜로라도 분교 클라스룸까지 왕래를 한 적이 있다.

 

처음에는 Distant Learning 이라고 하여 6 과목 까지는 집에서 원격수업으로 들을 수 있었지만그 다음 과목들을 택하려면 본교가 있는 LA  페사디나 캠퍼스에서만 강의가 가능했다.

 

그런데 내가 가족과 직장을 떠나 LA  (나는 원했지만갈 수는 없었다.

 

직장다니면서 Remote 강의를 들을 수는 있지만 생계를 팽게 (?) 치고 나 혼자 공부한답시고 LA로 가기엔 현실이 허락하질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카운셀러와 면담을 해 보니… 콜로라도 스프링스에  모든 과목이 offer 되지는 않지만 Semester 별로 교수들이 주말마다 번갈아 콜로라도로 날아와서 몇 과목씩 강의하는 Intensive 프로그램이 Available 하다는 것이다.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골든.게이트 신학교와 같이 공동으로 한 건물을 리스하여 강의실을 만들고 분교 기능을 Share 하고 있는데… 그 프로그램이 이미 시작되었다고 했다.

 

그래서 매주 2-3 과목의 Intensive 강의를 금요일 저녁 6시부터 10시까지  그리고 다음 날 토요일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 까지 듣고 토요일 저녁에 한시간 반 운전하여 집으로 돌아가던 적이 있었다.

 

첫 강의 때… 클라스에 약 16명 가량이 모였는데 자기 소개가 있었다.

 

사실 젊은 나이에 신학을 하려는 학생들은 거의 대부분 본교 캠퍼스에서 정식으로 공부를 시작한다.

 

그러나 나같이 전공분야가 따로 있고 가정과 자녀들이 있고 직장이 있는 사람들 가운데 (갑자기든 계획적이든신학공부를 해 보고 싶은 사람들은… 쉽사리 모든 걸 포기하고 Full Time 으로 본교 캠퍼스에서 정식으로 학업을 시작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그날 그 클라스에 모인 16명의 소개를 들어 보니… 이미 콜로라도에서 목회를 하고 있는 목사들이 여러명… 청년부 목사 (미국교회는 전도사라는 직함이 없다들이 여러명… 그리고 Focus on the Family 를 포함한 미션기관 사역자들 서너명.. 등을 빼고는  딸랑 2 (나랑 미국친구만이 소위 말하는 Lay Person 즉 평신도 학생 신분이었다.

 

그 친구의 이름은 David 였는데… 나보다는 나이가 어렸고 (30 대 후반?) IT Security 전문가로 직장 생활을 하고 있는 친구였다.

 

나랑 전문분야도 비슷하고 해서 데이빗과 나는 금방 친해질 수 있었다.

 

오로라 시 조금 서쪽에 위치한 남침례교 소속 제법 큰 교회에서 음향/사운드 Staff중 한명이며 성경공부도 가르치고 찬양팀에서 베시스 주자로도 헌신하고 있던 중… 무언가 깊이있고 체계적인 신학공부를 하고 싶은 마음에… 여기 저기 알아보던 중… 이곳을 택하였다고 했다.

 

첫 시간에  왜 신학공부를 하려는가… 라는 질문에 답하는몇몇 학생 (?) 들의 답변에  나는 (속으로무척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아마… 이것이 (일부미국목사들와 한국 목사들과의 차이점도 될 수도 있겠지만 .. 아니면 차라리 솔찍한 답변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어떤 학생들은 For better career path .. Advance degree is required for senior level job opportunity” …라며 <직업적인 이유를 첫번째로 들었다.

 

따지고 보면  틀린 말은 아닌듯 싶지만  영적인 Cause 보다는 직업적인 Option 을 거침없이 내미는 그들에게서 조금은 이질감을 느꼈다.

 

적어도 첫 클라스의 첫 소개 시간에  왜 신학을 공부하려는가에 대한 질문에 대한 대답치고는 말이다ㅎㅎㅎ

 

토요일은 12시부터 1시까지 점심시간이다.

 

다 같이 우루루 몰려서 10분거리에 떨어진 브리또와 타코 잘 하는 맥시컨 레스토랑에 가서 점심을 먹는데… (역시나젊은 목사 학생들은 맥주를 시켜 반주삼아 자연스레 마시는 것을 보며… 아 이것은 영성과는 관계없는 <문화>적 차이구나 라는 것도 느끼게 되었다.

 

나도 미국 문화에는 거의 이질감이 없고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그동안 나는 평신도 (미국인교인들이 맥주마시고 담배피고 하는 것은 무척 많이 보아 왔지만… 설마 목회를 하는 그들조차 서스럼 없이 그럴거라곤 미처 예상을 못했기에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오히려… ㅎㅎ 데이빗과 나같은 평신도가 더 경건한듯한 ㅎㅎㅎ 느낌을 받았으니 말이다.

 

초 겨울이었는데…  택한 과목의 <실습으로 내어주는…  미션 기관 리스트중에서 하나를 선택해서 반나절 (4시간 이상을 봉사하는 미션이 있었다.

 

자연적으로 데이빗과 나는 한 팀이 되어  덴버 다운타운에 위치한 Denver Rescue Mission 을 택했다.

 

눈이 펄펄 쏱아지던 새벽에 둘이서 그곳에 도착하여 (물론 그들 관계자들과 미리 연락하여 스케쥴을 짜고음식을 만들고 준비하고 테이블을 셋업한 다음… 아침 6시부터 주위에서 찾아오는 노숙자들에게  아침식사를 제공하는 미션이었다.

 

음식을 서브하는 동안  왠 낯선 동양인이 음식을 서브하는가…  의아해 (?) 생각하는 그들의 얼굴표정이 나에게도 동일하게   낯설게 느껴지기도 했다.

 

설거지와 정리 정돈을 다 끝내니까  토요일 오전 10시 정도가 되었다.

 

근처에서 커피나 한잔하고 헤어지자는 나의 제의에 데이빗이 OK 하여 근처 커피숍에 들어가서 커피를 마시며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게 되었다.

 

대뜸 나보고 .. 너는 나중에 목사가 되려고 하느냐… 라고 질문한다.

 

No No!

 

사실 내가 지원한 전공은 WTA (Worship, Theology and Art) 이다.

굳이 한국말로 바꿔 본다면  <예배사과정이라고나 할까.

 

Fuller 의 통계에 의하면 MA in WTA 를 전공하는 학생들은 대부분… 뮤지션들이거나 찬양/성가대 인도자들 .. 미디어/방송 계통 담당자들로서 .. 자신의 소명 분야를… 신학적 백그라운드로 무장하여보다 더 확실하고 체계적이고 전문적이고 영적인 능력을 통해소명을 감당하고자 하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이 나의 목표라고 얘기하니까… 데이빗은 .. 자기는 사춘기와 청소년 시절을 좌절과 분노와 절망과 실패의 연속으로 살았기에… 청소년을 위한 미션 목사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우리가 같이 공부하는 동안… 데이빗이 보여준 <언행일치>의 모습은 아직까지 나의 뇌리속에 귀감으로 남아있다.

 

그 친구는 진정한 Calling 을 받았다고 나는 생각한다.

 

커피숍에서 헤어질 때 그는 나에게 손을 잡고 기도를 하고 싶다고 했다.

 

물론 그렇게 하자고 했지만나는 주위의 눈치를 살피는 겁장이 양치기였다.

데이빗은 정말 다윗같이 양떼들 앞에서 거리낌없이 행군하는 장수와도 같았다.

 

그는 나와 같이 일어나서… 주위의 시선도 아랑곳 없이 나의 손을 꽉 잡고 뜨거운 기도를 해 주었다.

 

내가 그날 감명 받은 것은  그 기도의 내용이나 열기가 아니다.

그의 담대함…그의 한 곳만 바라보는 영적인 태도였다.

 

아마 그 친구 지금쯤은 목사님이 되어 훌륭한 미션목회를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런 나의 계획은… 내가 어느 가을날 보스톤에 있는 온라인 게임회사로 이직을 하면서 중단이 되고 말았다.

 

그 이후의… 일들은… 훗날 얘기할 기회가 있을지도.

 

그때의 데이빗과 Denver Rescue Mission 에서 찍은 사진을 보며… 그의 신앙을 닮기를 소망해 본다.

 

잘 있는가 David!

 

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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