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사람이라도 위기가 닥치면 천차만별의 다른 모습을 보인다.
분명한 것은 평상시에 침착하고 이성적이었다고 해서, 인생에 예측치 못한 Surprise 가 생겨도… 똑 같은 평상시의 모습으로 행동한다고는… 그 아무도 장담 못한다.
모든게 다 좋을땐 모두가 다 좋게~ 좋게~ 반응한다.
남편이 회사에서 잘 나가고, 아내의 비지니스가 날로 날로 번창하고, 자식들이 공부 잘해서 명문대 들어가고, 좋은 직장에 취직하고, 좋은 베필 만나 결혼하고, 손주들 쑥쑥 낳고, 골프 친지 얼마 안 되었는데 벌써 싱글 치게 되고, 교회에서도 인정받아 장로 피택도 되고 하면… 그 누구인들 화사한 미소와 따뜻한 손길로 주위 사람들을대하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ㅎㅎㅎ
그러나 바람이 한번 휘익~하고 불어 오면 사정은 달라진다.
내 코가 석자인데 딴 사람 신경 쓸 겨를이 없다.
생사가 앞에 달렸는데 그 누구 눈치보고 누구에게 예절지킬 여유가 없다.
맞는 말이다.
당신도 한번 당해봐라… 느긋하게 웃으며 넘길 수 있는지.
맞는 말이다.
예전에 어렸을때 기억에 또렷하게 남아있는 장면이 있다.
그때 나는 초등학교 3학년이었던 걸로 기억이 되는데, 바로 옆집에 살던 인자하고 항상 미소를 지으며 나에게 과자도 주곤하던 아주머니가 어느날 내가 학교에서 돌아 오는 바로 그 집 앞 도로 위에 댓자로 누워서 바락바락 소리를 지르며 콧물 눈물 흘리며 난동(?)을 부리고 있었다.
그분의 그런 모습에 나는 엄청 충격을 받았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아주머니의 남편이 바람이 나서 딴 여자랑 어디론가 도망 갔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 아주머니가 주위 사람 상관 안하고 예의니 뭐니 신경 안쓰고… 그냥 본능대로 울고 불고 하였던 거다.
내 친척중에 크게 사업을 벌렸다가 정말 쫄딱~ 망한 친척이 있다.
평시에 그렇게 이지적이고 속 마음 감추던 사촌 누나가, 집안에 여기저기 차압 빨간 딱지가 붙자, 그냥 미친듯이 울고 불고 하던 장면이 생각난다.
고등학교때 친구가 고향이 청주에서 조금 떨어진 촌 마을인데 그만 (?) 서울대 법대에 붙어 버렸다.
가문의 영광이요 마을의 기적인 셈이다.
그러자 평시에 말이 없었던 그 친구 아버지께서 마을에 소잡고 돼지잡고 잔치를 벌이며 덩실덩실 춤을 추던 모습이 생각난다.
나는
이런 사람들이 좋다~
기쁘면 그냥 덩실 덩실 춤추고… 슬프면 울고 불고 소리 지르고…
이런게 우리들의 본 모습이 아닌가?
Poker Face 를 한채… 너무나 냉정하게 … 너무나 느긋하게 .. 속 마음을 감추고 … 변치 않는 바위같이 덤덤한 반응을 보이는 그 분들이 … 더 정상적인 분들인가 의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장례식에 가선 그냥 같이 울어 줘야 맞는거다.
이 또한 다 지나 갑니다 … 하며 마치 모든 것을 다 초월한 사람같이 상대방을 달래듯 하는 그 “빈” 말은.. 그들 귀에 들어 가지 않는다.
그냥 손 붙잡고… 같이 한 바탕 … 울어 주면… 그게 큰 힘이 된다.
변호사 시험에 합격헸으면, 당장 아내에게 전화걸어서 방방뛰며 소리 지르고, 근사한 저녁 먹자고 선언해라.
그게, 아무런 내색 안하고, 이것 저것 다 생각한 다음, 아내에게 가장의 태연함을 보이는 것 처럼… 잠깐 합격 사실을 공유하는것 보다… 백배는 더 인간다운 모습일 것이다.
기쁨은 기쁨으로… 슬픔은 슬픔으로 맞 장구를 쳐줘야 된다.
기분이 꿀꿀하고 우울할때 모짜르트의 <터키 행진곡> 이나 드보라작의 <유모레스크> 같은 밝고경쾌한 곡 백날틀어놔 봐야… 그 효과는 정반대가 된다.
이럴땐 챠이코프스키의 <비창> 이나 바버의 <현을 위한 아다지오> 같은 슬프고 음울한 곡이 제격이다.
그 반대로 해야 될것 같지만 사실은, 슬플땐 슬픈 노래, 기쁠땐 기쁜 노래로 가야 어울린다.
마찬가지로 슬픈 사람에겐 슬프게 다듬어 주고, 기쁜 사람에겐 기쁘게 띄워줘야 한다.
옛날에 어느 여자가 20살이 되어 시집을 갔는데 그만 남편이 다음 해에 죽어 과부가 되었다.
밤낮 식음을 전폐하고 앞날을 걱정하며 한숨을 쉬고 있는 과부에게 많은 사람들이 찾아 와서… 이제 새 출발하면 되니까 힘을 내라고… 백날 얘기 해 봐도 소용이 없더라는 얘기다.
그런데 어느날.. 같은 마을에 사는 과부 할머니가 다녀간 후로는 그 과부색시가 달라 졌다고 한다.
그래서 그 과부 할머니가 먼 말을 했냐고 물었더니…
“이보게 색시… 나는 16살에 시잡와서 18살에 남편을 전쟁에서 잃고 지금까지 과부로 살아 왔다네”.. 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같은 처지의 할머니가 위로하는 말이 먹혔다는 말이다.
그러므로… 순리대로 하면 된다.
기쁘면 기쁘다고 표현해라.
기쁜데 뭘 감추고 애써 참는가?
방방 뛰고 잔치를 벌려라. 그게 인간답다.
슬프면 울어라.
먼 남자라고 울음만 참는다고 대장부가 되는가.
꺼억꺼억~ 울고 나면 시원해 진다.. 그러면 다시 기운 차리고 재 도전하면 되는거다.
기쁘나 슬프나 … 표정이 같은 사람을… 나는 경계한다.
법관 하시면 좋을 사람이다. ㅎㅎㅎ
인간답게 살자.
좋으면 좋다고 … 싫으면 싫다고 해야지… 술에 술탄듯 물에 물탄듯… 대체 쳐다만 봐도 어지러운 사람이 있다.
왜 그렇게 사는지 모르겠다.
무인도에서도 그렇게 사실 건지?
무인도에서는 본연의 자세로 (?) 울고 싶을때 울고, 웃고 싶을때 웃는다면… 당신은 주위를 살피는 속과 겉이 다른 사람이 되는 것이다.
이런 분들은 정치인이되면 아마도 성공 할 것이다. ㅎㅎㅎ
그 나머지 우리들은…. 그저 슬플때 울고, 기쁠때 웃는.. 평범한 정상인이 되었으면 한다.
그렇다고 내일부터… 그저 본능대로 하자는 얘기는 아니다.
무슨 말인지.. 알것이다.
이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