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힙합을 좋아한다.
그리고 힙합의 별미 (?) 라고 할 수 있는 랩도 좋아한다.
나는 힙합의 전문가는 아니지만, 힙합을 들으면 발라드나 롹이나 팝등의 노래를 들을때 와는 다른 묘한 ‘멋’을 느낀다.
여러 악기는 나름대로 특징과 멋과 매력이 있게 마련이다… 예를 들어 건반, 기타, 베이스, 드럼, 색소폰을 가지고 연주를 한다고 하자. 나는 개인적으로 베이스의 Line Flow 와 리듬이 무척 좋다.
다른 악기들이 멋이 없어서 그렇다는건 전혀 아니다. 모든 악기가 협연을 할때 그 음악적 원칙이라는게 당연히 있다. 그런데 이 베이스는 때론 그 원칙과는 별개로 “노는듯”한 느낌이 든다.
조금 다른 비유겠지만, 4부 혼성곡의 structure 를 관심을 가지고 살펴 보면, 소프라노, 앨토, 테너는 어느 정도 같은 (음낮이의)
pace 를 지켜 가는것을 보게 된다. 다시말해 멜로디 (소프라노) 가 고조되어 높아지면 거의 동일하게 다른 파트들도 높아 지는게… 상식 (?) 이다.
그런데 (항시 그런것은 아니지만) 특이하게도 베이스 파트는 멜로디가 올라갈때… ㅎㅎㅎ 오히려… 내려가는 progression 을 보이고 있다. 이것은 베이스 파트만의 매력이기도 하다… 라고 (나는) 생각한다.
원칙적으로 볼때, 밴드나 특히 교회 찬양팀 구성을 보면, 건반과 기타는 기본이다. 여기에다 꼭 한가지 악기를 더 Add 하는 기회가 생긴다면, 아마도 일반적으론 드럼을 집어 넣을것이다.
그렇게들 알고 있겠지만, 그러나 (내 생각엔) 베이스가 들어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드럼이 들어가면 전체적으로 다이내믹하고 힘이 있고 체계가 선듯 느껴진다.
그러나 베이스가 들어가면 직접적으로 크게 느껴지지는 않더라도 무언가 꽉 “찬” 느낌이 든다. 그리고 전체 음악에 무언가 “멋” 이 가미된다. 이것이 베이스의 매력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같은 맥락으로 나는 이 힙합뮤직 그리고 그중에서도 Slow 랩 혹은 (They say) ‘발라드’ 랩을 들을 때면 기분이 좋아진다. 노래를 통해 가사만 전달받는 것이 아닌 마치 일대 일로 대화를 하는듯한 느낌이다.
힙합 (Hip Hop) 은 말 그대로 엉덩이 (Hip) 를 들썩 (Hop) 거리게 만드는 음악이다.
뉴앙스에서도 느끼듯이 다분히 그 원조는 흑인들이다. 때론 그 당시 남미 푸에르토리코 청년들도 한 몫 했다는것이 정설이다.
엉덩이를 흔들고 들썩이려면, 떠오르는게 바로 Club 이다. 그렇다… 힙합의 본거지는 Club 이다.
롹 음악이 확장되니 우리는 음악에만 국한된 롹보다는 문화전반의 롹을 말하듯이, 이 힙합도 사실상 문화전반적 흐름이라고 할 수 있다.
1970년 후반부터 유행한 이 힙합은 클럽에서 댄스 장르로 시작되었는데, 중요한 요소중 하나는, Intro 나 Outro 나 중간 중간에 클럽의 MC 가 ‘개인기’를 발휘하는 부분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것이 음악에 맞추어 리듬과 비트를 타고 발전 되다 보니 힙합 장르속에서 체계를 갖춘 랩 (Rap) 의 원조이자 독립적 Performance 가 가능한 Rap 으로 파생되어 나가지 않았나 생각한다.
자 그런데.. 이렇게 내가 좋아하는 랩에 대해 한가지 … 불만이 있다.
왜.. 욕을 하느냐는… 것인데… 랩에 빠진 청소년들에겐 나의 이런 질문은 <꼰대> 들의 질문이 될 수도 있다. 랩을 잘 모르는 소치다. 욕은 랩의 빠질 수 없는 요소이다… 등등 열을 내며 공격을 당할 수 도 있다.
랩에 욕이 들어 간 것은… 초창기에도 가벼운 욕은 등장했었지만… 소위 말하는 갱스타 랩 (Gansta Rap) 이 나오고 부터가 그 전성기 (?) 가 되었다.
기술적으로 볼 때나, 특히 즉흥 랩을 할때는 이 <욕>의 적절한 사용과 배치는 랩퍼들에게 무척 편리한 쿠션 (즉흥적으로 만들어 내어야 할 다음 가사가 확정 될 때까지의 시간) 을 제공해 주는것은 물론, 억양이나 톤으로도 표현할 수 없는 어떤 강력하고 쇼킹한 메시지 전달에 … 이 <욕> 만큼이나 효과적인 요소는 없다는 것이.. 인정하기는 불편하나.. 사실이다.
마치 교회에서 대표기도를 할때, 다음 말이 생각 안 날때.. 많은 사람들이 “아버지”, “하나님 아버지”,
“오 주여” 등등의 (쓸데없는) 장식어를 많이 사용하듯이.
하기야 이런 장식어구를 잘 사용하면 … 시간도 벌 뿐 아니라… 어떨땐 꽤 Smooth 한 기도 효과를 나타내며 기도 잘 하는 사람으로 보이기도 하니까.
그래서 그런지, 이 랩에는 유난히 욕이 많이 사용된다.
이 욕은 리듬감을 주는 라임이나 플로우 (랩의 흐름을 조절하는 기술) 와 함께 랩의 중요한 요소에 포함된다.
그러면 욕 없는 랩… 욕 하지 않는 랩퍼들은 없는가?
당근 있다.
아시는 분은 알겠지만, 크리스천 래퍼중에 비와이 (Bewhy) 라는 사람이 있다.
나도 그의 곡을 많이 들어 보았는데, 욕이 없다. 그런데 부족한 느낌이 아니라 오히려 신선하고, 음악의 흐름과 별개인듯한 느낌의 기존 랩과는 달리 음악적인 영감이 두드러진 랩을 하고 있다.
어떤 래퍼는 (특히 외국의 레퍼) 시작하자 말자.. 욕으로 던진다. 그리고 욕으로 끝난다.
이게 정말 힙합장르의 랩인지 음악인지… 그냥 스트레스 표출 해프닝인지.. 분간이 안 간다.
한걸음 더 나가보면, 잘 아는 Standup
Comedy 라는게 있다.
미국에선 이게 엄청 유행이다. 왠만한 stage 에선 아예 스탠드업 코믹 들을 고정으로 출연시킨다.
그런데 이걸 들어 보자면, 역시 시작부터 끝까지 욕이다. 욕 투성이다. 정말 듣기가 민망하다. 그런데 청중들은 그것을 좋아하는듯 하다. 욕이 나오면 박수가 터진다. 잠깐 할 말 없거나 어색한 타이밍에선 그냥 툭~ 한마디 욕을 내 뱉는데… 그게 또 폭소를 자아낸다. 이게 코메이인가?
한국계 미국인 중에서 캔 정 (Ken
Jeong) 이라는 코미디언이 있다. 좋은 백그라운드를 가진 스탠드업 코믹겸 전직 의사이며 배우이며 가수이며, (예전엔) 내가 좋아하는 연예인중 하나였다.
우리나라에서 인기 끌었던 <복면가왕> 의 포멧이 미국으로 수출되어 얼마전 시즌 데뷰를 했는데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그 프로그램의 페널중 주된 인물 중에 하나다.
그런데 이 친구가 하는 Standup Comedy 를 본 적이 있다.
역시 시작 부터 욕이다. 베트남계 와이프 (Tran Ho) 를 소재삼아 욕과 인종차별 토픽으로 시간을 매꾼다.
내가 가졌던 좋은 호감도가, 그의 욕을 듣는 순간 사라져 버렸다.
그가 가진 배경과 실력으로… 욕 없이는 .. 코메디가 도대체 안되는 것인가.
우습지만, 예전에 자니 카슨에 의해 소개되었던 자니 윤이란 한국계 코메디언… 그는 욕 한 마디도 안 하고 Standup Comedy 를 한것을 나도 안다.
암튼 세상문화 모든 구석구석에 이 <욕> 이 가득차 있다.
이제는 대화 중에도 욕 없이는 대화가 안될 정도로 말 그대로 <욕 문화> 가 만연되어 있다.
걱정이다.
그 좋은 힙합 음악이… 그 좋은 랩이 … 욕 없이 예술적인 기술과 표현으로 만들어 질 수 있을 그날을 기대하며.
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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