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토요일 아침에 은행과 수퍼마켙에 들려야 했다.
먼저 은행에 가서 파킹을 하고 은행 문을 열고 들어 가려고 하는데 뒤에서 노인부부가 살살~ 걸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평상시에도 하듯 (진짜다~) 도어를 열고 기다리다가 그분들이 다가오자 먼저 들어 가라고 손짓을 했다.
그러자… 세상에… 두 사람 얼굴에 화색이 가득하더니 함박 미소를 지으며 나에게 땡큐 영맨~ 땡큐~ 를 연발한다.
원 세상에.. 그 잘난 문 한번 열고 양보한 것이 그렇게도 감격 (?) 스런 것인지 몰랐다.
더군다나.. 나에게 Young
Man 이라고 하니… 이것을 어떻게 해석을 해야 할지 잠시… 주춤했다.
어쨋든, 일단 나도 들어 가서 마침 Deposit Slip 을 안 가지고 왔길래 은행에 비치된 slip 을 가져다가 입금내역을 쓴 다음 Teller line 에 다가갔는데… 원 세상에 아까 그 부부가 라인에 먼저 서 있다가 나에게 자리를 양보한다.
아니라고 괜찮다고 몇번 손사래를 쳤지만 막무가내로 양보를 하고 싶단다.
더 이상 버티다간 싸대기 한대 맞을것 같아서 땡큐~ 하며 앞줄에 섰다.
은행을 나오며 생각해 보았다.
그 흔한 양보 한번 했더니… 미소 공세에, 땡큐 연발에, 연이은 양보까지 얻게 되었다.
덕분에 아침부터 기분도 좋았고.
내가 먼저 양보하니까 양보 받고, 덤으로 무언가가 더 생긴다.
수퍼마켙에 갔다.
Pharmacy 에서 약을 픽업해야 하는데 내 앞에 한 사람이 서 있다.
그 뒤에 서 있는데, 뒤에서 20대 중반도 안되어 보이는 엄마가 3살 정도 된 아이를 데리고 내 뒤에 선다.
이놈의 자슥이… 가만 있지를 않고 여기 저기 돌아 다니면서 엄마의 신경을 건드린다.
내 앞에 와서 빤히 쳐다 보기도 하고 빙빙 돌기도 한다.
엄마가 그러지 말라고 하지만 소용없다.
엄마는 빨리 약을 픽업하고 가야 하는지 앞줄 상황을 계속 살핀다.
내 차례가 거의 되어 간다.
내가 그 엄마에게 바쁜것 같고 비협조자 (?) 가 당신을 계속 성가시게 하고 있으니 내 앞에 줄을 서 있다가 먼저하라고 했다.
그랬더니… 역시 땡큐 땡큐하며 어쩔줄 몰라한다.
그 비협조자도 멋도 모르고 따라서 나에게 땡큐~ 땡큐한다.
오늘 아침에 그 떙큐 소리를 엄청 들었다.
당연히 기분이 좋다.
내가 처음 미국에 왔을때 제일 먼저 느낀 Culture Shock 은 바로 <인사> 였다.
동네를 걸어서 나가는데 어떤 젊은 여자가 나에게 Hi~ 한다.
처음엔 내 뒤에 있는 사람에게 하는 줄 알았는데, 슬쩍 뒤 돌아 보니 아무도 없었다.
상대방이 젊은 여성이고 내가 젊은 남성이니… ㅎㅎㅎ 얘기로만 듣던 미국의 개방된 문화속에서 드디어 나도 여자에게 접근을 당해 보네~ 라는 지금 생각 해 보면 엄청 우서운 상상을 해 본 적도 있다.
그런데 미국에 오래 살다 보니까 그게 습성이 되어 버린다.
오래 전에 한국에 나갔을때, 백화점 엘리베이터를 타고 가다가 중간 층에서 어떤 여자가 타길래 나도 모르게 안녕하세요~ 했더니 도로 나가버린 기억도 난다.
아마 생판 모르는 소도둑놈 처럼 생긴 남자가 대뜸 ‘안녕하세요’ 하니 겁이 났을 수도 있다.
어쨋든 이런 양보나 인사는 상대방의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양보는 못 하더라도 인사만은 꼭 했으면 하는게 나의 바램이다.
어느 교회나 비슷할 것이다.
내가 자주 듣는 장년층 이상의 성도들로부터 듣는 불평이 하나 있다.
‘요즘 젊은이들은 도대체 인사를 안해’ 라는 것이다.
실지로 우리 교회도 미국에서 태어난 애들이거나 일찍 미국에 온 중.고.대학생들 중에 간혹 인사를 안 하는 경우가 있다.
물론 그들이 의도적으로 인사를 안하고 피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그런 예의 범절을 제대로 배울리가 없었고 한국이 아닌 미국에서 그것을 가르치는 학교도 실상은 없다. 다 부모들에게서 그런 교육이 와야 하는데, 부모들은 바쁘다.. 부모들은 할 일이 너무나 많다.
그래서 방치 (?) 하다 보니까, 그런 습성이 몸에 밴것이다.
그런데 나이든 분들은 그런 것에 분노한다.
쬐그만한 녀석들이 어른 지나가는데 인사도 안하고.. 하며 못 마땅해 한다.
이거 진짜 습관이다.
우리 교회는 목사님과 사모님이 얼마나 교육을 잘 시켰으면 중.고등생 아들과 딸 녀석들이 성도들을 만나기만 하면 총총 걸음으로 다가와서 허리를 굽혀 안냐세요~ 하며 인사를 한다.
기분이 좋으니 목사님에게 더욱 마음이 간다.
인사 한번에 아빠 점수 따게 되니 이보다 더 좋은 전략이 어디 있는가?
반대로 소가 닭 쳐다보듯 내가 옆으로 지나가도 본채 만채.. 휴대폰만 죽어라 쳐다보며 지나치는 녀석들이 있다.
그때마다 그들의 아빠를 ㅎㅎㅎ 생각해 본다.
그러나 누가 누구를 탓하겠는가?
지금은 다 장가가서 살고 있지만 내 아들들도 내가 퇴근하고 집에 들어 가면, 벌떡 일어나 아빠~ 하며 반갑게 인사 한적은 … 아마도… 지네들 생일 선물 사가지고 들어 간 그날들만 빼고는.. 거의 전무한데 말이다.
딸은 이상하게도 다르다.
아들들은 지들이 나갈때 진짜 Gone with the Wind 다.. 바람과 함께 사라진다.
그런데 딸은 꼭 들어 올때나 나갈때나.. ‘아빠 나 나가~ ‘ 하고 인사를 하고 나가고 들어 온다.
특별하게 교육을 시킨건 아닌데도 아마도 개인의 특성이 아닐까 생각을 해 본다.
어쨋든…. 이 간단한 인사와 양보가.. 사람을 다르게 만든다.
미국 어느 컨설팅 회사에서 다음과 같은 실험을 했다고 한다.
두 시나리오로 실험을 했는데, 첫번째에는 엘리베이터에 미리 타고 있다가 사람들이 어느 정도 차게 될 즈음 내리면서 실수인척 지갑을 떨어 뜨리는 것이다.
그런데 수십번 실험을 한 결과 10 사람중 2명꼴로 그 사람에게 지갑을 주어 주려는 반응을 보였다는 것이다.
이번에는 엘리베이트를 타고 있다가 사람들이 들어 오면 Hi~ 하고 인사를 한 다음, 어느 시점에서 엘리베이터를 내리면 지갑을 주어 주려는 사람의 숫자는 8명으로 늘어 났다는 통계이다.
간단하지만 <인사>의 Power 를 보여주는 실험이다.
직장 생활의 비결도 인사이다.
서로간에 인사를 안하면 평생 인사를 안하게 될 수도 있다.
그런데 한번 큰 맘 (?) 먹고 먼저인사를 하면, 관계가 술술 플리는 것을 느낀다.
우습게 들릴지 모르지만, 미국 사람들은 동양인들이 인사를 안하면 동양인 = 소극적 = 개인적 = Don’t’ Bother 이라는 공식을 성립한다.
흔히 동양인들이… 역시 문화 차이는 어쩔 수 없어 …. 하며 끼리 끼리 어울리는 것을 옹호하는 식의 발언과 생각을 하는 것을 본다.
이렇게 생각하면 생각 할 수록 <거리감>은 더 생기게 된다.
눈 딱 감고.. 친하고 싶든 형식적이든.. 그냥 인사를 해 버리면… 미국인들의 거리감은 이내 사라진다.
한국에선 상사들에게 가볍게 (?) 인사하고 어울리지 않는게 좋다는 인식이 있다.
더더군다나 두 서너단계 높은 상사에게 일부러 다가가 인사를 한다면 무슨 ‘의도’가 있지 않나 의심을 살 수도 있다.
그런데 적어도 내가 다녀 본 미국 직장에선 그런건 전혀 없다.
오히려 그렇게 Rapport
(러포우~ ‘친분’? ‘상호신뢰’?) 를 쌓고 나면 그들은 더 마음을 열고 친하게 대해 준다.
정말 간단하지만 위력적인 효과가 있는 <인사> 의 포덴셜이다.
거기다가 <양보> 까지 곁들인 다면… 왠만한 비능력자만 아니라면… 출세에 걸림돌은 없을 것이다.
인사가 얼마나 중요하고 효과적인지, 톨스토이는 "어떠한 경우라도 인사하는 것이 부족하기 보다는 지나칠 정도로 하는 편이 좋다." 고 말했다.
성경에서도 인사가 얼마나 중요하길래 바울서신등을 보면 서두가 인사로 시작하는 서신들이 많이 있다.
인사를 해 보자.
내가 먼저 인사를 해 보자.
상대가 반응을 안하면 그건 상대가 인간이 아니라 외계인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ㅎㅎ
그러나 상대가 인간이라면 좋은 반응… 즉 응답인사나 … 적어도 미소 정도는 돌아 올 것이다.
좋은 스타트이다.
한번 인사를 테스트 해 보자!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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