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여태껏 <시>에 대한 깊은 이해및 감동을 제대로 느낀 적이 없다. 수년 전 무지 무지 짧은 시 한 줄을 읽기 전 까지는... ㅎㅎㅎ 케임브리지의 한 강의실 안에는 종교학 시험을 앞 둔 학생들로 꽉 차 있었다. 시험문제는 다음과 같았다. ‘예수가 물을 포도주로 바꾸었던 기적을 영적 의미에서 서술하라.’ 다른 학생들은 답안지를 메우느라 여념이 없는데, 수험생 중 한 청년은 멍하니 햇빛 비치는 밖을 바라보면서 답안지를 작성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시험 감독을 하던 교수는 답안지에는 단 한 글자도 적지 않은 채 창밖의 먼 산만 바라보고 있는 청년에게 다가가 물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왜 답안을 작성하지 않나?’ 그 청년은 대답했다. ‘저는 쓸 말이 없습니다’ 교수는 어이가 없었지만 자비를 베풀어 한 줄이라도 적으면 F 는 면하게 해 주겠다고 말했다. 종료 시간에 거의 다 되어서 그 청년은시험 답안지 위에 한 줄의 문장을 휘갈겨 쓴다음 답안지를 제출하고 사라져 버렸다. 교수는 그가 쓴 한줄의 답안을 보고 A 를 주었다고 한다. 그 청년의 이름은 훗날 세계적으로 유명한시인이 된 영국 천재 낭만파 시인… 조지 바이런이었다. 그리고 그의 답안지의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물이 그 주인을 만나니 얼굴을 붉히더라!” 물이 그 주인을 만나니 얼굴을 붉히더라… 기막힌 한 줄이다. 가만히 음미를 해 보니 나 같이 시에 무지한 범부도 … 그 한 줄이 바다보다 깊은 뜻을 함축하고 있음을 느낀다. “Water saw its Creator and blushed.” 얼굴을 붉히는 상황은 수줍거나 (Shyness) 당황스럽거나 (Embarrassment) 챙피할 (Shame) 때이다. 내 생각으론 이 셋 중에 물이 가졌던 감정은 아마도… 수줍은 감정이 아닐까 엉뚱하게 추측 해 본다. ㅎㅎㅎ 죄 지은게 없으니 뭐 당황스러운 상황은 아닐게고 잘 못한 일도 없으니 챙피한 만남도 아닐테고 아마도.. 신부가 신랑을 만날 때 처럼… 약간 수줍지 (Shy) 않았을까 생각을 한다면 … 나 역시 포도주를 마신 걸까? ㅎㅎㅎ 이 한 줄에서의 액기스는 당연히 “주인” 과 “붉혔다” 이다. 얼마 전 유튜브에서 주인과 함께 스카이 다이빙을 하는 개를 본 적이 있다. 그 개는 안전띠를 두루고 주인의 몸에 연결된 채 이제 마악 비행기에서 뛰어 내리게 되는 상황이었다. 동물이지만 당연히 고소공포증이 있을 것이다. 다소 불안한 행동을 하며 낑낑대는 신음소리까지 내는듯 보인다. 그리고 바깥쪽으로 움직이고 싶지 않은지 앞발로 버티는 모습도 보인다. 그러다가 주인이 그 개를 쓰다듬으며 뭐라고 뭐라고 말을 하자 뒤를 돌아보고 자기가 주인품에 꽉 매어 있다는 것을 느낀걸까… 그 다음부턴 평안한 표정으로 앞만 바라 본다. 뛰어 내려가는 순간 순간을 액션.캠이 찍었는데… 언제 그랬냐는 듯이 주위를 돌아보며 아예 모든 과정을 즐기는듯 보였다. 주인이 있을 때 하고 주인이 부재할 때 하고의 차이점을 그 견공이 아주 잘 보여준것 같다. 어린아이들은 부모가 옆에 있을 때 가장 큰 심리적 안정을 얻는다. 어른인 우리들은 예외인가? 책임감 의무감의 무게가 더 무거운 우리들은 오히려 더 절실히 주인의 임재를 느끼고 싶은지도 모른다. 세상의 모든 물건은 주인이 있다. 길 가다가 떨어진 시계를 보면서 그 시계의 주인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물건 뿐이 아니다. 물건과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차원의 …. 사람도 물도 바다도 산도 강도 다 주인이 있다. 회사에 사장이 안 보인다고 해서 사장이 없는 것은 아니다. 사장이 없어도 사장이 만든 회사 내규가 있고 운영방침이 있다. 내규를 보고 운영방침을 보면 주인이 있음을 안다. 구름이 비가 되어 내리고 그 빗물이 흘러 강줄기가 되고 강물이 흘러 바다로 들어가고 바닷물이 증류하여 다시 구름이 되는 것은 이 우주의 주인이 있음을 증거하는 것이다. 주인은 우리를 속박하려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반대로 주인은 우리를 자유롭게 한다. 그가 있음으로 우리가 평안을 얻고 참다운 자유를 만끽할 수 있는 것이다. 예수님이 베푼 많은 기적중에 공생애 시작과 함께 기록된 첫 기적이 바로 Mr. Water 가 얼굴을 붉힌 가나안 혼인잔치에서의 주인과의 만남이다. Mr. Water는 평범한 Water 에서 얼굴 한번 붉힘으로 인해서 Mr. Wine 이 되어 버렸다. “Water saw its Creator and blushed.” 과연 바이런은 천재임에 틀림없다. 천재가 말하는 것이니 믿어도 되리라. 또한 천재의 말 같이 물도 얼굴을 붉히는데 우리들 인간들이야 좀 더 할리우드 액션같은 행동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ㅎㅎㅎ 오늘도 주인의 임재를 느끼고 주인을 인정하며 주인 안에서 평안을 얻는 우리여야 할 것이다. 주인땜에 우리가 얼굴이 붉어진다면 우리 주인은 그 붉은 우리의 얼굴을 더 귀엽게 (?) 봐 주시기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