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질문받는 것중 하나가 대표기도를 할때 원고없이 기도를 해야 하나 아니면 기도문을 작성하여
읽는것도 괜찮은가 하는 질문입니다.
먼저 왈가왈부 하기전에 알아야 할 중요한 포인트 한가지는 “대표” 기도 라는 것입니다. “개인” 기도가 아닌 “대표” 기도라는 것입니다.
아마도 집에서, 골방에서, 새벽기도회에서 기도할때 작성된
원고를 읽으며 기도하시는 분은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이때는 당연히 개인 페이스로 개인 스타일로 기도합니다. 길어도 좋고 짧아도 좋고 사투리를 써도 좋고 개인적인 탄원과 생각과 어조도 좋고 방언도 좋고 영어도 좋고 한국어도 좋고 모두가 OK 입니다. 왜냐하면 “개인” 기도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하나님과 대화하는 것인고로 주위 의식할 필요 없이 그저
내가 원하는 방식대로 기도를 하면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공기도인 대표기도를 얘기하면 문제는 달라 집니다.
적당히 정해진 시간도 생각해야 하고, 기도의 형식도 지켜야하고, 개인이 아닌 대표자로서 중보자로서의 언어와 어조도 생각해야하고, 훈계도 아니요 개인의
불만표출도 아니요 회중을 대표하여 기도하는것임을 생각하여야 하는것입니다.
어떤 분들은 원고없이 즉흥적으로 강단에 서서 기도하는 장로가 더 장로답다라고 얘기하시는
분도 계십니다. 원고를 읽으며
기도하는 장로는 어딘지 좀 덜 관록이 있어 보이고 수준 (?)이 낮아 보인다고도 합니다.
이런 편견… 성경에도 없거니와 지극히 개인적인 선호일뿐 흑과 백을 가릴정도의 주제는 전혀 아닙니다. 같은 논리라면 목사들도 설교시 원고 없이 메시지를 전해야 하는데, 매주 개인 간증하는것도
아니고, 부훙회에서 닳고 닳은 레파토리 재연하는것도 아니고, 즉흥 초청으로 자신의 신앙노선 피력하는것도 아니고, 오히려 정돈된 설교원고를 기반으로
그 범위 내에서 때론 자유롭게 확장이나 축소해 나가는 방법이 아마도 효과적이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대표기도는 잘 정돈되어 있어야 합니다. 개인의 의견과 스타일 보다는 정해진 포멧과 방식을
존중하고 따라야 합니다. 평상시 기도 잘한다고 강단에 올라와서 개인의 순간적인 감정과
생각에 의해 기도제목들이 변해가는 즉흥적 대표기도, 다음 말이 막히는지 아무런 의미와 관련성 없는
미사여구나 중언부언으로 시간을 끄는 대표기도, 기도도중 즉흥적으로 그 무엇이 생각난듯 교훈이나 책망하듯
불쑥 불쑥 터져나오는 절제없는 그리고 준비없는 대표기도… 보다는 준비된 (적어도 원고 작성을 완료하려면 읽어보고 교정도하고 보완도하는 작업을 통해 준비를 하지 않겠나요) 원고를 읽는것이 차라리 몇배 낫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제 말은 반드시 기도를 원고로 미리 준비해서 하라는 얘기가 아니고, 마음속으로 준비해서 잘 할 수 있는 사람은 그렇게
하고, 원고를 통해 더 잘 준비가 되는 사람은 그렇게 하라는 얘기입니다. 원고 없이도 술술 은혜롭게 기도하시는 분들은 그렇게 하고, 개인취향이든 사람앞에서의
대중공포증(?) 때문이든 원고에 의해 기도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는 분들은 그렇게 하면 된다는 말입니다. 이 방법론에 흑백논리로 맞다 틀린다로 열 올리시는분들을 저는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사실 원고로 기도를 하게 되면, 적당한 기도시간도 잘 맞출 수 있고, 미사여구 중언부언 확실히 없앨 수 있고, 당황하거나 황급한 어조도 조절할 수 있고, 기도시간의 중압감도 해소할 수 있고, 대표기도에 포함되어야할 기도 사항들도 확실하게
확인할 수 있다는 등등 여러가지 잇점이 있게 됩니다.
반면 원고 없이 기도를 할때의 잇점이란, 회중들에게 보기가 좋고, 기도의 달인같아 좋아 보이고, 준비가 잘 된것 같아 보이고, 왠지 신앙의 경륜이 있어 보이고, 부르럽게 감동을 주는것 같다… 라는 점들이 있겠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 이런 잇점들은 결국 회중들을 향하는 잇점들임을 알게 됩니다. 회중들이 보기에 어쩌고 저쩌고…
기도는 하나님에게 드리는 것인데. 하나님의 관점에서도 같은 평가가 내려질 것인지 궁금합니다.
그러나 원고에 의한 기도에 대해 우려하는 어떤 분들의 “우려”는 솔찍히 합당한 면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기도 원고 작성시, 정말
진지하게 준비하는 분들도 있는가 하면, 인터넷을 통해 여기 저기 짜집기 내지는 통카피를 하여 진정성없이
그냥 기도를 읽는 경우, 그리고 에전에 했던 기도 원고를 살짝 수정하여 다시 사용하는 경우… 등등이 있지 않겠나 하는 우려입니다. 그럴 수도 당연히 있습니다. 설교도 카피하여 할 수 있는데 기도라고 예외는 없을것입니다.
그러나 너무 비약하여 예외의 경우를 보편화 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어쨋든, 원고없이 기도를 하건 원고를 가지고 기도를 하건, 기도 자체에 진정성을 가지고 기도를 하면 되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말씀도 쓰여진 자체는 로고스지만, 그 말씀이 개인의 믿음을 통해 나타나면 레마가 되듯, 원고가 있든 없든, 대표 기도자의 입으로 통해 나오는 고백이 진정으로 행해지는 기도라면
하나님은 그 내용에 기쁘게 귀를 기울이실것이라고 생각해 봅니다.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