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대전) 고등학교 대선배가 되시는 뽀빠이 이상용씨가 TV 오락 프로그램에 나와서 한 얘기다.
전라도에 사시는 (그 당시) 107세 되시는 할아버지를 인터뷰하기 위해 찾아 갔단다.
첫 질문을 “할아버지~” 하며 시작하려 했더니
“뭣이라~ 할아버지가 뭐시당가… 형이라고 해부러~” 라고 하셔서
그 뒤로는 인터뷰 내내 형님~ 이라고 호칭을 했단다.
어쨋든 첫 질문을 했다.
“형님은 107세까지 장수하신 비결이 뭔가요?”
그랬더니 이 형님께서 하신 말.
“간단혀~ 죽지 않고 살아 있으면 되부러~”
이런 저런 질문 후에 또 한가지 질문.
“형님은 사시면서 자기를 싫어하고 비방했던 사람들이 있었을텐데 어떻게 해결하셨나요?”
그랬더니 형님이 대답하셨다.
“가만 냅두니까 지네들이 먼저 뒤져버렸어~”
진짜 명답이다.
모든게 다 그런건 물론 아니지만, 가만히 놔두면 내 힘 하나 안 들이고도 저절로 해결되는 것들이 꽤 있다.
예전에 LA 에서 알고 지냈던 김 집사님 (지금은 장로님이 되셨겠지만) 생각이 난다.
은행에 근무하시던 집사님인데 매우 젠틀하고 스마트하게 생기셨다. 미국에 일찍 유학오셨다가 일찌감치 은행쪽으로 발을 들어 놓으셔서 그 당시 막 생긴 한국계 은행의 행장으로 발탁되어 근무하셨다.
이분이 구설수에 올랐다.
얘기인 즉슨, 이 집사님이 밤에 몰래 혼자 사는 여자 집에 찾아가서 노닥거리다가 (?) 온다는 소문이었다.
한번 소문이 퍼지니까 진짜 가짜를 떠나, 온 교회 성도들이 모르는 사람이 없게 되었는데, 정작 이 집사님 입에선 한 마디 변명도 안 나왔다.
나중에 … 밝혀진 웃지못할 진상은 다음과 같다.
몇달을 거슬러 올라가서 (드라마 전개 같다) … 어느날 김집사 근무처로 같은 교회의 후배 벌 되는 박집사가 찾아왔다.
그리고는 커피 한잔 하자며 밖으로 데려 나간 박집사가 긴급 도음을 청한다.
자초지종 (?) 을 물어보니, 교회 성가대에 있는 모 여집사를 자기가 짝사랑 한지 꽤 오래되었다는 것이다. 박집사는 노총각이고 그 여 집사는 한번 실패한 “돌싱” 이니 뭐 하자는 전혀 없다.
그래서 어떻게 도와주면 되겠냐고 했더니, 자기는 숫기가 없어서 혼자는 도저히 만날 수가 없으니, 일단 같이 만난 다음 … 그 다음부턴 자기가 알아서 하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어찌어찌 핑게거리를 만들어 이 여집사를 박집사와 같이 만나게 한 것이다.
그런데.. 마치 드라마에 나오듯이… 그 여집사가.. 어머나… 글쎄.. 박집사에게는 소가 닭처다보듯 하면서 김집사에게 그만 … 꽂혀 버린것이다.
난처해진 김집사가 손사래를 치며 뒤로 물러 섰지만, 한번 불이 붙은 (?) 여집사의 대쉬~가 심상치 않았던 모양이다. 그걸 김집사가 왜… 몰랐겠는가?
그러지 않아도, 남들은 다들 좋은 여자 만나 장가도 가서 애들도 낳고 행복하게 사는게 부러웠는데, 자기가 찜했던 그 여자가 오히려 딴 사람을 좋아하게 되는 상황이 되어 버렸으니, 박집사의 마음은 활활 타오르는 질투의 불길로 휩싸이게 되었다.
그리하여 못 먹는 감… 푸욱~ 찔러나 본다고, 이상한 소문을 슬쩍 교회에 흘려버린 것이다.
나중에 알고 보니, 김집사는 벌써 박집사 소행인것을 알고 있었지만, 왈가왈부 해명을 한다면 결국 박집사가 곤경에 처할것을 염려한 나머지 전전긍긍하며 입을 꽈악~ 다물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박집사도 사람인지라… 자꾸 김집사가 Gossip거리가 되고 와이프랑 사이도 나빠지고 있다는 소문을 듣게되니 <양심>에 걸렸던지… 어느날 갑자기 담임목사에게 편지한통을 써서 보낸 다음 .. 교회를 떠났다는… 웃지 못 할 … 얘기다.
나도 교회 생활을 오래 하다 보니 성도들 간의 별의 별 소문과 가십과 때로는 중상모략을 듣고 보게 된다.
어떤 사람은 즉각 반응을 보이며 반격을 시도하는 사람도 있고, 어떤 사람은 있는 소리 없는 욕 다 해가며 결국은 교회를 나가는 사람도 있는데, 이 경우는 후속 잡음이 반드시있다.
나는 (나이 드신) 두 장로님들이 (뼈만 앙상한) 웃통까지 벗고 (진짜) 싸우기 직전까지 간것도 보았고… 자기 남편을 꼬셨다고 (?) 교회 여집사가 일하는 식당에 가서 소금을 화악~ 뿌려버린 맹렬여성에 대해서도 들어 보았고… 목사와의 갈등으로 대립하던 중, 독립선언문같은 큰 대자보를 만들어 와 교회 입구에 붙여 놓은 집사도 보았다.
우리는 다들 평온할땐 ‘성도’이지만, 코너로 몰리면 성난 폭도가 될 ‘기질’을 다들 지니고 있다. 폭도가 되니 먼 Rule이 필요하겠는가. 체면도 필요없다. 염치도 에티켓도 모범도 덕도 다 필요 없다. 이에는 이 눈에는 눈의 법칙만이 있을 뿐이다.
정치판이나 다름없다. 상대방에서 나를 공격하면 나는 한 술 더 떠… 있는 소문… 없는 소문 다 동원하여 카운터 펀치를 날린다.
내 경험으론, 나에 대한 이상한 소문이 들리면 그냥 아예 모르는 듯… 입을 다물고 있는게 최상책이다. 물론 속으론 부글부글 화가 끓어 오를 수도 있다. 당장 달려가서 뒤집어엎고도 싶다.
그러나, 대부분 사람들은 내가 입을 다물고 있으면 나에게 그 소문에 대해 얘기하기를 주저하지만, 내가 그 소문에 대해 변명과 반론을 하는 순간, 벌떼들 처럼 달려들어 순식간에 그 소문을 걷잡을 수 없이 만들어 놓고 만다.
옛말에 <근묵자흑> 이라는 말이 있다.
먹을 가까이 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검어진다… 라는 말이다.
까마귀 노는 곳에 백로야 가지마라.. 라는 말과 비슷한 맥락의 메시지 일것이다.
소문에 대해 떳떳하다면 … 한번 묵묵부답으로 견뎌 볼 만도 하다.
크리스천 관점에서 보면, 이런 헛소문과 중상비방은 하나님께서 <섭리> 적으로 처리해 주신다고 믿어야 한다.
괜히 내가 해결한다고 객기를 부리며 끼어 들었다간… 이모 저모로 나 역시 흙탕물에 묻게되는게 기정사실이다.
가만있으면.. 당사자가 민망하든지 미안하든지 철회할 수 도있고, 주위 사람들이 개입하여 진위가 밝혀지기도 하고, 그 소문 자체가 슬금슬금 사라져 버릴 수도 있고, 소문을 낸 당사자가 꼬리를 내리고 사라져 버릴 수도 있다.
그러므로… 역시… 나의 대 선배 이상용씨가 인터뷰 한 그 107세 나신 그 할아버지께서말씀하신 그 현명한 태도가 가장 바람직한 방법이 아닌가 생각하며 … 다시 한번 그분의 귀한 말을 … 가슴에 깊히 새기라는 의미에서… 한번 더 들어 보기를 원한다.
“가만 냅두니까 지네들이 먼저 뒤져버렸어~”
ㅎㅎㅎ
화이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