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잘 나가던 개그맨 표인봉씨가 한 동안 소식이 뜸하더니만 얼마 전 목사 안수를 받았다는 소식을 들으니, 잠시 예전의 나의 모습이 떠 오른다.
나도 한 때 목회에 뜻이 있어 신학을 공부 한 적이 있다. 물론 나의 달랜트를 살려 MAWTA (MA in
Worship, Theology and Art) 라는 ‘예배사’ 과정으로 시작을 하였다.
그것은 내가 16여년간 다니던 IBM 을 관두고 닷.컴 열기 (?) 속에서 켈리포니아의 어바인에서 벤쳐 컴파니를 시도하였다가 2년도 채 못되어 닷컴 거품과 함께 벤쳐를 정리하고 다시 콜로라도로 돌아온 직 후의 사건이다.
사람이 그런것 같다. 어려운 시기에 더욱 기도를 하게 되고 하나님의 음성을 기대하며 무언가 새로운 길을 모색하게 된다.
깊게는 얘기하지 않지만 나도 그 어느 순간 남은 여생을 정식 (?)으로 훈련받아 마지막 열정으로 사역하고픈 갈망이 갑자기 생기기 시작했다. 마침 Fuller 에서 콜로라도 스피링스에 분교를 만들어 금.토 이틀간 집중 수강이 가능하게 되어 입학을 하게 되었고, 목사님과 몇 사람만 아는 상태에서 조용히 근 2년 정도 공부를 하였었다.
그런데 인생은 참 묘하다.
어느 날 보스톤 근처에 있는 유명한 온라인 게임회사에서 연락이 오고, 호기심 삼아 진행한 잡에 채용이 되었다. 역시 인간은 간사 (?) 하다. 고민고민하다가 나름 대로 꽤를 써서 일단 보스톤으로 가서 직장일 하면서 그곳에 있는 Gordon Conwell Seminary 로 transfer 하여 야간 공부를 하면 될것이라고 생각하고, 다시 콜로라도를 떠나 매사츠세츠로 옮기게 되었다.
직장생활이 어느 정도 settle 된 다음 고든 콘웰의 advisor 와 미팅을 했는데, 여기서 나는그 어드바이저로 부터 뜨끔한 조언을 받게 된다.
그는 나의 사정과 그간의 상황을 듣고 난 다음, 두 발을 이쪽 저쪽 하나씩 디디지 말고, 이쪽이든 저쪽이든 Full 로 dedicate 하라. 그 결정이 나야만 이쪽이든 저쪽이든 하나님의 Grace 와 guidance 가 가능하다… 라고 조언 했는데, 나는 그날부터 거의 일주일 내내 고민했다.
그리고 나의 결론은 나는 참된 사역자로서의 자질이 없다는 것과 개인적인 사욕(?) 충족을 위해 신학공부를 시도하려는 것이 아닌가 라는 결론이었다.
그래서 그간 해 온 과정이 아까웠지만 과감히 신학공부를 포기했다.
나는 내 자신을 하나님보다 더욱 믿었었다고 생각한다. 내가 신학교를 졸업하고 내가 가진 다양한 달랜트를 내가 가진 기발란 방법으로 시도하면, 목회가 신나고 활활 타오르고 성공할 것으로 엄청난 착각(?)을 하였던 것이다.
그간 현대교회를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의 사역이다 음악 사역이다 미디어.문화.예술 사역이다 돌아 다니며 해보고 펼쳐보니, 은근이 자신이 붙고 교만과 욕망과 자신감이 크게 자리 잡았던 것이다.
그런데 이제 보니, 사람은 두 종류가 있음을 알게 된다.
첫째는 능력은 있으나 자격이 미달인 사람이 있고, 둘째는 자격은 충분하나 능력이 미달인 사람이 있다.
하나님의 목회는 당연히 후자가 정석이다.
자격만 있게 되면 능력은 당연히 하나님이 채워 주신다.
그러나 능력만 믿고 자격이 결여되었는데도 덤벼들면 그건 아수라장 난장판 사이비 교회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왜냐하면 모든 결과가 나의 능력에 달렸다고 생각하면 더좋은 결과를 위해 나는 더욱 노력해야 하고, 그런 노력은 지극히 인간적인 방법을 더 요구하기 때문이다.
내가 하나님이 요구하시는 그런 자격에 합격만 된다면, 당연히 하나님께서 그 길을 인도해 주시고 능력주시는 분 이심을 우리는 안다. 초심이 바로 그런 것이다. 그런데 제법 능력이 있다고 인간적이 재주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어느 순간 이 초심에서 벗어나게 된다. 해 보니까 되고 더 해 보니까 더 되는것 같으니 머리 좋은 이런 유형의 사람들이 더 더욱 자신의 능력과 재주를 믿게 되는 것이다. 결과는 희미해 지는 초심…그리고 강렬하게 어필되는 개인기가 되는 것이다.
솔찍히 지금 우리가 보고 듣는 모든 교계의 비리와 실망감들은, 바로 내가 예전에 경험한것과 거의 다름없이, 결국은 하나님보다 내 자신을 더욱 믿기 떄문에 벌어지는 현상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초심으로 10-20명 가지고 목회를 할땐 누구나 다 하나님에게 의지할 수 밖에 없다. 딴 방법이 없기 떄문이다. 이게 실지로 하나님의 목회 방침이다. 부하든 빈하든 풍하든 결하든 너는 그저 묵묵히 나에게 모든걸 맡기고 전진하라 는게 하나님의 기본 방침이다.
그러나 꾀를 내어 딴 길로 시도해 보니 먹히는것 같고, 그럭 저럭 성도들 숫자가 많아지니 그 모든게 다 자기 능력으로 이룬것 같아.. 더 강한 애착감과 소유의식과 자만감이 팽배해 질 뿐이다.
이 상태에선 미안하지만 딴 사람 조언은 결코 들리지 않는다. 이미 늦었다. 나는 이 상태에서 초심을 회복하고 다시 U-Turn 한 목회자들을 결코 본적이 없다.
그러니 처음이 중요하고, 그 초심을 유지하는것이, 교회를 눈부시게 성장(?) 시키는것보다 수백배 중요하다. 교회건물이 높히 올라가고 성도숫자가 증가하는것은 다분히 인간적 측면에서 보는 성장이다. 이것은 하나님의 눈에선 현상일뿐 성장은 아니다. 진정한 성장이 뭐라는건 우리가 잘 안다.
어쨋든 나는 그 Advisor 의 조언에 너무 감사한다. 만일 그때 그 조언을 무시하고 그냥 밀어 부쳤다면, 뭐 어찌 어찌하여 나는 어쩌면 목회를 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런 목회는 진정한 목회가 아닐것이고, 오늘도 나는 한 단계 더 높게 성장 (?) 하기 위해, 별별 인간적인 노력을 할 수도 있다. 이런 저런 프로그램을 시도하고 시끌벅적 행사에 바쁠 수도 있다. 그러나 자격미달자가 그런 재주가지고 얼마를 지탱할 수 있겠는가 생각하면 아찔하다.
동시에 목회라는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 인지도 알게 된다.
사람은 자기 그릇이 있다. 하나님이 원하시는 그런 목회자 그릇이 있다. 하나님이 부르셨던 사무엘도 ‘자신’ 이 들어 가니까 ‘하나님’ 이 점점 사라졌는데, 자격없이 자질없이 너도 나도 한번 도전 (?) 해 보듯이 목회에 뛰어 든다면, 그 결과는 뻔하게 될것이다.
나는 현재에 감사한다.
예전에 LA 에서 서울.코랄 총무를 할때, 어떤 분이 성악가 이상의 기량인데도 전공은 (의사) 따로 있음을 보고 내가 물었더니, 자기는 성악가로서의 무엇을 이루어야 한다는 스트레스 없이 진정으로 즐기며 하는 파트타임 헌신이 더 좋다.. 라고 말 한것을 기억한다.
목회를 옆에서 돕는 일도 목회 못지 않게 보람된 일이다. 평신도면 어떻고 목회자면 어떤가.
내 위치에서 진정한 기쁨으로 사명감을 가지고 나름대로의 작은 목회를 한다면 하나님이 그것도 기뻐하지 않으실까 생각이 든다.
어쨋든 이제 목사안수 받으신 코미디언 표인봉씨 .. 하나님의 은총이 충만하시길 기원합니다.
샬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