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한 장면같이 장발단속 경찰 2명의 호르라기 소리를 들으며 전광화석같이 그 좁은 종로거리를 축지법을 쓰듯 친구와 함께 달리며 그 와중에도 서로를 힐긋힐긋 쳐다보고 윙크하던 그때 그 스릴과 그 추억이 새록새록한 나로서는, 요즘 한국에서 다시 불붙은 두발자유화 논쟁은 흥미롭기만 하다.
아~ 아직도 한국은 두발 자유화가 안되었던가, 알면서도 다시 생각 해 본다.
물론 안다. 이제는 내가 부모 입장 그리고 어른 입장이 되고 보니 왜 두발규제가 있었는지 그리고 왜 필요했는지.. 알것 (도) 같다. 하지만 알것 같고 이해 한다고 해서 그게 다 옳다고 말할 순 없을것이다.
학생들을 내려다 보는 입장에선, 집안이 가난하건 개인의 용모에 차이가 나건, 그저 바리깡으로 머리를 빡빡 밀어놓고 똑 같은 시커먼 학생복 입혀 놓으면 ‘virtual’ 평등이 된다. 평등… 이게 얼마나 appeal 하는 단어 인가.
이 단어를 즐겨 쓰는 국가들을 보면 의외로 민주주의 보다는 제국주의, 전체주의, 사회주의 국가들이 많다. 특히 “개인의 모든 활동은 전체 (민족이나 국가) 의 존립과 발전을 위하여만 존재한다” 라고 하는 ‘전체주의’ 하에서는 이런 두발과 제복을 통한 ‘평등’의 실천은 매우 중요한 사회규범으로 인식되고 있었다.
그런데 가만히 이 전체주의 대표국가 들을 살펴보니, 나치즘의 독일과 파시즘의 이탈리아다. 그러나 우리와 문화및 거리가 떨어진 유럽국가들은 제외하고, 우리가 잘 아는 우리의 이웃 (?) 그리고 전체주의의 상징이었던 일본이떠오르게 된다.
그 일본 밑에서 우리 민족이 26년간을 살아 왔으니, 이 두발규정은 초등학교 (일본인들은 국민학교라고 했다) 에 들어 가면서 부터, 가까스레 어른 취급받는 대학교에 들어 갈때 까지는, 당연하고도 군말없이 받아들여지고 따라야만 했던 ‘법’ 이었다.
이제.. 우리는 2018년도에 살고 있다. 딱히 그럴듯한 이유가 없다면 things of the past 는 과감히 버리는것도 나쁘지 않다.
각 나라의 칼라 TV 방송이 시작된 통계를 보면, 흥미롭게도 미국은 1950년, 일본은 1960년, 중국은1970년 (1969년), 한국은 1980년도 이다.
우리나라가 칼라 TV 를 1970년도 초부터 생산하고 수출까지 하면서도 칼라 TV 방송이 늦어진것은 박정희 대통령의 지시 때문이라고 한다. 그는 아직도 매일 매일 생존하기 위해 밥벌이를 해야 하는 서민들이 즐비한데 사치스럽게 칼라 방송 볼 여유가 있느냐고 했다. 더불어 장발을 한 가수들이나 연예인들은 절대 TV 프로에 못 나오게 했다.
그러므로 그 당시에는 TV 에 나오는 ‘연예인’들과 학생들과의 차이점이, 도토리 키재기 또이또이 그 사람이 그사람이었던 것이다. 그러니 머리가 빡빡이든 시커먼 물감이 빠지는 교복이든 뭐 그리 크게 사회적 비교나 열등감 조장의 요인이 되지 않았으니, 학생들이 머리가지고 인생을 걸 정도로 따지고 대어들 그런 심각한 잇슈는 아니었다.
지금은 어떤가? TV 를 보라. 걸그룹들의 모습을 보라. BTS 애들 머리를 보라. 머리를 그냥 놔두지 않는다. 죄다 물감을 들였다. 지민이는 붉은빛 나는 머리, 슈가는 푸른빛 나는 머리, 정국이는 짙은 밤색 머리다.
얘들보다 나이가 더 드신 아재급 연예인들도 보라. 박완규나 김경호 머리를 보라. 처녀 머리보다 더 길고 윤기도 더 반짝 거린다. 이런 연예인들이 24시간 TV 나 온라인에 보이는 시대이다.
예전같이, 빡빡이나 흑백 TV 에 나오는 연예인이나 별 다를게 없던 시절이 아니라는 말이다. 확연한 비교가 된다는 말이다. 이제는 (학생들 입장에선) 자기네들이 평군치가 안된다는걸 안다는 말이다. 죄다 사춘기인, 이것 저것 보이는거 다 흉내 내고 싶고, 다 닮아보고 싶은, 중학교 고등학교 애들이 이걸 가만히 받아 들이겠냐는 것이다.
나는 그냥 그애들 시각으로 얘기했을 뿐이다. ㅎㅎㅎ
그러면, 두발규제를 해서 특별히 얻는 잇점이 무엇인가?
뭐 예전처럼 어른 영화 못보게 하는 장점 (머리가 빡빡이어서 들켜 버리니까) 이 있는것도 아니고, 아 그리고 요즘은 별별 영화를 그냥 온라인으로 다 본다… 일제 시대처럼 나라에서 전체사상 훈련 시키는 것도 아니고, 두발규제하면 공부에 더 집중 되는것도 아니고 (내 생각엔) , 그저 한가지 잇점이 있다면 ㅎㅎㅎ 샴푸값이 덜 들고 샤워 물값이 절약 되는 정도 인데, 그정도 경제적 여유는 이미 확보한, 세계 경제 랭킹 10위권에 돌입하는 대한민국이라는것을 기억했으면 한다. ㅎㅎㅎ
우리도 잘 알듯이, 애들에게 장난감 사다주면 기껏 며칠이면 더 이상 안 만진다. 그렇게 보고 싶어 안달하던 영화도 100번 계속 보는 애들 있는가? 처음에는 부작용이 있을 수 도 있다. 그러나 그 과정이 지나면 자연스레 정상화가 된다.
두발 제한이 없어지면 여러가지 부작용이 생길거라고 미리 걱정한다. 물론 그럴 수 도 있다. 그러나 장담한다. 결국 정상화 될것이다.
학생들이 자기가 원하는 스타일로 머리를 기르거나 옷을 입는것에 왜 이리 우리는 민감해 져야하는가. 만일 애들이 죽어도 머리 기르기를 원한다면 강제로 빡빡 깎아놔도 그 머릿속엔 그것에 대한 갈망과 불만이 가득차게 될것이다.
장담하건데, 두발 자유를 주면 처음엔 과관일거다. 뻔하다. 그런데 그런 가관이 더 심해지고 계속 갈것으로 생각되진 않는다. 곧 제자리를 찾게 되어 있다. 바보 애들이 아니다. 걔들도 처음엔 특별난 ‘자유’ 쟁취한것 같이 날뛰다가, 곧 그것이 시들해 지고 평범해 질것이다. 그러면 정상화가 되는것이다.
왜 이리도 우리 나라는 두발에 과민한지 나는 모르겠다. 머리가 짧고 단정하면 다 모범생인가? 머리가 짧으면 회사에서도 더 좋은 근무성적이 나오는가? 그냥 두발은 개인의 취향이라고 넘어가면 안되는건가?
교회에서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이상하게도 새 신도가 오면 그 사람과 친밀한 대화를 나누어 보기도 전에 그 사람의 용모 특히 머리를 본다. 여자분이 처음 나왔는데 머리를 보니까, 방실이 처럼 쇼트커트를 하고 왔으면 “아.. 성격 쎄겠네”.. 걸 그룹처럼 노란 물감 들이고 오면 “혹시 날라리 아냐”.. 나이 지긋한 분이 생머리 길게 하고 오면 “자기가 아직도 공주라고 생각하나”.. 등등 오만가지 편견으로 가득한 상상을 한다.
아니 내 머리 내 스타일 대로 하는데 왜 이런 색 안경을 끼고 보는가.
예전에 타주에서 기러기 직장 생활할때, 모 한인교회의 사역에 잠깐 involve 된적이 있었다. 대학생 그룹이었는데 한 친구가 자기 친구를 데리고 왔다. 머리는 실버 컬러… two
block 커팅으로 옆은 싹싹~ 밀었고 위는 기름 바른듯이 뒤로 올백! 일반적으로 게이들이 오른쪽 귀걸이를 선호하지만 이 친구는 왼쪽에 귀걸이를 했다.
다들 호기심이 가득찬 시선으로 그 친구를 쳐다봤다. 나도 고백하지만 처음엔 그랬다. 그러나 나는 ㅎㅎㅎ 이런 면으론 매우 open 된 사람이다. 괜찮았다. 세련되 보이고 단정하고 개성이 있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유명한 USC
Art School 에 다니며 Hollywood
post-editing production 회사에 파트타임 근무하는 수재다. 신앙도 신실했다. 나중에 찬양팀에서 베이스를 치는데 요샛말로 쩔었다.
이런 친구를 왜 머리나 의상등의 용모로 미리 판단해 버리는것인가?
어쨋든 지금은 2018년도다. 그리고 한국은 세계에서 경제적이나 특히 문화적으로 ‘한류’를 거세게 일으키며 리더 역할을 하고 있는 나라다.
이런 나라에서 이런 시대에 걸맞지 않게 특별한 이유가 없는데도 아직도 두발을 규제해야한다고 한다면, 우리는 ‘튀지마라’, ‘너희들 두발이나 복장이나 다 동일.평등해야 해’, ‘위에서 하라고 하면 무조건 따라야 해’, ‘너희들은 아직은 그냥 공부나 해’ 등의 위압적인 전체주의적 발상은 아닌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아 그러고 보니 나도 더 나이 들기 전에 노란색으로 머리 물감이나 들이고 싶다. ㅎㅎ
그러나 출교 당하긴 싫다. 그래서 그렇게는 안할것이니 안심하라. ㅎㅎ
땡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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