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부터 낙엽이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앞뒤 마당에
낙엽이 수북히 쌓였다.
내가 사는 동네는 나를 포함해 (?) 사람들이 좀 부지런한 편이다.
그래서 눈이 내리면 잽싸게 경쟁이라도 하듯 자기 집
거라지 앞쪽과 사람들이 다니는 인도에 쌓인 눈을 즉시 제거한다.
우리집 건너편에 사는 사람은 해군 대령으로 명예제대 (겸 은퇴) 를 한 함장인데.. 동네 근처를 개와 Walking 하면서도 단정한 카키 바지에 셔스를 입고 다닌다.
트럼프를 열렬히 지지하는 공화당원이며 얼마전 흑백
갈등때 등장한 Black Lives Matter 에 약간의 twist 를 가미한 All Lives Matter 이라는 큼지막한 피켓보드를
집 앞에 떠억~ 걸어 놓은… 특이한 사람이다.
얼마전에는 제설기 (Snow Plow) 까지 사서 눈만 내리면 제일 먼저 나와 부르릉 제설기에 발동을 걸고 집앞과 인도를 깔끔하게 관리하는 사람이다.
자 그런데 아까도
얘기했듯이 낙엽이 떨어졌다.
그리고 집앞에 낙엽이 수두룩 쌓였다.
그런데 왜 Action 이 없을까?
낙엽과 눈과의 사이에 무언가 다른 것이 있단 말인가?
그렇게 부지런하고 집앞 눈 관리에 앞장서던 예비역
해군 함장께서 두문불출이다.
왜 그럴까… 에 대한 해답은
내가 가지고 있다. ㅎㅎㅎ
나도 낙엽에 대해 즉각적인 Action 을 안 취하고 있다.
그 이유는… 바로 <바람> 때문이다. ㅎㅎㅎ
우리 동네에서 근 30여년간 살아온
나는 바람에 대한 Know How 가 있다.
단도직입적으로 얘기해서… 내가 1-2시간 걸려 시간과 노력과 체력을 소모하여 수북히 쌓인 낙엽처리 과정을 거칠 것을, 단 몇분만에 Mr. Wind 는 깔끔하게 처리해 주기 때문이다.
겨울로 접어드는 이즈음 내가 사는 이곳엔 바람이 Planned
Schedule 인양 불어 온다.
이 바람이 불면.. 이 바람만
잘 타면~ 낙엽의 판도는 바뀐다. ㅎㅎㅎ
어제의 미소 (우리 집앞엔
낙엽이 없다는) 가 오늘의 짜증 (바람때문에 날아온
수북히 쌓인 낙엽들) 으로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낙엽에
대해서만은 즉각적인 행동을 자제한채 (?) 조금 더 관망을 하고 있는 것이다.
나도 너도 그 예비역 해군제독도 … 바람의 마법과 자비를 조용히 기다리며 섣부른 행동을 자제하고 있는 것이다.
저번 주말 토요일… 나는 생각했다.
바람을 기다린다는 것은 … 결국 우리 집앞 낙엽이 다른 집으로 옮겨지는 것을 갈망한다는 것이 아닌가?
이게 양심에 찔렸다.
그래서 없는 시간 (?) 내어서 약 4-50분 동안 쌓여있던 낙엽을 Rake 로 쓸어 모아서 큰 쓰레기 봉지에 꽉꽉 눌러 3개를 쌓아 놓았다.
손을 털며… 부듯한 마음을
가졌다.
그 봐라… 나는 적어도 이렇게
선한 행동을 하는 사람이다.
너희들 처럼 바람이라는 요행을 기다리며… 이웃으로 나의
낙엽들이 날아가기를 기다리는 사람은 아니다 … 이렇게
속으로 중얼대며…
그런데…
하나님이 내 편이 아니셨다.
어제 새벽에…
강한 바람이 불었다.
새벽무렵… 불길한 마음에
잠에서 깼다.
후다닥 일어나 창밖을 내다보니… 오~ 주여~ 왜 나를 버리셨나이까…
보이지 않던 낙엽이… 북풍을 타고 .. 죄다 우리집 앞 마당에 다 모인듯하다.
(인증샸으로 사진을 찍어서
아래에 올리니 확인하시기들 바란다.. ㅎㅎㅎ)
이제 왠 말이냐?
나로선 그래도 내 집앞에 있던 낙엽은 내가 처리해야
한다는 일념으로 깔끔히 정리를 해 놓았는데.. 내가 낙엽 작업을 할 때
이웃집 인간들이 나를 힐끗힐끗 쳐다보며 황급히 집으로 들어가던 그 모습이 .. 결국…나의
앞길을 내다보지 못하는 … 그 우둔함 (?) 에 대한… 질책의 미소였단 말이가?
오늘 오후에 눈이 온다고 하길래.. 낙엽제거는 (바쁜 월요일) 시간관계로 당장 할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한쪽으로 몰아는 놓아야 눈이
내려도 나중에 제설이 용이할 것 같아서 아침에 잠깐..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해군제독 아저씨가 제복을 입고 개 산보를 갔다 오다가 나의
이런 모습을 보고… 한 마디 한다.
Hey soldier~ we may have
another wind coming up soon!
(이 친구 나랑 친해지더니만
나를 보면 가끔… 군대식으로 나에게.. Hey Soldier! 라고도 한다)
오 마이 갓!
그 그렇다면 이 친구는 … 계속해서 일기예보를 보고 제갈공명처럼 바람의 운행을 관찰하고 있었다는 말인가?
그 말을 듣고
하던 일에서 손을 떼었다.
내일 또 바람이 분다면… 나의 수고는 헛수고.
아니면 내 고민이 일순간에 없어질지도… ㅎㅎㅎ
요지경이다.
세상사와 같다.
엣날 얘기중에 혹 떼러 갔다가 혹 하나 더 붙여서
온 사람도 있다.
말짱한 기계 정비한다고 만졌다가 기계 망가뜨린 사람도
있다.
공부 잘하는 아들 놈 가만 놔두면 지가 알아서 잘
할텐데 노파심에 이런 저런 충고과 잔소리 짬뽕믹스 때렸더니 뒤집어 업고 가출한 내가 아는 지인의 아들도 있다.
그 반대로 세옹지마의 인생들도 많다.
중국 어느 노인이 키우던 말이 어느날 도망을 갔다.
슬퍼하는 노인에게 사람들이 “어떻게 될지
모른다” 며 위로를 했다.
얼마후 그 말이 딴 말을 데리고 돌아왔다.
사람들이 부러워하자 “어떻게 될지
모른다” 며 노인은 태연해 했다.
얼마후 그 말을 타던 아들이 낙상하여 다리가 부러졌다.
사람들이 “어떻게
될지 모른다” 며 위로했다.
얼마후 전쟁이 일어나 마을 청년들이 전쟁터로 끌려나가
다 죽었지만 아들은 부러진 다리 덕분에 무사할 수 있었다.
인생에 있어 복이 화가 되고 화가 복이 되는 등.. 그 변화는
예측할 수 없다.
때로는 나쁘게 보이는 것이 좋은 것으로 판명되고 좋게
보이던 것이 결국 나쁜 결과를 낳기도 한다.
이것이 인생사 새옹지마라는 말이다.
인간의 노력도 하나님이 약 5분간 북풍만
살짝 일으키시면 물거품이 된다.
인간의 실망도 하나님이 남풍을 일으키시면 엷은 미소를
짓게 하신다.
바람은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다.
하나님의 섭리도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내 마음의 평안과 내 나름대로의
결단이다.
그러므로 제갈공명처럼 바람의 운행을 바꾸려 하지말고
요한복음에서 말하는 “평안을 너희에게 끼치노니 곧 나의 평안을
너희에게 주노라” … 라는 그 약속에 의지하는 것이 옳바른 태도이다.
이제 나는 바람을 기다리지도 바람에 의존하지도 않는다.
Que sera sera…
whatever will be will be..!
어디 내가 걱정하고 원한다고 인생이 그렇게 흘러가던가?
Let it be!
불건전성이 농후한 비틀즈도 이 한마디는 옳바르게 했다.
Let it be!
그냥 냅둬~
ㅎㅎㅎ
냅두자!
샬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