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스시 주방을 맡으려면 평균 8-10년이 소요된다고 한다.
8년 정도가 지나야 감히~ 생선에 손을 댈 수가 있다는데, 그동안 하는 일은 청소와 설거지를 기본으로 채소를 썰고 밥을 짓고 뒷 정리를 하는 일이다.
그 과정을 거친 다음, 어느날 스승이 ‘이제 너에게 생선에 손을 댈 수 있는 영광을 주겠노라!’ 라는 축복을 받고 난 다음에야 … 비로서 자랑스런 <스시맨>의 길을 걷게 된다고 한다.
이것이 <장인> 정신에 입각한 훈련과 인내를 거친 영광스런 길이라고 한다.
이게 먼 영광스런 길인지 원… ㅎㅎㅎ
이거 겉으로 보면 멋지고 장인정신이 투철한 자랑스런 (?) 과정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대 시각으로 …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진짜 … Waste of Time 이다.
일본이 한국에게 반도체에서 (+ 디스플레이, 스마트폰, 제철 등등) 추월당하고 이제는 찍소리도 못하는 이유는 아이로니컬 하게도 바로 이런 ‘정신적’으로 지켜져 내려오는 그러나 ‘현실적’ 으론 걸림목이 되는 ‘장인정신’ 에있다.
1970년도 후반기에 삼성이 반도체에 발을 들여 놓았던 초창기 시절, 한국 반도체는 그 Chip 의 수명이 (quality) 허접하여 일본에 비하면 수십배 정도 짧았다.
일본은 한국이 자기네들 따라 오려면 수십년이상 걸릴거라고 큰 소리 쳤다.
그런데 80년도 중후반 부터 반도체 페러다임이 Mainframe 에서 PC 기반으로 바뀌게 되었다.
한국이 재빨리 … 그 기회를 치고 들어 갔다.
비싼 메인프레임에서는 반도체 수명이 짧은게 치명적이지만, PC 에서는 상대적으로 값도 싸고 PC 자체도 수년 후면 교체하는 패턴이기에, 반도체 수명이 짧아도 가성비가 좋은 한국 반도체가 먹히기 시작했다.
그런데.. 일본은 피식~ 웃었다.
감히 고질의 장인정신으로 무장된 우리 반도체를 두고 그 누가 수명이 짧고 질이 낮은 삼성 반도체를 쓰겠냐며… 급하게 변하는 Market 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다.
물론 그 당시 Mainframe 시장도 여전히 큰 market 이긴 했지만, 급격히 확장되는 PC 시장에 장인정신이라는 것은 그리 큰 (그리고 오직의) 매력은 아니었다.
소비자들은 장인정신이건 사무라이 정신이건, 누구든지 가격이 좋고 수요를 빨리 충족시킬 수 있는 Product 이면 만족했던 것이다.
이것이 글러벌 비지니스의 페러다음을 바꾼 Market-Driven
Strategy 였다.
그리고 장인정신 운운하며 자아도취와 안일함에 빠져있었던 일본의 큰 실수 중 하나였다.
소림사 얘기를 한다.
지금은 어떤지는 몰라도, 소림사에 입문하여 위대한 고수가 되려면 이 역시 십수년의 수련이 필요하다.
이 수련은 몇 년간의 주방일, 설거지, 나무 패서 장작 마련하기, 물길어 오기, 사찰 청소하기 등등… 무술과는 전혀 상관없는 ‘예비’ 과정을 필수적으로 거쳐야 한다.
이 과정을 수련(?) 하고 나면, 영화에 나오듯이, 1st chamber 를 거쳐 마지막 36th chamber 라는 마지막 최고도의 과정을 거쳐, 드디어 고수가 된다는 (물론 뻥이 많이 가미된) 얘기다.
이런 과정을 거친 자칭 무술 고수들이 얼마전, MMA 격투기를 불과 5년 정도 수련한 이종격투기 선수들에게 줄줄이 그리고 처참하게 불과 3분여 만에 눈탱이가 밤탱이가 되고 코피가 줄줄 흐르고 바닦에 내 동댕이 치는… 챙피를 당하며… 무너져 버리는 해프닝들을 우리는 유튜브를 통해 많이 보고 있다.
승리한 격투기 선수들은 5년동안 청소하고 빨래하고 심부름하며 인내를 가지고 그 떄와 시기를 기다린 것이 아니라, 도장입문 다음날 부터 본론으로 들어가 격투기 기본 스탭부터 시작해서 펀치 키킹 그래플잉등등 진짜 기술과 트레이닝을 받은 것이다.
그래서 30년 무술 연마한 당랑권 고수 태극권 고수 점혈권 고수들을 5년 배운 격투기 신인 선수가 그냥 아작~을 내어 버리는 거다. ㅎㅎ
한번 생각 해 보자.
10년간 주방 시다로 있어야 스시 장인이 될 기회를 주는것을 비롯하여 십수년 궂은 일과 심부름을 해야 무술을 드디어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주는것 … 이런 ‘규칙’을 누가 정하였는가?
전통이라고?
그러면 그 전통은 누가 만들었는가?
아니 단도직입적으로 그런 전통이든 규칙이든.. 그런 것을 만들면 가장 혜택이나 이익을 보게되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그렇다… 그 사람들이 그런 규칙을 만들고 자기 밥그릇과 자기 뱃속을 불리고 있다.
만일 스시 배우러 들어 온 청년이 1년만에 자기 보다 스시 기술이 좋아진다면… 이건 골치거리다.
자기 밥그릇도 위험할 뿐더러… 도무지 자존심땜에 잠을 잘 수가 없을 것이다.
그래서 장인 정신 어쩌고 하면서.. 이런 저런 과정과 씨잘데 없는 훈련과정 … 인내 과정을 내밀며… 자기가 원치 않는 이상은 그 친구가 자기를 넘어 설 수 없게 제도적으로 족쇄를 걸어 놓는 작업이 바로이 ‘장인’ 정신 어쩌고 이다… 라고 말하면 너무 오버 하는 것인가?
아~ 당연하다… 당연히 특정 예술 분야엔 이 장인정신이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은 천연기념물을 보호하듯 예술 정신을 보전해야 하는 분야의 얘기이다.
원 세상에… 음식 만드는데… 집중적으로 가르치고 실전에 빨리 투입하고 노하우 가르쳐 주어서 훈련 시키면 1년 정도면 훌륭한 Chef 를 배출할 수 있는데, 지일~질 끌고… 청소 2년 시키고… 설거지 2년 시키고… 채소 준비하는거 2년 시키고… 밥 짓는 거 2년 시켜야… 제 정신이 들어서 드디어 스시에 손을 대게 하는 것이란 말인가?ㅎㅎㅎ
이건 솔찍히 얘기해서 자기 밥그릇 지키는 갑질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니까 바보가 아닌 일본 젊은이들이, 마치 우리나라 농촌에서 젊은이들이 사라지듯, 스시맨으로 지원을 안 하는 탓에, 지금 일본 스시집에 가면 필리핀 중국 스페인 스시맨들이… 많이 보인다고 한다.
우리는 거의 모든분야에서 이런 비능률적인 사고방식에 젖어 있다.
옛날에는 집안에 며느리가 들어 오면 거의 10- 20여년 이상을 지켜 보다가 곡간 열쇄를 맡겼다고 한다.
왜 10-20 년이 걸리냐고?
그것은 그 시어머니가 그 10-20년 동안… 밤마다… 생각하고 생각해 봐도 … 집안 열쇄를 며느리에게 양도하는것이 도무지 … 용납 (?) 될 수 없는 서글프고 그리고 자신의 쇠태함을 인정하는 짓 밖에 안되기에.. 그 오랜 기간을 기다리고 애 먹이다가… ㅎㅎㅎ 그제서야 마지못해… 내어 주기 떄문이다.
이런걸 그냥 미회된 말로 가내 전통이라고들 한다.
재질과 능력이 있으면 과감하게 밀어주고 비껴주고 키워줘야 하는게 맞다.
안다. 그게 나의 마음을 쬐끔은 … 아프게 한다는 것을.
내가 설움을 견디며 어렵게 어렵게…. 이 자리에 왔는데… 너도 내가 당한 그 고통을 한번 당해 보고 내 마음이 시원해 지면 그때 너에게 양보하마…. 이게 속 마음 아닌가?
그런데 상대방이 나에게 그런 고통을 준 장본인이 아닌데 왜 그에게 그런 과정을 똑같이 겪으라고 하는 것인가?
이거 문제가 아닌가?
예전에 군대가서 내가 겪은 일인데… 정말 배우지 못하고 막일 하다가 군대 들어온 정 병장이 있었다.
군대는 일단 계급이 우선이다.
신병들이 왔는데 한 명은 정육점에서 고기 손질하던 박 이병이고 한명은 음대 성악과 다니다 온 김 이병이다.
우서운게, 그 당시 철조망을 넘어 들어온 개를 우루루 잡더니 요리를 하란다.
당연히 박 이병이 손질을 하는데, 정 병장이 얌마… 그거 그렇게 하면 어떡해.. 이렇게 해야지.. 하며 코치를 한다.
군대에선 계급이 경험이고 실력이고… 다 깔아 뭉갠다.
새 군가를 익혀야 하는데 당연히 김 이병에게 앞장 서라고 했다.
그런데 정병장이 얌마~ 거기 좀 세게 불러야지.. 그리고 박자가 그게 뭐냐~ 하며 보컬 코치를 한다.
실력이고 경험이고 뭐고간에.. 계급장이 하라면 해야 하고 그게 최고권위가 된다.
젊은 스시맨 후보자가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참신한 메뉴아이템이 있어도 나이 먹은 스시 스승이 ‘얌마~ 넌 그냥 설거지나 하면서 하라는 거나 해~’ 하며 결코 기회를 주지 않는다.. 그러면서 장인정신… 전통… 을 핑게대며자기 밥통을 놓지 않는다.
교회에 새로 부임한 목사님이… 몇년 시간이 흐르면 .. 이제 모든 것을 자기 스타일로 바꾸고 싶어 한다.
Nothing wrong here yet~
프로페셔널 인테리어 디자이너인 김집사가 있는데도… 카펫과 드레이퍼리 그리고 본당 내부 색깔을 이런색 저런색으로 바꾸란다.
합창지휘 전공 지휘자 박 집사가 있는데도, 이렇게 저렇게 편곡하고 악기도 여기 저기 써 보라고 한다.
General Contractor 라이센스까지 있는 정집사가 있는데도, 지붕 공사는 이렇게 저렇게 해야 한다고 지시를 한다.
컴 전공하고 비지니스까지 하는 최집사가 있는데도, 이 컴퓨터로 이런 저런 모델로 교체하라고 한다.
음악 박사에다 프로들과 드럼 연주 경력 수십년인 원집사가 있는데도 여기서는 림.샷을 하고 저기서는 플로어 탐을 많이 사용하라고(어디서 들으셨는지) 지침을 내린다.
이 모든 것이… 담임목사라는 그 ‘계급 (???)’ 하나 때문에 가능하다고 생각 하시는 거다.
이분에겐 다음의 catch
Phrase 를 들려 드리고 싶다.
“약은 약사에게 … 진료는 의사에게… 설교는 목사에게… 지휘는 지휘자에게… 등등등>
전통를 잘 지키려는 사람들 중 대부분은 선한 의도를 가지고 있다.
장인 정신이라는 프로페셔널리즘을 보존하려는 사람들 중 대부분은 역시 선한 의도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가끔 적지 않은 숫자의 사람들이… 이런 순수한 의도를 왜곡하고.. 자신의 신념사수와 이권을 위해 쓸데없는 시간소모의 과정과 방법을 … 고집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합리적인 이유와 근거없이 제도나 전통 그리고 원칙이라는 그 자체의 목적 때문에 더 효율적이고 더 능률적이고 더 미래지향적인 제도나 방법을 허용 안 하는 그것이야 말로… 개혁의 대상이 된다.
우리는 정말 좋은 <스승> 이 필요하다.
장인 정신이란 미명하에 10년간 생선에 손도 못대게 하는 스승도 아니고, 무술의 대가를 만든다며 훈련이란 이름하에 갖은 고생 20년간 시키는 스승도 아니고, 자질과 능력이 보인다면 집중 훈련을 통해 단 시간 내에 나를 뛰어 넘는 새로운 리더로 멘토링을 해 줄 수 있는 스승이 절실히 필요하다.
그리고 그런 제자를 보고 아낌없이 박수를 쳐 줄 수 있는 스승이야말로 진정한 스승일 것이다.
성경에서 위대한 세례 요한이 말했다.
<그는 흥하고 나는 쇠하리라>
새로운 사람이 일을 잘 할 수 있도록 밀어주고 도와 줘야 하는게 겸손과 사랑의 기독교 정신이기도 하다.
어떤 책에서 읽었다.
평생을 살아가면서 1명의 진정한 스승과 10명의 진정한 친구, 그리고 100권의
좋은 책을 만들 수 있다면 그것은 정말로 성공한 삶이다 라고.
우리가 그 한
명의 진정한 스승이 되어 보면 어떨까 싶다.
어렵겠지만.
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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