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칼럼

Page Title Facebook 커뮤니티에 연재된 스티브의 페이스북 칼럼입니다. 생활속의 다양한 주제에 대해 개인의 생각과 의견을 모았습니다.
제목스티브의 Facebook 칼럼 2 (08) – 백로야 가마귀 노는 곳에 가지 마라!2026-04-29 09:44
작성자 Level 10
어떤 노인이 말했다… 은퇴를 하면 즐길 시간이 많아질 줄 알았다고.
그런데 막상 은퇴를 해보니… 시간이 많은 게 아니라
“시간이 나를 쳐다보고 있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아침을 먹고 나면 점심이 걱정되고, 점심을 먹고 나면 “이제 뭐 하지?”가 고민된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 노인이 결심했다.
“그래! 인생은 적극적으로 즐겨야 한다!”
그는 혼자 크루즈 여행을 떠났다.
바다 위에서 먹고, 자고, 놀고, 공연 보고…
이보다 더 좋은 인생이 어디 있겠는가.
문제는…
이 노인의 ‘오지랖’이 너무 과했다는 데 있었다.
그는 배 안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남의 카드게임에 끼어들고,
춤추는 사람들 사이에 슬쩍 들어가고,
모르는 사람 대화에 “맞아요!”를 외치며
어느새 ‘크루즈 공식 참견러’가 되어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배의 맨 앞쪽 갑판으로 바람을 쐬러 나갔다.
마침 젊은이들이 맥주를 들고 웃고 떠들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자 노인의 가슴이 다시 뜨거워졌다.
“그래! 나도 아직 젊다!”
그는 자연스럽게(?) 그들 사이로 끼어 들었다.
누군가 건넨 맥주를 들고, 괜히 어깨를 들썩이며 리듬을 타고 있었다.
그때였다.
한 여자가 중심을 잃더니
“꺄악!” 하고 그대로 바다로 떨어졌다.
순간 아수라장이 되었다.
“사람 살려!”
“누가 좀 구해줘요!”
하지만…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때.
첨벙!
그 노인이었다.
아까까지 맥주 들고 춤추던 그 노인이
가장 먼저 물속으로 뛰어든 것이다.
그는 허우적거리며 여자를 붙잡았고,
위에서는 사람들이 서둘러 구명튜브를 던졌다.
결국 두 사람 모두 무사히 구조되었다.
갑판 위에서는 박수가 터져 나왔다.
“대단하십니다!”
“진짜 영웅이세요!”
“젊은이들도 감히 뛰어들지 못하는 바닷속을 뛰어드셨어요!”
한 사람이 감동한 얼굴로 물었다.
“할아버지~ 어떤 마음으로 그렇게 용감하게 뛰어드셨습니까?”
그러자 그노인이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채 크게 소리쳤다.
“도대체 어떤 놈이 나를 밀었냐?!”
사람들은 킥킥 웃음을 참느라 고개를 숙였다.
그 사건이 있고 난 후,
노인은 좀 얌전해지는가 싶었다.
하지만 사람은 쉽게 안 변한다.
불과 30분 후 같은 갑판, 비슷한 분위기에서.
또 한 여자가 바다로 떨어졌다.
이번에도 사람들은 소리만 지를 뿐,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 순간.
첨벙!
또 그 노인이었다.
이번에는 더 빠르게 뛰어들었다.
마치 준비라도 하고 있었던 사람처럼.
결국 이번에도 두 사람은 무사히 구조되었다.
사람들은 다시 박수를 쳤다.
“와! 또 구하셨네요!”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수퍼맨이세요!”
그런데…
노인은 갑판 위로 올라오자마자
숨도 고르지 않고 분한듯 소리쳤다.
“야!!! 어떤 놈이냐!!!
내가 밀었을 때 피한 놈… 어떤 놈이냐??”
인생은 참 아이러니하다.
우리는 흔히
“적극적으로 살아라”
“기회를 잡아라”
이런 말을 듣고 산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세상에는
“굳이 가까이 가지 않아도 되는 자리”가 있다.
그런 곳에 가거나 그냥 서 있으면서
“나는 그냥 구경만 해야지”라고 생각해도
어느 순간 사건의 한가운데에 서 있게 된다.
심지어 누가 밀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더군다나 남에게 책임을 물어 그사람을 밀려고 해도 미꾸라지 처럼 쏙쏙 피하는 세상인데 말이다.
이 노인은 두 번이나 영웅 소리를 들었지만,
본인은 전혀 원하지 않았던 헛깨비 영웅이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그의 가장 큰 실수는 단 하나였다.
“있을 필요가 없는 자리에 있었던 것.”
그래서 인생의 지혜는 가끔 이렇게 단순하다.
문제가 있는 곳엔… 얼씬거리지 말자.
구경만 하려다가 사건의 주인공이 되는 수가 있다.
그래서 지혜로운 우리 선조들이 오지랖이 넓은 선비들에게 그랬나 보다.
“백로야, 가마귀 노는 곳에 가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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