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스가 텅텅 비어있다.
어제 사실은 금년들어 최고의 Snowstorm 이 온 것이 사실이다.
일기예보는 6-15인치 가량이라고 예상했는데 내가 Deck 에 쌓인 눈을 재어 보니 진짜 15인치가 넘는다.
어쨋든 나도 어제는 집에서 Remote Work 을 했다.
쌓인 눈을 두고는 못 보는 성격이라, 아침에 한번, 중간에 한번 ,오후에 한번, 도합 세번에 걸쳐 눈을 치웠는데 거짓말 안 보태고 허리가 아파 죽겠다.
미국사람들은 엄살이 무척 세다.
매 월요일에 있는 Standup Meeting 에서 업무에 관한 얘기는 안하고 15분 내내 … 내일 폭설이 올것이다.. 되도록이면 집에서 일해라… 운전할때 조심해라 등등.. 마치 전쟁을 앞둔 사람들 같이 심각하게 눈 얘기만 하다가 미팅을 끝냈다.
한술 더떠 오후 중간 쯤 되니까 바깥이 흐려지며 약간의 진눈깨비가 내린다.
그러자 하나 둘씩 Laptop 을 접어 백에 넣더니만.. 집으로 향한다.
그러면서 ‘Stay warm
inside~” 라며 손까지 흔들어 보이며 퇴근을 한다.
오늘 아침… 눈도 안오고 햇볕도 나길래 회사로 나왔다.
사실 집에서 그냥 일 해도 좋긴하다.
큼지막한 32인치짜리 모니터와 27인치짜리 모니터가 있어서 전혀 집에서 일해도 불편한 점은 없다.
그런데 내일로 다가오는 Thanksgiving 연휴를 즐기기 전에 먼가 Productive 하게 일을 매듭지어야 할것 같아… 자발적으로 회사로 나왔다.
예상대로 파킹장이 텅텅 비어있다.
Office 로 들어 와 보니.. 우리 부서엔 아무도 안 나왔다.
적어도 우리 팀만 2-30 여명은 될텐데.. 딸랑 나 혼자뿐이다.
저쪽 부서에 2명이 보인다.
그중 한명이 커피를 따르러 왔길래 잠깐 얘기를 했다.
그 친구도 나와 같은 60대 이다.
요즘 젊은 애들은 너무 엄살이 많다고… 그 친구가 웃으면서 얘기를 한다.
그러고 보니.. 젊은 것 (?) 들은 죄다 집에서 일하고 늙은 것 (?) 들만 회사에 와서 일 하는 것 같다. ㅎㅎㅎ
내 나이에는 알아주라고 이런 짓은 안한다.
떙스기빙 전 날이라 해야 할 일도 거의 없다.
오기로 한 Client 로 부터의 작업은.. 그들조차 일찍 땡스기빙 연휴를 떠난지라.. 오지 않았고, 덕분에 모처럼 이렇게 회사에서 글을 쓰고 있다.
이것도 감사해야 할 제목이다.
땡스기빙에는 뉴욕에서 큰 아들 부부가 오기로 되어있다.
어제 폭설 속에 도착해서 분위기 살려 (?) Snow Mountain 쪽으로 먼저 하루 동안 스노우보딩을 하러 올라 갔단다.
이게 나이 차이 세대차이 인가 보다.
나 같으면 그냥 집으로 곧 바로 와서 안전하게 (?) 그리고 따뜻하게 지낼텐데… 눈이 오니까 강아지처럼 더 날뛰며 돌아 다닌다. ㅎㅎㅎ
눈길을 운전하다 보니까 어떤 차들은 미끄러운 눈길도 상관없는듯 전속력 (?) 으로 달린다.
쳐다보면 100% 젊은 애 들이다.
그런데도 안 미끄러 진다. ㅎㅎㅎ
하기사 내가 20대였을땐… 40분 걸리는 거리를 15분에 가곤했다.
40마일 Zone 을 90마일 Over Speed 로 잡혀 Driving Education 까지 받기도 했고, 별 목적없이 Cruising (특정거리에 차 타고 나가서 그냥 부릉부릉대고 계속 도는 거) 을 한 밤중에 하기도 했고, 내 앞에 딴 차가 끼는 것을 용납(?) 못한 시절도 있었는데… 세월이 가긴 했나보다!
이제 차는 기분으로 타는게 아니라 그냥 교통수단으로 전락해 버리고 말았다.
젊었을땐 눈이 오고 비가 오는것이 짜증나기까지 했는데, 지금은 은근히 좋다.
이것도 나이 탓인가?
젊었을땐 내 기억으로 3일동안 한숨도 안자고 친구들과 놀아본 적도 있다.
지금은 하루만 안 자면 그 다음 3일을 빌빌대야 한다.
젊었을땐 무슨 깡인지 고물차 한대 사서 시카고에서 켈리포이나까지 눈발이 휘날리는 후리웨이를 중간에 서너번 고장난 차 땜에 멈추기까지 하면서 운전했던 적도 있다.
이 역시 7년전 보스톤에서 직장 관두고 콜로라도로 복귀할때 폭설속에 혼자 솔로운전한 것을 마지막으로 더이상 그런 짓(?)은 안 한다. ㅎㅎㅎ
진짜 나이가 들어 가니까 나도 모르게 변하는 것들이 많다.
가끔 나이 생각 안하고 젊은 척 하며 옛적 행동을 해 보는 사람들이 있는데… 아서라… 나도 다 해 봤지만..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저 자신의 나이에 충실하게 행동 하는게 제일이다.
나이들었어도 거뜬하다는걸 보이려고 젊은이들이 한 겨울에 반바지 바람으로 돌아 다니는걸 따라했다가 요단강 도강 일보직전까지 간 사람들도 있다.
그냥 겨울이 오면 내복을 입어라. 나이 든 사람이 그게 먼 수치 (?) 스러운 일이냐?
나이 들어 머리 좀 빠지면 어떠냐.. 이리 저리 빗질해서 이주일 처럼 요상하게 옆으로 홀라당 올리지 말고 그냥 올백을 하든지 짧게 깎아 버려라… 죽을때까지 20대 머리 하고 죽으려나?
나이가 들면 주름살이 생기는건 당연하다.
그걸 그냥 보톡스 디리따 집어 넣어서 웃어도 덤덤 울어도 덤덤한 얼굴 만들지 말고.
그냥 순리대로 사는게 최선이다.
그리고 지금의 나를 감사하며 사는게 최고의 삶이다.
주름도 감사… 느려진 것도 감사… 겁쟁이 된 것도 감사.
나의 나됨을 감사하며 살고싶다.
뒤 돌아 보니… 열거하지 않더라도 정말 감사 투성이다.
이제 내일이 땡스기빙데이다.
잠깐 멈추고 받은 만복을 생각해 본다.
지나고 나니… 슬프고 괴롭고 쓸쓸했던 모든 것들도… 결국 감사할 수 있게 된다.
그러므로 이번 땡스기빙데이에는 정말 나의 모든것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지내기를 작정해 본다.
땡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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