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사람들이 나보고 왜 수염과 구렛나루를 기르냐고 묻는다.
참 대답하기 멋하다.
멋있기 때문에 기른다고 하면 착각 (?) 속에 산다고 할까바 겁난다. ㅎㅎㅎ
귀찮아서 그냥 놔둔다 라고 하면 게으른 사람같이 보일까바 불편하다.
남자의 상징이기에 기른다고 했다간 수염 안 나시는 분들의 원성이 눈에 선하다.
솔찍한 결론부터 얘기한다.
내가 턱수염과 구렛나루를 기르는 이유는 … 멋 부리기 위해서도 아니요 귀찮아서 방치해서도 아니다.
나는 수염과 구렛나루가 있으면 왠지 마음이 <안정> 된다.
이게 왠 뜬금없는 소리냐고 하실 분 들도 있겠지만 사실은 사실이다.
총기를 휴대하는 사람들에게 설문조사를 해 보았다고 한다.
총기를 휴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아마도 유사시를 위한 <안전대책> 일 것이다.
그게 무슨 말인지는 다 알것이고… 그러나 가장 큰 이유는 아니지만 부가적으로 얻어지는 혜택이 있으니.. 이름하야 마음의 <안정> 이다.
먼가 든든하다는 것이다.
혼자 어두운 길거리를 걸어 가는 것 보다 친구들과 함께 가면 왠지 마음이 든든한 것 같이 말이다.
사실 개를 데리고 가도 혼자 가는것 보다는 마음이 안정된다.
그런데 먼 수염이 마음의 안정과 관계가 되냐고?
사실이다.
한번도 수염을 안 기른 사람들은 내 말을 이해 못할 것이다.
한번 길러 보라.
나의 말이 진리로 느껴질 것이다.
그리고 그 진리가 당신을 자유롭게 할 것이다… (어디서 많이 들은 말이다… ㅎㅎㅎ)
다른 사람은 잘 모르겠다.
그러나 나는 비가 쏟아지고 눈이 펑펑 오는 날을 이상하게도 (?) 좋아한다.
약간 비정상 끼(?)가 있지 않냐고 물으신다면 그렇수도 있다고 대답하겠다.
그러나 바깥에 함박눈이 펑펑 쏟아지는 날이면 나의 마음은 한 없이 포근해 진다.
안하던 짓… 즉, 커텐을 열고 바깥에 쏟아지는 눈을 바라본다든지… 비가 주룩주룩 내리면… 안 하든짓, 즉 커피 한잔을 애써서 타가지고 그걸 마시며 내리는 비를 바라 본다든지.. 한다.
먼 주잡스럽고 어린애 같은 짓이냐고 할 분들도 있다.
하지만 나는 마음이 포근해 진다… 마음이 안정된다.
삼천포로 빠졌는데 다시 수염으로 돌아 간다.
일단 내가 수염을 기르는 것은 현 상황에선 <멋> 하고는 솔찍히 관계가 없다.
젊었을때도 수염을 길렀었는데… 그때는 사람들이 하도 멋있다고 해서.. 진짜 그런가 착각(?) 해서 길렀음을 고백한다.
그런데 지금은 이 나이에 멋을 추구해 봤자 먼 이득이 있겠는가?
개성의 추구라면 몰라도 멋의 추구는 이제 지나갔다. ㅎㅎㅎ
그런데.. 이 수염은 동양인들에겐 근본적으로 그리 어울리지는 않는다.
그 이유는 다양하다.
일단 옷걸이 (?) 부터 살펴 보자.
수염/구렛나루는 일단 코가 크고 Profile
(옆얼굴) 이 좁아야 하고 얼굴에 각에 많아야… 어울린다.
미국인들은 얼굴도 작고, 코가 크고, 옆 얼굴도 좁고, 눈/코/입 등이 뚜렸하고 각이 많다.
그래서 그들은 수염을 기르면… 진짜 멋있고 어울린다.
동양인들은?
수염 잘 못 기르면.. 잔나비같다.
춘향전에 나오는 이방 같다.
에헤헤헤~ 하며 웃는 내시 같다.
많은 한국사람들이 이런 사실도 모르고, 남의 수염이 멋지니까 자기도 수염을 기르면 Upgrade 될 것같은 착각을가지고 있는데… 측은한 사실이다.
또 한가지, 서양사람들의 털은 한국인의 털 보다 부드럽고 그 밀도도 더 촘촘하다.
그래서 풍성하게 보이고 손질에 잘 먹힌다.
한국사람들 수염은 돼지털 수준이다.
여기 저기 솟구치고 삐져 나오고.. 볼쌍 사납다.
예전에 (정말 미안하다) 그렇게 조각 미남이라고 하는 이정재씨가 콧 수염을 길렀는데… ㅎㅎㅎ 솔찍히 안 어울렸다 (이정도 표현만 한다).
이병헌도 수염을 길렀었는데… 내가 보기엔 깔끔한게 훨 낫다.
어쩃든 이런 핸디캡이 많은 한국인이 조지.클루니의 멋진 수염을 보고 자기도 길러 봤자… 죄송하지만 … 호박에 줄 긋는다고 수박이 되느냐는 논리가 나온다는 것이다.
극 소수만이 이 <멋> 이라는 혜택을 수염으로 부터 가질 수 있는 것이 우리 한국인 들의 현 주소이다.
그다음으로는, 남자의 상징으로서의 수염을 기르는 사람들이 꽤 있다.
상징을 부각시킨다든지, 위엄을 나타낸다든지, 정체성을 나타낸다든지.. 하는 경우이다.
히틀러의 수염은 상징과 위엄이다.
그건 멋하고는 전혀 상관이 없다… 원래 히틀러는 미남하고는 관계가 없는 얼굴이다.
옛날 대신들이 거의 다 수염을 길렀었는데 이 경우도 멋보다는 위엄이나 정체성이 목적이었을 것이다.
카이젤 수염도.. 사람에 따라서는 멋있다고도 한다.. 어쩻든 그 수염은 그의 상징이 되어 버렸다.
나의 경우는 심리적인 이유가 많다고 말하고 싶다.
그런데 이상 한 것은 내가 수염을 길렀을때하고 안 길렀을때 하고 사람들의 반응이 확실히 틀리다는 얘기다.
미국 식당에 들어 갈 때도, 물건을 사고 계산 할 때도, 사람들과 초면에 인사를 할 때도… 미묘한 반응의 차이를느낀다.
어떤 사람들은 나를 보고 .. (더 엄밀히 얘기해서) 나의 턱수염과 구렛나루를 보고..
“예술적” 으로 생겼다고 말한다. ㅎㅎㅎ
이게 좋은 얘기인지 나쁜 얘기인지는 별로 신경을 안 쓴다.
예술적으로 생겼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아직도 나는 잘 모른다.
아마도 특이하게 보인다는 말이 아닐까 싶다.
암튼 나는 수염을 통해 마음의 안정을 얻는다.
내가 아직 젊었을때… 교회 성가대 지휘를 하며, 앞에 나가 특송을 하며, 찬양팀을 인도하며, 사람들 앞에서 행사도 인도할때… 그떄도 턱수염을 길렀었다.
아마도 꽤 많은 사람들이 … 불편했을 수도 있다.
왜 불편했을까?
불경스럽게 불순하게 보였나?
하기야 거기다가 머리까지 장발에다 긴 뒷머리는 묶기까지 했었으니… ㅎㅎㅎ 많은 성도들의 마음에 불편을 준 점 깊이 회개해야 하는지 … 약간 혼동이 된다.
그런데 이상 한것은… 교회 안에 미국인이 방문했는데… 그 모습이 장발에다 턱수염 구렛나루.. 팔둑에 문신… 귀에 귀걸이 .. 그리고 찟어진 청바지에 생수까지 들고 떠억 하니 앉아서 예배를 보는데… 이상하게도.. 성도들의 마음에 <불편> 이 없다.
이게 왠일인가?
만일 한국인이 어느날 그런 차림으로 들어 온다면 다들 색안경을 끼고 쳐다 보았을 것이다.
그런데 단지 … 그 사람이 한국인이 아닌 미국인 이라는 이유 만으로.. 이 모든 것이 <용서> 가 된다?
말이 길어 질 것 같아 더 이상 얘기는 안 한다만… Something wrong!
예전에 뉴욕에서 청과물 시장을 하던 젊은 그러나 신실한 장로님 얘기를 들었다.
새벽 2시에 나가서 거래 소매점들에 청과물을 다 배달하고 새벽 6시쯤 집에 들어가서 옷 갈아 입고 나오기 뭣해서 그냥 인근 교회 새벽기도회에 그 차림으로 직접 갔다고 한다.
나름대로 열심히 기도를 하고 나오는데, 집사로 보이는 깔끔한 양복입은 분이 젊잖은 어조로 약간 망설이더니만 얘기를 하더라는 것이다.
“형제님…. 하나님 전에 나오실땐 … 깔끔하게 차리고 나오셨으면 합니다…”
우리는 외모로 판단한다.
보석 달고 명품으로 치장하고 멋진 외제차에서 내리면 안내하던 집사들이 황급히 뛰어나가 맞이한다고 한다.
나도 출장중에 청바지에 허름하고 자유롭게 (?) 차리고 산호세에 있는 큰 교회 주일 예배에 참석 해 봤는데, ㅎㅎㅎ 다정하게 말 거는 사람은 바라지도 않았지만, 이상한 Alien 보듯 쳐다보는 느낌을 받은 적도있다.
어쨋든… 다시 수염으로 돌아간다.
수염… 기를수만 있으면 길러라!
멋으로 기르건, 상징으로 기르건, 우주의 평화를 위해 기르건… 남자가 자연적으로 나는 수염을 기르는것에 관해 제발… (특히 여자분들) 딴지를 걸지 말아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남자들의 최후의 자존심… 수염!
수염이여 영원하라!!!
Vive La Barb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