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경에 켈리포니아의 LA 북서쪽에 있는 Calabasas 라는 타운에서 약 2년간 직장때문에 기러기 생활을 한 적이 있다.
내가 거주했던 칼라베시스의 아파트는 대형 수영장만 3개나 되는 엄청 큰 아파트 단지였고, 그곳에서 약 5분만걸어 가면 라스 버지네스 (Las Virgenes) 라고 하는 트레일 코스가 있다.
처음에 그런 Trail 이 있다는 것을 전해 듣고 한번 하이킹 해 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아파트 사람들에게 물어 보고 구글맵으로 측정해 보니, 그 입구에서 시작되는 Trail 코스가 대략 3개 정도로 나뉘어져 있었다.
가장 근거리 코스는 Circle로 산등성을 한바퀴 도는 것인데 약 50분 가량의 거리였고, 가장 먼 코스는 사람들 말로는 6-8시간 걸려야 된다는 one-day 하이킹 코스였다.
그날 부터 (마침 여름철이었다) 구글 맵으로 자세한 확인을 거쳐 가까운 코스를 먼저 공략(?) 해 나갔다. 이게 보기에는 무척 쉬은듯 보인다. 그러나 실제적으론 조금 Unknown 요소들이 있다.
일단, 이 트레일에는 … 사람들이 정말 안 보인다. 한국의 등산이나 하이킹처럼 단체 그릅들도 안 보이고 군데군데 떼 지어 걸어 가는 풍경도 없다. 이 코스를 한번 돌아 제자리로 올때까지 나는 거의 사람들을 보지 못했고 정말 운 좋은 (?) 날이면 한 두번 마운튼 바이크 탄 사람이나 산악조깅을 하는 한 두 명 정도 보는게 전부였다.
그런데 이 코스는 전체가 Open 코스가 아니다. 처음엔 산도 보이고 나무도 보이다가, 어느 지점부턴 마치 아멜렉성을 치기 위해 사울왕이 숨어 있었던 그 계곡 같이 (ㅎㅎㅎ 내가 보지는 않았지만) 양쪽 옆이 바위로 높이 올라간 깊은 계곡같은 곳도 나오고, 영화에서 보는 넒은 광야 같은 곳에 마른 갈대만 무성하고 길 조차 잘 보이지 않는 곳도 나오고, 머리를 숙이고 나무가 울창한 개울을 건너 뛰어야 하는곳도 나온다.
처음 탐사 (?) 할땐, 왼쪽 루트로 약 20분 가다가 (겁이 나서) 다시 돌아 와서 오른쪽으로 20 여분 가다가 돌아 왔다. 그러다가 하나님의 보호하심을 굳게 믿고 ㅎㅎㅎ 어느날 히말라야 등반보다도 더 어렵다는 ㅎㅎㅎ 그 단기코스를 드디어 … 장하게도… 완파하였다.
지금 생각하면 우섭지만, 혹시 곰이나 삵쾡이 같은 짐승이 나올까바 (실지로 주의 문구가 싸인판에 쓰여 있었다) 그게 무슨 도움이 되겠냐만 근처에서 있는 나뭇가지를 꺽어서 ‘무기’로 삼고 걸어 간적도 있고, 계곡 지점에선 정말 이곳에 곰떼가 나타난다면… 나는 끝났다… 라는 조바심으로 후다닥 뛰어서 그곳을 지난 적도 있다. ㅎㅎㅎ
그러다가 몇번 다니고 익숙해 지니까 마음도 가벼워졌고, 그때부턴 주위의 경치도 살피고 어떨땐 웃통을 벗고 선탠까지 즐기던 추억이 있다.
그러던 어느날 토요일, 오후에 약속이 있기때문에 오전에 운동삼아 하이킹을 먼저 하려고 길을 나섰다.
위에서 말한 나무가 많고 개울을 건너는 지점에 다달아서, 마악 개울쪽으로 향하려는데, 섬뜩한 느낌이 들어 고개를 들어 보니 … 나무숲 반대편 방향에서 어떤 물체 (?) 가 움직이다가 급히 숨는듯한 모습이 느껴져 왔다.
아~ 아마 이런 경험 못해본 분들은 이해를 못 하겠지만… 정말로 머릿칼이 하늘로 솟는 느낌이었다. 처음 머리속에 드는 생각은… 저것은 어쩌면 곰일 수 도 있다… 그 곰이 나를 먼저 보고 … 공격을 하기 위해 일단 나무 뒷쪽으로 숨은 것이다.. 라는 생각이었다.
마침 그날 따라 가끔 가져가던 “보호용” 막대기도 안가져갔고, 급히 나오느라 하이킹 신발도 아닌 일반 스니커를 신었던 것이다.
일단 동작을 멈추고 조용히 경직된 상태에서 그쪽을 관찰했다. 여차하면 도망가야 하는데 다행히 내 위치가 유리하다… 왜냐하면 우리 사이에는 개울이 있었는데, 그 곰이 나를 공격하기 위해선 그 개울까지 내려와 건너야 하고, 그 사이에 내 생각엔 젖먹던 힘까지 발휘하여 달린다면… 적어도… 타지에서 곰에 먹혀 죽었다는 신문기사는 안 날것만 같았다.
그런데 그 곰도 영리했던지… 움직이지 않는다. 곰이 아닌가.. 하는 순간 그 곰이 밑으로 급히 움직이는 모습이 보였다.
고백한다… 내가 신앙 생활 수십년 하는동안… 그때처럼… 긴박하게… 처절하게… 진지하게… 다급하게… 하나님을 찾는 기도를 해 본 적이… 그 전도 그 후도 … ㅎㅎㅎ 없다.
우서운건… 기도를 하면서도… 그래 기도는 이렇게 하는거야… 라는 생각이 들더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생각나는것이 … 내가 즐겨 사용하던 호랑이 기도 예화가 생각나고.. 한걸음 더 나아가.. 콜로라도에 두고 온 처자 생각이 나고… ㅎㅎㅎ 내가 당하면 누가 발견 하나.. 만일 진짜 공격을 당한다면 어떻게 방어를 해야 하나… 죽은척 해야 하나… 젖먹던 힘까지 동원하여 옆차기로 곰의 급소에 내 질러야 하나… 등등… 정말 주마등같이 많은 생각들이 스치고 지나갔다.
그런데… 잠시 멈추었던 상대편 곰이… 드디어 그 모습을 들어냈다.
사연인 즉슨, 그것은 곰이 아니었다. 그것은 그날 마침 운동목적으로 처음 하이킹을 나온 나이가 지긋한 미국 아저씨였다.
그런데 ㅎㅎㅎ 그 아저씨가 내가 보기엔 적어도 250파운드는 넘는 기골이 장대한 사람이었는데, 그 사람도 나를 … 곰으로 알았다는 것이다.
그날따라 나는 약간 짙은 갈색 제킷을 입고 내가 즐겨 쓰는 회색 빵모자 (beanie) 를 쓰고 나뭇가지를 피하기 위해 고개를 숙이고 슬금슬금 걸어갔으니.. 아마도 나무가지 사이로 흘깃 흘깃 보이는 내 모습이 그에겐 영락없는곰의 모습으로 보였나 보다. ㅎㅎㅎ
피차간에 거짓 정보에 떨었다는 얘기가 된다. ㅎㅎㅎ
서로간에 안도의 한숨을 쉬며… 악수하며.. 웃으며… 손을 흔들었던 기억이 난다.
지금도 가끔 그날의 추억을 생각하며 혼자 웃기도 하지만, 사람은 False Information 에 의해 충분히 지배 당할 수도 있다는 실제 경험이기도 하다.
나의 순간적인 Mis-calculation 혹은 나의 잠재에 깔려 있는 편견들에 의해 수 많은 일들이 (특히 사람과의 관계) 사실과 다르게 인식되고 엉뚱한 방향으로 결과를 낳게 되는 경우들이 많은게 사실이다.
항시 이 교훈을 거울삼아 조심하고 있지만, 가끔 ‘허상’에 의해 걱정하고 근심하고 분노하고 낙심하는 나를 발견하게 되는데, 새해부턴 허상이 아닌 ‘실상’에 모든것을 맡기고 마음의 평안을 얻는 한해가 되기를 노력하려고한다.
샬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