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기 얘기를 좀 하려고 한다.
오케스트라 구성 악기는 다양하다. 그중에 Flute 는 알다시피 (헷갈리는 분들도 있다) 목관악기이다. 플루트가 금관악기가 아니라고??
조그마한 몸통으로 경쾌한 선율을 구사할 수 있는 플루트는 목관악기 중 유일하게 리드 (Reed) 가 없는 악기다. 리드가 없으니까 Lip
Plate 에다 숨을 불어 넣어 소리를 낸다.
이게 참 기묘한 악기라서 립 플레이트에 어떤 각도와 어느정도 세기로 숨을 불어 놓느냐에 따라 소리가 전혀 다른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그래서 연주때나 녹음시에 다른 악기들은 되도록 숨소리나 마찰음을 Filtering 하려고 하지만 이 플루트는 립 플레이트에 부딪치는 그 숨 소리 하나 하나까지도 묘하고 독특한 음색으로 여겨지고 있다.
오케스트라 연주하기 전 튜닝을 할때 기준음 A 음을 내어 주는것은 오보에 (Oboe) 수석주자의 특권이다. 이 오보에는 멀리서도 소리가 깨끗하게 잘 들리고 음 떨림이 없어서 악기들에게 기준음을 제공하고 있다.
오보에의 특이점 중에 하나는, 이 악기는 겹 리드이기 때문에 입술로 물고 공기를 불어 넣어 리드 (갈대 줄기) 두장이 서로 부딪쳐 그 진동으로 소리를 낸다는 점이다.
거슈원 (Gershwin) 의 랩소디 인 블루 (Rhapsody in Blue)를 들어 보면 시작 부분에 트릴과 글리산도로 피치가 올라가는 부분이 있는데, 이것은 바로 클라리넷의 매력을 보여주고 있다. 아마 낮은 음에서 높은 음까지 이렇게 한 숨에 글리산도를 깔끔하게 매력적으로 할 수 있게 하는 악기는 없을 것이다.
이 정도로 조연들의 얘기는 여기서 끝내고, 오늘 얘기는 1840년대 벨기에의 악기 제작자인 아돌프 삭스에 의해 개발된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색소폰에 관한 얘기다.
삭스 자신이 클라리넷을 불었다고 하는데, 목관악기의 장점을 금관악기에 옮겨서 양쪽의 장점을 모두 갖는악기를 만들고자 했다고 전해 진다.
처음에는 총 7가지의 색소폰이 개발되었는데 요즘 일반적으로 쓰이는 것은 소프라노, 앨토, 테너, 바리톤 색소폰이다.
내가 이 색소폰에 빠져 한동안 열을 올리며 연습에 집중한 것은 1990년 중반 정도가 된다.
물론 예전부터 색소폰의 매력에 대해 잘 알고는 있었지만, 어느 해 가을인가 다니던 회사에서 한국으로 출장을 가게된 것이 계기가 된다.
남들은 나더러 음악적 재능이 많아서 여러 악기들을 (기타, 피아노, 베이스, 드럼, 색소폰 등) 를 다룰 줄 안다고 하는데, 솔찍히 모르는 사람들 눈에는 그렇게 보일뿐 실제로는 그냥 흉내만 낼 뿐이다.
그날도 주중에 출장업무를 끝내고 함께 간 미국인 동료들을 주말을 이용하여 협력사 친구들이 데리고 놀러 (마시고 부르고 등등… ㅎㅎㅎ) 간다길래 나는 일이 있다고 Excuse하고 신사동에 있는 Once In A Blue Moon 에 간 적이 있다.
한국에 가면 빠지지 않고 들리는 재즈바이다.
그날 순서 중에 하나가 어떤 흑인 아저씨가 밀집모자를 약간 삐딱하게 쓰고 색소폰 (아마도 테너) 을 연주 하였는데, 거기서 그만 뽕~ 간 것이다.
미국 돌아 오자 마자, 야마하 (싸구려) Student Edition 앨토 색소폰을 하나 구입하여 시간 날때마다 독학을 했다. 그러고 보니 나는 다룰 줄 아는 모든 악기를 독학으로 배운 셈이다.
한가지 우서운 것은, 내가 기억나는 사람만 해도 5명이나 … 내가 색소폰을 사게 꼬셔서 (?) 무료 레슨까지 해 주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중 한명은 1달도 못 되어 자기 길이 아니라고 refund 하신 분도 계시고, 아무튼 오직 한분 만이 나의 수제자 (?) 가 되어 아직도 틈틈히 교회등지에서 색소폰을 부시는 분도 있다.
그렇게 정작 열정이 충만하던 나는근 10여년째 색소폰 한번 잡아보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반짝 열정과 진짜 열정은 차이가 나는 것이다.
우서운 에피소드가 있다.
LA 에서 이곳 덴버로 (회사때문에) 이사를 해 왔다.
LA 에서 처럼 이곳 새 교회에서 지휘를 맡았고 3주 정도 지난 다음 특송을 하라고 목사님이 부탁하셔서, 독창이야 자주 할터이니 색소폰 연주를 간 크게 하였다.
그때가 1994년도 이다.
기타 치는 것도 약~간~ 색안경을 끼고 볼 때 였는데, 왠 지휘자 집사가 왔는데 머리는 길게 길렀고 떠억하니 색소폰으로 복음 성가를 불렀으니… 가관 + 경악… 그 자체였을 것으로 미루어 짐작이 된다. ㅎㅎㅎ
왜 그랬는지 묻지 마시기 바란다. 굳이 대답 한다면.. 어린.. 마음에… 라고나 할까? ㅎㅎㅎ
이 획기적인 사건 이후로 잠시동안 교인들이 나를 보는 눈빛이 외계인 보듯 이상해진 적이 “잠시” 있었지만, 내친 김에 뭐한다고… 나는 ㅎㅎㅎ 과감하게 특송시간에 재능있는 사람들을 등장시켜 기타도 치고, 악기도 연주하고, 찬양시 드럼까지 동원하는 큰 (?) 일 까지 해 치워 버릴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던 것이다.
암튼 이 색소폰은 매력이 가득한 악기이다.
처음 시작하면 3-4개월은 진도가 나가는것 같이 보이지만, 내는 음의 피치는 아직 불안하다.
색소폰은 입 위치 강도에 따라 피치도 #/b 으로 변하게 할 수 있고 같은 운지로도 overtone 도 낼 수 있는데, 이런것들이 바로 색소폰의 특이한 매력이 된다.
사람들이 … 악기를 하나 배우고 싶은데 어떤 악기가 좋냐고 물어오면… 나는 거의 대부분 색소폰을 배우시라고 권한다.
오직 이유는… 나이들어 기타 치거나 드럼 치는것 보단 ㅎㅎㅎ 색소폰 부는 모습이 왠지 멋있어 보이기 때문이다. 나이든 분들에겐 이 “멋”이라는것을 무시할 수 없다.
이게 어려우면 요즘 나온 베노바 (Venova) 라는 리코더와 색소폰 중간쯤 되어 보이는 악기도 있긴 하지만 이왕 하려면 앨토 색소폰 을 해 보는것이 어떨까 생각한다.
나이가 들면 감정 조절이 훨씬 잘 되는것이 사실이다. 색소폰은 어느 정도 수준에 도달하면 기술도 기술이지만이 감정 조절을 잘 해야… 그 다음 단계로 들어 갈 수 가 있게 된다.
그러므로… 나이가 들어 가는 여러분들이라면… 치매 예방에도 좋고… 취미 생활에도 좋고.. 폐활량 운동에도 좋고… 사교성 (?) 과 자신감과 만족감 성취에도 좋은… 이 색소폰 배우시기를 권하는 바입니다.
일단 중고도 좋고 아니면 조금 싼 Student 용 (앨토) 색소폰을 사셔서, 처음엔 힘들어 보여도 1-2달만 집중한다면, 정말 몰랐던 색소폰의 매력에 푸욱 빠지게 될것입니다.
유튜브를 찾아 보면 수 많은 색소폰 레슨들이 즐비합니다. 하루에 1-2시간씩만이라도 꾸준히 연습 하신다면 금년이 가기 전에… Summer Time 도 좋고 … Danny Boy 도 좋고 … 비내리는 영동교도 좋고 … 주만 바라 볼지라.. 도 좋고… 멋지게 부를 당신의 모습을 기대 해 봐도 좋을듯 합니다.
So why
wait? Just do it!
마지막으로 빌 클린턴의 Careless Whisper 색소폰 연주 한번 감상해 보시죠.
https://youtu.be/9sPfygLD1JA
황교안 전 총리도 색소폰을 연주했네요.
https://youtu.be/0Vn-FEvc5j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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