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전 호랑이가 담배 피던 시절 컴퓨터 사이언스를 전공하던 시절, 내가 다니던 대학의 학생들은 그 당시 많은 대학들이 사용하던 IBM 1620 에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IBM 1130 를 사용한다는 엄청난 (?) pride 를 가지고 있었다.
그 당시엔 아주 거창했던 이 괴물 컴퓨터 시스템은 요즘으로 말하자면 회사의 큰 회의실 정도되는 공간을 차지할 정도로 덩치가 컸는데, 결론부터 말 해 보자면, 그 최대 Memory용량이 딸랑 (16 bit을 썼으니까) 64K 에 지나지 않았다.
거기다가 지금처럼 Keyboard 로 입력하는 시스템이 아니라 Card Puncher 라는 machine 에 앉아서 프로그래밍이나 데이터를 일일히 손으로 Punch In 하야 입력하고, Card Reader 라는 기계를 통해 프로그래밍이나 데이터를 읽어 들이는 시스템이었다.
하여간 이것 저것 따라붙는 모든 시스템을 다 합치면 아까 말한대로 큰 회의실 전체를 차지하는 컴퓨터 시스템이 되는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지금 회사에서 사용하듯, 수백에서 수천 수만명 유저들이 동시에 한 컴퓨터 시스템을 사용할 수 있는게 아니라 한번에 한명의 유저만이 그 컴퓨터 (Accumulator 라고 불렀다) 를 사용할 수 있는 Single User, Single Task기반의 컴퓨터었다.
일단 그 당시 최고 최대 컴퓨터 (NASA 나 DARPA 등의 국가에서 운영하는 컴퓨터 시스템을 제외하고) 의 용량이 지금의 Calculator 수준에도 못 미치는 상황이었으니 그 수준을 짐작해 볼만도 하다.
나는 그때 대학에서 LA (Lab Assistant) 라는 알바를 하고 있었는데, 하는 일은 학생들에게 일주일에 한개씩 프로그래밍 과제를 내어주고, Collect 하고, 채점하고, 교수에게 그 결과를 제출하는 일과, 컴퓨터 랩에서 아까 말한 그 컴퓨터를 돌리고 문제가 있으면 다시 재 가동 하는 일을 겸하여 하고 있었다.
처음 LA 로 일을 시작하면 교수로 부터 소위 말하는 ‘비밀스런’ 컴퓨터 Reset sequence 를 배운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지금이야 컴에 조금 이상이 생기면 그냥 버튼 하나 눌러 reset/reboot 을 할 수 있지만, 예전 석기시대에는 그렇게 하면 컴 자체가 damage 날 수도 있었던지 아예 reset 을 사용 안하고, 16개나 되는 컴퓨터 앞에 있는 Accumulator 버튼들을 옳바른 순서대로 눌러서 시시템을 Reset 시켜야만 했다.
전문용어로 설명해 보자면 이 버튼 하나 하나가 어셈블리 코드의 1과 0의 숫치가 되는것이다. 그래서 예를 들면 먼저 버튼 1, 3, 8을 누루고 그 다음 3, 10, 12, 16 을 누루고 등등… 약 10번 정도의 일련된 코드를 넣어주면, 요상한 기계음을 내면서 컴퓨터가 다시 부활 (?)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게 무슨 말이냐를 현장 스케치로 설명해 본다.
학생 하나가 카드리더에 카드를 넣고 start 를 눌렀는데, 중간쯤 컴이 중지된다.
어쩔줄 몰라하며 그 학생이 나에게 온다.
LA 님… 죄송해요… 컴퓨터가 섰어요.
살려 주세요 하며.
슬슬 일어나 컴퓨터 앞에 선다.
수 많은 랩에 있던 학생들의 시선이 나에게 쏠린다.
두손을 가볍게 비빈다음 (큰 의미는 없다) 어큐뮬레이터 앞에 서서 위에 말한 그 10 번 정도의 Sequence 를 ( 다 외웠기 때문에) 현란하게 마치 매직을 perform 하듯 입력한다.
학생들의 눈에는 나의 손은 신의 손으로 보인다.
잠시후… 후루룩~ 하면서 죽었던 컴퓨터가 Reset 되며 살아난다.
주위에선 큰 박수 소리가 들린다.
뭘 이딴거 가지고… 하는 표정을 지으며 나는 다시 내 테이블로 돌아 간다.
이것이 그당시 실지 상황이었다.
요즘 우리는 정말 행복한 시대에 살고 있다. 하다 못해 손에 들고 다니는 휴대폰의 성능이 그 당시 그 어느 컴퓨터 보다도 더 강력한 파워를 가지고 있다는걸 안다면 감사를 하지 않을 수 없을것이다.
예를 한가지 더 들어 보자면, 그리저리하여 내가 그당시 컴 대왕이었던 IBM 에 취직했다.
얼마 후 내가 속한 팀이 받은 첫 프로젝트는 그당시 우리 부서 (약 30여명) 전체가 사용할 수 있는 데이터베이스 셋업을 위한 personal computer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이 었는데, 그 메인 시스템이 IBM XT 였다.
놀라지 말라. 그 당시 XT 의 용량은 RAM 이 256K 정도, 그리고 하드디스크 용량은 20 Meg 정도 였다. ㅎㅎㅎㅎ 사실이다.
요즘 우리가 쉽게 가질 수 있는 싸구려 PC 도 RAM 이 적어도 8 Gig 는 된다. 256 K 의 거의 3만배 이상이다. 하드디스크는 요즘 최소 1 테라 바이트 정도가 되니까 20 Meg 의 5만배 수준이다.
이런 구석기 시시템 이 30여명의 팀원들을 위한 서버가 된 셈이다. ㅎㅎㅎ
요즘은 화일 전송 속도가 1초에 수십 메가 단위다. 물론 기업이나 국가에서 operate 하는 xfer rate 은 그 이상이지만. 그 당시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Modem 속도가 일반적으로 1 초에 300 bytes 정도 였고 최고 속도는 약 2,400 Baud 정도 였다.
그러니까 문서를 보내면 글자 하나 하나가 실지로 전송 되는것이 보일정도로 (예를 들자면) 느렸다는 것이다. 지금은 5G 가 들어 오면 장편 영화 한편 다운이 거의 이론적으론 5초 미만이다.
이것을 그때의 속도로 다운을 받게되면 약 10일 정도가 걸리게 되는 셈이다. ㅎㅎㅎ
이래도 인터넷이 느리다고 불평을 하겠는가?
느려도 불평없이 다 잘 살았었다.
그 당시 Netscape 이란 (일종의 ) 브라우져가 등장했고, 나는 마침 DARPA 프로젝트의 일원으로 File Transfer 개발팀에 있었는데, 미국에서 “Hello” 를 치면 그것이 영국에서 수신 되기를 기다렸다가, 그 쪽에서 “Safe Receipt” 라는 리플이 오면… 팀원 전체가 마치 달에 유인우주선 안착 시켰듯이 뛰면서 환호를 질렀던 기억도 있다.
장족의 발전을 한 이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들….행복한 우리들…
불평말자!
예전 이조시대때는 … 아들이 애를 낳으면 그 소식이 한두달 후에야 시골에 있는 친척들에게 전달된다.
조금 늦더라도… 참자!
참는자에게 복이 있도다!
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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