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소셜시큐리티 오피스에 일이 있어서 간 적이 있다.
오후 4시에 문을 닫는데 3시 쯤 도착했다.
서비스 티켓을 받고 보니 내 번호는 62번이고… 다른 분야 담당 창구는 4-5개 열려 있는데 내 업무를 처리 할 창구는 단 하나 뿐 이여서 그런지… 그제서야 56번이 서비스 중이었다.
거의 1시간쯤 기다렸는데 61번 차례가 돌아왔다.
기다림에 지친 중년 남자 하나가 투덜투덜 거리며 3번 창구에 앉았는데, 잠시 후 Clerk 과 옥신각신 말 다툼 (?)을 하기 시작한다.
불안하다.
왜냐하면 그 다음이 내 차례인데,
Clerk들은 퇴근시간이 가까와질수록 약간 민감해 지는게 사실이고, 오랜 시간동안 창구에 앉아 스트레스를 받았을 그들의 마음에 여유가 없어지면, 혹시 평시에는 문제없이 넘어갈 일도 꼬투리가 잡힐 수도 있겠고, 불필요한 증명서류까지 원하는 사태 (?)까지 벌어질 수도 있기에, 앉아서 쳐다보고 있는 나의 마음은 … 실로 불안했기 때문이다.
내가 보기엔 그 남자에게 증명서류를 요구하는 것 같은데 아마도 그 증명서류를 미처 가지고 오지 못한 것 같았다.
집으로 그 증명서류를 가지러 가자니 오프스 문은 닫힐 것이고, 내일 오자니 또 처음부터 기다려야 하니 그 남자 역시 신경이 무척 날카로왔을 것이다.
말 소리가 조금 더 높아지고, 물러서지 않는 그 Clerk 이 드디어 결론을 맺는다.
필요한 증빙서류를 보여주지 못하면 더 이상 Process 를 할 수 없다고!!!
뚜껑이 열린 그 남자.. 벌떡 일어 나더니만 가지고 온 서류를 팩 집어 던지며 볼맨소리로 약간의 욕 섞인 말을 하며 자리를 박차고 나가 버렸다.
살짝 쳐다보니 그 Clerk 은 흥분한 모양인지 물을 벌컥벌컥 마신다.
조금 전 그 남자와의 흥분과 분위기가 나에게 까지 연결되어서는 안될터인데 은근히 걱정하고 있는데… 드디어… 62번 손님 3번 창구로 오세요… 한다.
머리를 굴리며 3번 창구로 다가갔다.
Clerk 은 아직도 흥분의 여운이 있는지… 너는 또 뭐땜에 왔는데.. 하는 태도로 나를 흘깃 쳐다 본다.
아직도 살아있는 나의 머리를 재빨리 굴려 보았다.
“Good afternoon, looks like
some people still don’t get it, right?”
이 한마디에 Clerk 의 시선이 나를 주시한다. ㅎㅎ
‘I guess it’s a long day
for you... well, at least you’ll be out of this prison shortly…” 로 당근 (?) 하나를 던졌다.
씨익 웃으며 (자기 상황을 옹호 해 주니까) “What can I do for you
today” 하는 Clerk의 데스크 위에 있는 Clipboard 에 덴버 너깃츠의 star
player 인 니콜라 요키치의 사진이 보이는 순간..
“What d’you think? U think
he’s a legit candidate for the MVP this year?” 라고 숨 쉴 틈도 안 주는 나의 두번째 사탕발림의 말이 나의세치의 혀를 통해 .. 매끄럽게 흘러 나왔다.
물었다.
미끼를.
본론을 얘기 하기 전에 약 5분간을 그와 나는 덴버 너깃츠의 Playoff 전망과 너깃츠의 센터 요키치의 활약상에 대해… 허심탄회(?) 한 대화를 나누었다.
드디어, 대화하면서 나의 서류를 보던 그 Clerk… 신분증을 보여 달란다.
아.. 긴장된 순간이다.
왜.냐.하.면… 사실은 61번이 reject 당한 바로 그 이유가 .. 나에게도 적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시민권증을 보여 주어야 하는데 거의 35년 전에 받은 시민권증서를 가져 오긴 했는데… 하도 오래 되어서 인지… 얼마전 살펴 보니까 그만 사진이 떨어져 없어졌기 때문이다.
시민권증서는 맞는데… 사진이 없는 증서이다… 이게 오래전 한국같았으면 우기면 (?) 될 것 같기도 한데, 시간도 시간이고 … we are now in the USA!!!
나도 사진없는 증서가 통하지 않을것이라고는 생각 했지만, 미국여권과 함께 보여주면 혹 인정될 수 도 있고, worst case 에는 일단 신청을 받아 놓은 다음, 그들이 혹 다른 증명서류를 제출하라든지 아니면 시민권 재 신청을 하라고 하면… 그때 하려고 일단 가지고 간 것이다.
참고로 미국에서 시민권 재 신청 비용은… whopping $550 이다!
일단 미국여권과 (사진없는) 시민권을 내 밀었다.
ㅎㅎㅎ 당연히 속으로 기도를 안 할 수가 없었다.
헐~ 그런데… 그 친구 흥얼흥얼 콧 노래까지 불러가며.. 척척.. 서류를 작성한다.
몇가지 질문을 하길래 대답을 했다.
잠시후… “OK You’re done!”
오 마이 갓!
이 상황은… 원래… 내가 사이비교 신자 였다면… 다음과 같이 간증하며 다녔을 것이다.
“그때.. 내가 하나님께 직통기도를 했는데… 천사가 내려와 그 Clerk 의 눈을 가려 주었습니다… 할렐루야~”
ㅎㅎㅎ
미국여권까지 가지고 있으니 신분을 인정해 주었는지… 아니면 진짜 그 친구가 잠시 소홀하여 사진 확인을 안 하였는지는… 나는 모른다.
그러나…
무뚝뚝하게 앉아서 이전의 분위기를 이어 나갔다면, 아마 상황은 달라 졌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Ice Breaking….!
내가 회사에서도… 팀원들에게 강조 하는 말…
돈 드는것도 아닌 몇 마디… 조크도 좋고.. 의도된 대화도 좋다…. Just break the ice!
… It really works!!!
여러분 들도 Try 해 보시기 바란다.
이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