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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Facebook 칼럼 (255) – 너희가 캐디를 알아?2024-07-02 13:32
작성자 Level 10

내가 골프를 배우면서 조금 의아하게 생각했던 것 중 하나는 한국 골프장에서 흔히 (아니 당연히…보는  <캐디에 관한 것이었다.

 

나는 캐디라는 직업이선수가 시합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18홀을 도는 동안 선수를 동반하여 그들을 돕고 조언하는 기능이기에당연히 PGA 같은 프로 Competition에서만 존재하는 직업인줄 알았다.

 

그런데 한국 골프장 풍경을 보니 무조건 캐디가 따라 붙는 것이다.

이것이 처음엔 무척 생소하고 낯설어 보였다.

 

골프를 칠 정도면 중풍이 있거나 쩔뚝거리거나 장애가 있는 것도 아닐텐데멀쩡한 두팔 두다리 놔두고 왜 자기보다 힘없고 가냘픈 여자들을 꼭 동반해서 이것 저것 일 (?) 을 시키느냐는 생각이었다.

 

초창기엔 골프라는 것이 일종의 신분의 차이를 간접적으로 나타내기를 원했던 스포츠이기에 돈 생색내는 사장님들이나 자기과시하는 정치인들이나 차별화를 원하는 Celebrity들이 마치 양반집에 허드레 일 하는 머슴들을 두듯 그런 맥락으로 캐디를 동반했던 흔적도 보이는건 사실이다.

 

그런데 지금이 그런 세상이 아닌데도 여전히 캐디가 따라붙고있다.

 

우서운 얘기지만 지인한테 들은 얘기이다.

 

한국에서 온 분과 골프를 쳤다고 한다.

그런데 그린에서 퍼팅을 끝내고 다음 홀로 향하는데 다들 자기 공을 줍고 가는데 유독 이 한국분 만은 홀컵속의 공을 줍지 않고 가더라는 얘기다.

 

처음엔 잊어버렸나보다 하고 자기가 주어서 그분에게 전해 주었는데 고맙다고 하면서도 다음 홀에서도 똑같은 행동을 무의식적으로 하더라는 얘기다.

 

나중에 알고 봤더니… 이 사람이 한국 골프 경력이 근 30년인데… 한국에선 캐디가 일일이 볼을 주어서 다 관리를 해 준다면서.. 미안해 어쩔줄을 모르더라는 것이다.

 

볼을 줍는 역할만이 아니다.

 

카트도 몰아야지… 어떤 클럽을 쓸지 4명의 클럽을 다 골라 줘야지… 거리가 얼마인지 알려 줘야지… 바람이 불고 경사가 어떻고 해저드가 어디 있고 등등등등… 이건 뭐 두살배기 어린애 보살피듯… 다 봐 줘야 하는 직업이 캐디다.

 

골퍼는 그저 주는 클럽을 받아서 치면 된다.

볼이든 클럽이든 나머지는 다 캐디가 처리해 준다.

 

숨만 쉬고… 멈춘 카트에서 내려… 잠깐 걸어가… 건네준 볼을… 건네준 클럽으로 …건네준 지시대로… 치고 다시 카트로 돌아오면 된다.

 

물론 과장된 묘사이다.

그리고 요즘 특히 젊은이들은 노땅 꼰대들과는 달리 자기들이 알아서 잘 한다… 고 들었다.

 

그러나 한국 골프장에서 캐디의 역할이 무척 큰 것은 사실이다.

 

이 캐디 제도 (?) 가 한국에만 있는 것인가?

  

미국이나 영국에는 일반 캐디가 있는 골프장은 없다

그러나 지금도 캐디와 동반하여 일반 골퍼가 골프를 칠 수 있는 나라들이 꽤 많이 있다.

 

필리핀과 태국을 비롯한 동남아시아와 남아공이나 케냐 같은 아프리카에서는 아직도 가능하다.

 

한술 더 떠 태국이나 베트남 같은 나라에선 골퍼 한명당 캐디 한명이 배정되어 카트 뒤에 캐디들이 마치 소방차 뒤에 소방대원들이 매달려 타고 가듯카트 뒤에 타고 가는 모습도 볼 수 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특히 한국은 이 캐디 제도가 필요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뜩 든다.

 

어쩌면 캐디들이 없다면 한국 골프장 풍경은 무척 흥미롭고 무척 모험적이고 무척 긴장감이 들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한국인은 세계에서 원톱을 자랑하는 다혈질 무인내 민족이다.

 

한국 골프장이 그런대로 티타임 운영과 게임 Flow 가 잘 관리되는 이유가 바로 이 캐디라는 숨은 공로자(?)들에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골프를 치면서 항시 느끼는 것은 미국인들은 정말 참으로 진실로 .. 인내심이 강하다는 것이다.

 

앞에서 치는 그룹들이 매번 슬라이스 나고 훅이 나서 덤불에 들어간 공을 5분이상 찾고 있어도 티박스에서 묵묵히 바라보고만 있다.

 

앞 그룹이 노인들이어서 티박스에 올라가는데 5분이 걸려도 그저 바라만 보~고 있네.. 라는 노래 가사처럼 그저 바라만 보고 있다.

 

초보자 아줌마들이 티박스에서 멀리건을 너덧개 치고 러프에서도 장작패기를 수없이 해도.. 그저 바라만 보고 있다.

 

그래도 그래도 저엉 안되면… 소리 지르는 것이 아니라… 마셜에게 살짝 연락을 하여.. 조용히 (?) 매너있게 일을 처리하려 한다.

 

한국같았으면??

그리고 캐디가 없었다면??

 

아마도.. 서부의 사나이들 같이  황야의 무법자들 같이.. 골프장은 난장판이 되었을 수도 있다.

 

자판기에 동전을 넣고 컵이 나오면 가만히 기다리면 되는데… 도…기여히 손을 집어 넣고 커피가 ‘빨리’ 나오기를 기다리는 민족이 한민족이다.

 

빨아 먹는 캔디도 어금니로 어그적 깨물어 먹어야 하고주문한 음식이 조금 늦게 나오면 기여히 한마디 해 줘야 하는게 우리들이다.

 

싫은건 싫다…  0.5초 만에 말하는 민족이기에 한국은 세계의 거의 모든 Product  Test Bed 가 된 것 같이 필드에서도 그렇게 행동 한다면…푸른 필드의 평화는 없어졌을 수도 있다.

 

캐디들은 특수공작원들이다.

 

서로 서로 연락하며 앞뒤 상황도 보지만 그 이전에 모든 상황을 꽤뚫고 있어야 한다.

 

조금 지체되는듯 싶으면 다가가… 은근히… 골퍼들을 움직이게 만든다.

미리 미리 거리를 재고 상황에 맞는 클럽을 미리 미리 대령하고 퍼뜩퍼뜩 움직이게 한다.

 

앞에서 미적미적 거리면 그쪽 캐디에게 연락 할 수도 있겠지만 그쪽 캐디도 이미 대책을 마련하고 임무수행 중 일 가능성이 크다.

 

그들은 보이지 않는 필드의 경찰들이다.

 

요즘의 캐디들은 예전 초창기의 허세부리고 과시하고 차별화의 목적으로 만들어진 그런 기능이 아닌… 골퍼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필드의 Flow 를 메니지하는 요원들이다.

 

물론 나는 한국에서 골프를 치더라고 캐디있는 골프장은 마다할 것이다.

내가 일단 불편하고… 그들의 기능이 필요할 정도의 사회적 신분이나 능력적 결핍이 있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 한국에서의 그들의 필요성은… 인정한다… and we know WHY!

 

앞 그룹에서 치는 골프초보들은 그들 나름대로의 항변이 있다.

너희들도 110돌이 초보시절이 있지 않았냐.

우리가 뭐 슬라이스와 훅을 일부러 내려고 해서 내냐?

그리고 볼이 덤불에 떨어지면 그 아까운 볼을 그냥 포기하라고초보자들이라고 뭐 싸구려 볼만 쓰는줄 아냐우리도 한개에 2-3불이 넘는 볼도 쓴다.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좀 하고… 인내를 좀 가져라.

 

뒷 그룹들도 할 말이 당연히 있다.

초보자면 좀 연습 좀 하고 나와라하다못해 Par 3 코스라도 몇번 돈 다음에 나오면 안 되냐?

필드가 뭐 연습장이냐?

우리도 똑 같은 돈 내고 치는 사람들이다너희들 떄문에 리듬이 자꾸 끊기니 이게 골프 치는 거냐?

볼이 덤불에 떨어져 2-3분 안에 못 찾으면 그냥 포기하고 빨리 움직여라그깟 공 하나에 땜에 뒤에 있는 사람들 다 기다리게 만들지 말고.

 

이런 갈등을 해소할 해결사 역할이 결국 캐디의 몫이다.

 

미국에서야 언어 문제인지 체면 문제인지 열등감 때문인지 우리 한국인들이 앞뒤 미국인들을 무시하고 제 마음대로 독불장군식으로 골프를 칠 수가 없다.

(뭐 간혹 이런거 다 무시하고 자유롭게 (?) 치는 우리의 아줌마 그룹들도 있긴 하다만..)

 

그러나 한국에서는 충분히 혼잡과 갈등요소들이 생길 수 있다.

 

뒷쪽에서 야 좀 빨리 가자한마디 외치면 앞 그룹 사람들이 알겠다라고 순순히 움직일 수도 물론 있겠지만… 내 돈 내고 내가 치는데 니가 왜 간섭이냐.. 로 시작하게 되면 골치 아픈 상황으로 번질 가능성이 커진다.

 

그래서 캐디들이 눈을 부릅뜨고 옆에 있는지도 모른다.

 

밀고 당기는 기술을 적절히 사용하고 골퍼들의 마음을 살살 움직일 수만 있다면 골프 일정을 매우 매끄럽게 진행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제라도 캐디에 대한 생각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꾸어 보고 싶다.

 

불 같은 성질의 한민족을 푸른 초원 위에서 살살 다루는 우리의 캐디님들.. 존경합니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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