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출장으로 모스코바에 갔던적이 있는데, 나는 그 전까진
모스코바에 그렇게 많은 동양인 (러시아에서 태어난) 들이 살고 있는 지 몰랐다.
그들이 어쩌고 저쩌고 러시아 본토발음으로 말하는 것이
얼마나 신기하던지.
얼굴은 동양인인데 말과 행동은 러시아인이라는게 나에게는
무척 생소했다.
그리고 예전에 한국에 갔을때, 세상에 버스값이
얼마인지를 몰라서 Bus Stop 옆에 서서 버스타는 사람들이 대체 얼마를 내는지 유심히
관찰한 적이 있다.
그런데 모두 다 엉덩이를 운전사 옆 Card Reader 에 갖다 대거나 뒷 주머니에서 교통카드를 꺼내 Scan 을 하는 것이 아닌가?
기다리다 기다리다 용기를 내어 (?) 챙피한듯 운전기사에게 물어 본 적이 있다.
물론 운전기사가 씨익~하며 웃더니 1,100 원 이라고 말해 준 기억이 있다.
그러다가 전철을 타야 할 상황이 있었다.
아주 예전 생각만 하고 (Ticket) 아무리 찾아봐도 이놈의 Ticket Booth 가 없다.
두리번 두리번 거리다가 이 촌놈이 드디어 코너에 있는
티켓판매기 (?) 를 발견했다.
다가가서 살펴 보는데… 한국말을 모르는
내가 아닌데도.. 도통 머리가 혼잡스럽다.
심각하게 안내문을 읽고 있는데, 옆으로 누가
다가오는 인기척이 느껴지고 이내 친절한 소리가 들린다.
“한국에 오랜만에 오신것 같은데 제가 도와 드릴까요?”
너무나 반갑고 이런 친절한 한국인이 있나 싶어 고개를
들어 보니…
ㅎㅎㅎ 그는 한국인이 아니라 금발의 외국청년이었다.
앵?
외국인이 원어민 수준으로 한국말을 한다?
참 세월이 변했다.
예전엔 새해가 돌아오면 새해맞이 특집으로 외국인 장기자랑이라는
코너가 방영되었다.
거기에 나오는 외국인들이 간단한 한국 노래를 부른다거나
갈고 닦은 한국어로 자기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인데… 거의 다 유치원 아이들 수준이다.
“안영~ 하쉬요.. 쭤는 미쿡에서 온 윌리엄이라고 함니~다.. 판갑썸미다~”
그때는 아무리 머리가 좋고 오래 살았고 젊고 해도
외국인과 한국인과의 (발음) 수준은 하늘과 땅 사이였다.
그런데 이거 원… 요즘은 당최 눈만
감고 들으면.. 이게 외국인인지 한국인인지.. 구별을
할 수 없다.
이게 어떻게 된 것인가?
우스개 소리인지 실화인지, 한국의 어느
회사 엘리베이터에 점심을 먹으로 나가는 한무더기 여자들이 있었다.
깔깔거리면 얘기를 하고 있는데 중간층에서 문이 열리고
외국인 청년 하나가 탔다.
잠시 조용하다가, 장난끼가 발동한
개구장이 여자 하나가 “야~ 쟤 배 좀 봐라야.. 운동 좀 해야 겠다야.. 호호호” 하며
친구들에게 속삭였다.
킥킥거리며 웃다가 1층에 도착해서
우루루~ 여자들이 몰려 나가는데, 아까 그 외국인
청년이 황급히 앞으로 걸어 나가며 뒤를 돌아 보고 … 윙크를 찌잉~ 하며 말 했단다.
“그러지 않아도 운동 좀 할라고 했는데… 결심했어!!!!” 하며 오른 손을 불쑥 들어 보이더란다.
이게 왠일이냐.
요즘 한국 TV 를 보면 장난이 아니다.
아니 한국에 온지 1년도 채 안되었다는
애들이 못 알아듣는 한국말이 없는듯 하다.
그건 아무것도 아니다… 세상에 나도 못
알아듣는 신조어들을 척척 구사한다.
거기다가 <대한 한국인> 인가 먼가 하는 퀴즈프로그램을 보면… 나같은 사람은 전혀 감도 못 잡는 한국역사나
문화주제를 척척 알아 맞춘다.
이게 왜 이런가?
왜 예전에는 10년 한국에
산 외국인도.. 미쿡에서 왔오요~ 했었는데 요즘은 1년도 채 안살고도 아 저는 미국에서 왔어요~ 하느냐는 말이다.
그 답은 (반대로 한국
사람들이 영어 공부하는 것도 그렇다), …. ‘방법’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예전에는 한국어
배우는 것이 목적이었다.
즉, 목표가 한국어
배우는 것이었다.
그래서 기본 문법부터
집중적으로 “언어” 를 배우는 것이었다.
지금은?
지금은 한국어가 어떤 다른 목적 (예를 들면 비지니스… 연애? 결혼? 취직?) 을 위한 소통수단으로서의 Tool 이 된 셈이다.
이게 먼 큰 변화냐고?
언어습득면으로 볼땐 큰 페러다임의 변화이다.
어린아이들이 한국어를… “배우는가”?
그들은 한국어 공부에는 관심도 없다… 다만 엄마에게
사탕 사돌라고 하려면.. 장남감 사돌라고 하려면… 밥 먹고싶다고 하려면… “필요한”…. Tool 을 사용하는 것이다.
내가 tool 을 시용하는데 그 Tool 제작 과정이나 목적이나 성능이나 기능등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퍼부어 배워냐 하는가?... 아니다… 그냥 운영 (Operation) 수칙 (Instruction) 만 알면 시작할 수 있다.
애들에게 휴대폰 줘 봐라… 우리는
이것 저것 읽고 연구해야 알아 낼 … 사용방법을 걔네들은
과장해서 얘기하자면 수 초만에 알아낸다.
내가 온라인 게임 회사에 근무해 봐서 잘 아는데… 어른들은 게임을
할때면 게임의 purpose, scope, scale, rule, requirement, options 등등등… 정말 “공부”를 많이 해 가지고
드디어 게임을 시작한다.
게임을 시작해도 조심스레 한 스텝 한 스텝 밟아가며
이해해 가며 공부해 가며.. 게임을 한다.
아이들?
먼 소리…
그냥 덤빈다.
게임을 배울 필요도 없다.. 배우는게 목적이
아니니까.
목적은 만랩 (Max Level) 찍고 그 불검 차지하고.. 최강자가 되는게 목적이다..
게임과정은 전부 다 Tool 일 뿐이다.
이런 다른 approach 는 … 큰 결과적 차이를 만든다.
우리 막내 딸이… 처음에는 한국말은
물론 한국 음식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음악도 미국음악만 들었다.
그래서 백방으로 그 방법을 찾아보았는데… 마지막 나의 방법이
먹혔다. ㅎㅎㅎ
지금까지는 한국어 공부! 공부! 공부! 였다면 .. 지금 부터는
한국내의 “흥미거리” 가 목적이고 그 흥미거리에 접근하려면
한국어가 “Tool” 이 되어 필요한 징검다리 역할 로 변해 버린 것이다.
틴 에이저 되었을 때.. 한국 아이돌
가수 (H.O.T. 같은) CD 를 사다주고 잡지책을 슬쩍 사다주었다.
처음엔 시쿤둥… 그러나 이내 흥미가
생긴 모양이다… 흥미가 생기니 더 알고 싶고 더 알자니… 한국말이 필요했다.
거기다가 한 여름철에 석달간 한국에 보냈고… 거기 친척들에게.. 재미나게 놀려라.. 고 부탁했다.
석달간 신나게 재미나게 한국생활을 하고 왔을때.. 딸 애는 미국인이
아닌 한국인으로 변해 있었다.
지금은 어떤 분야의 한국말은 나보다 더 잘안다.. 쓸 줄도 알고.. 얼마나 편리한지 모른다. ㅎㅎㅎ
요즘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들은 … 일단 그 목적이 ‘공부’ 즉 ‘학문’ 이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국의 위상과 (음악이나 음식
그리고 IT 같은) 문화가 글로벌화 되었는데
그 영향으로 한국에 대한 ‘흥미’, ‘관심’이 무척 높아졌다.
그러면 한국에 대해 (음악, 음식, 문화) 더 알아야 한다.
더 알려면.. 정보습득을
위한 ‘Tool’ 이 필요하다.
그래서 한국어라는 Tool 을 목적이 아닌 방법으로 사용하게 되는 것이다.,
이 과정이 신기하게도 어린 아이들이 언어를 배우는
과정과 그 프로세스와 동일하다.
그러니 예전과는 달리 효과적으로 드라마틱하게 더 빨리
한국어를 배울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러니까… 이것은 아이들
언어습득 과정에서 이미 알려진 사살이지만… 자기의 목적이 되는 흥미거리를 던져주고…그 목적에 접근하기
위해 필요한 ‘언어’를 tool 로 극대화
한다는 것이다.
어쨋든… 일등공신은.. 아까도 얘기했지만… 높아진 한국의 <위상> 이다.
예전엔 외국인들 사이에 일본어 배우는 사람들이 많았다.. 경제적으로도
막강했고… 문화적으로도 잘 알려졌으니까.
그리고 J-Pop 이 얼마나 막강하고 심오했나.
그 다음으로 일단 등치로 달려드는 중국의 Opportunity 를 보고 외국인들이 중국어를 배우기 시작했다.
이제는.. 얘들아~ 시대가 변했다.
느그들 한국어 안 배우면 … 글로벌 시장에서 뒤 쳐져..!
이거 내 말만이 아니다…
저번에 보니까 미국 유명배우 안젤리나 졸리의 양아들이
연세대에 유학왔다고 한다.
이게 수십년 전에 가능한 이야기였던가?
지금은 가능하다!
왜냐하면 지금의 한국은 예전의 한국이 아니기 때문이다.
게임도 영화도 IT 기기도… 죄다.. 한국을 Test
Bed 로 삼고 있다.
난 예전의 내가 아니여~!
영화의 한 장면 같다.
Mr. 아베 보고
있나??
스시는 지고 비빔밥이 뜨고 있다네.
아리가또는 지고 고맙습니다가 뜨고 있다네.
도시바 소니 미쓰비시 지고 삼성 엘지 에스케이가 뜨고
있다네.
그러니.. 이제 돌 던지고
숨어 있지 말고 “아싸리~’ 하게 나와서 대화를 하자고!
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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