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시골에 가서 논일이든 밭일아든 육체노동 하는게 스트레스도 안 쌓이고 낫겠다는 생각이 든다.
깊게 생각 안하고 그냥 체력이 허락하는 한도 내에서 내 몸만 써서 노동만 하면 되겠다 싶다.
물론 일차원적인 생각이라는 것 쯤은 안다.
막노동 하는 하는 사람들은
터억~ 하니 오피스에 앉아 스타벅스 커피 한잔 마시며 컴퓨터로 폼나게 근무하는 사람들을 부러워한다.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서민들은 재벌집 사람들을 보며 돈 걱정 안하고 자기 하고 싶은 것 다 하고 사니 얼마나 좋을까.. 부러워 한다.
그 놈의 돈을 벌고 관리하고 더 벌기 위해 머리에서 김이 날 정도로 돈 돈 돈 돈 도도돈 돈 돈 하다가 돌아 버릴 정도로 극 스트레스에 파 묻힌 사람들은 그냥 하루 벌어 하루 살더라도 식구들과 오손 도손 식탁 앞에서 대화하며 웃는 평범한 가정을 부러워 하기도 한다.
어떤 사람은 TV 드라마를 보면서 저렇게 이쁘고 날씬한 여자를 부인으로 둔 남자는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며 옆에 곰처럼 앉아 돌아온 강냉인지 헝그리 강냉인지를 개걸스럽게 먹으며 드라마에 심취한 마누라를 흘낏 흘낏 쳐다본다.
어떤 사람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돌아다니며 별의 별 교양 클라스 다 듣고 다니고 필라테스니 요가니 땀 뻘뻘 흘리며 몸매 관리하는데만 정신을 쏱는 마누라 보다는, 퇴근해서 돌아 오면 강된장 뽀글뽀글 끓여서 호호호~ 웃으며 겸상하는 마누라를 상상해 본다.
다 각자의 생각이 있다.
내가 이렇게 보는 것을 다른 사람은 저렇게 본다.
내가 싫어 하는 것을 남은 좋아한다.
나는 그런게 아닌데 남은 그렇게 본다.
세상사는 요지경이다.
사람마다 다 각자의 생각과 환경과 처지와 이유가 있다.
김국환의 노래중에 ‘타타타’ 라는 노래가 있다.
“니가 나를 모르는데 난들 너를 알겠느냐?”
명언이다.
모두가 모두에게 자기의 겉 모습만 보여주고 살아간다.
내가 아는 그 사람의 이미지는 그 사람이 남에게 보여주는 겉 모습에 의해 형성된 그림자일 뿐일 … 확률이 크다.
나도 나를 속이며 살아가는데 남이야 얼마든지 나를 속일 수 있다.
겉으로 보는 것만이 다가 아니다.
오래전 첫 직장의 다른 부서에 호세라는 메니저가가 있었다.
나 보다는 나이나 경력상 선배인 셈이다.
첫 날부터 미팅하는데 건너편에 앉아서 나를 째려본다.
약간 당황하기도 하고 민망하기도 하여 그와 시선이 마주치는 것을 피했다.
내가 동양인이라 깔 보는 건가?
텃세를 하는 건가?
마음이 편치 않았다.
성격상 풀어야 할 일은 풀어야 하기에 한 주 쯤 지난 다음 그의 오피스를 찾아 갔다.
똑똑똑 하니… Come In 한다.
들어가는데 … 아이구.. 역시나.. 또 째려 본다.
진짜 까놓고 왜 그러냐고 따지고 결판을 내려고 다가가서 앉으려 하는데 호세가 일어 나더니만 잠깐 기다리라고 하고선 커피를 두잔 따러가지고 온다.
커피를 마시며 단도를 꺼내 적장을 찌르는 듯한 비장한 (?) 마음으로 가까운 거리에서 그와 눈을 마추쳤다.
아?
아!
모든 비밀이 풀어졌다.
호세는 사시 (Crossed Eyes 혹은 strabismus) 를 가진 장애인이었다.
두 눈이 한곳을 보지 못하고 남이 볼때는 딴 곳을 보는듯한 혹은 딴곳을 보는데도 나를 보는듯한 느낌을 받게 만드는 것이 사시다.
회의 하는데 그는 정작 딴 곳을 응시하고 있는데 나는 그가 나를 째려 보는 것으로 느껴졌던 것이다.
남은 그럴 의도도 뜻도 없는데 내가 지레짐작으로 상대를 오해하고 곡해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의 독특한 채용 과정 중 소위 <면접> 이라는 것이 있다.
지금은 그래도 면접하면서 경력이나 특기사항 그리고 포부나 각오에 대해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며 질문과 답변을 하는 등 매우 건설적인 절차로 진행이 되고 있지만 예전에는 불행하게도 거의 대부분 상대방의 용모에서 그 무언가를 발견하기 위한 작업이었다.
많은 회사들이 역술인을 초청해 옆에 앉쳐놓고 응시자의 외모를 관찰하게 하고 역술적으로 회사에 도움이 될 자 회사에 화를 끼칠 자를 구별해 내는 작업을 면접을 통해서 했다.
요즘은 인터뷰를 가는 젊은 남자들이 화장까지 하고 간다는 말이 들린다.
면접관들은 역술가까지 동원하여 응시자의 관상을 파악하려 하고, 응시자들은 얌전하게 얘기를 하고 조신하게 행동을 하고 화장으로 좋은 인상을 만들어 면접관을 속이는 (?) .. 시소 게임을 서로간에 하고 있다.
서로의 정체 (?)를 알아가는 과정이 인생인가도 싶다.
위에서도 말 했지만 내가 보는 상대방의 모습이나 내가 느끼는 상대방의 상황이 100% 정확한 건 아니다.
사람마다 다 고민이 있고 걱정거리가 있고 어려움이 있다.
다만 그것을 모든 사람에게 다 말하면서 살 수는 없기에… 겉 모습이 멀쩡했던 사람이 얼마 후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도 있고, 겉 모습은 거칠고 무식하게 보였던 사람이 알고 보니 선행을 배풀며 살아가는 선인 일 수도 있는 것이다.
누가 그러길… 행복은 내가 얼마나 더 많이 가지는가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내가 이미 가진 것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에서 나온다고 했다.
보이는 것만으로 상대방을 섣불리 판단하지 말아야겠다.
옛날… 어느 시골마을에 마을 청년들이 모여서 떙볕에서 밭을 갈고 있었다.
갑돌이라는 청년이 너무나 일 하기가 싫고 지겨워서 그만 팀을 살짝 이탈하여 뒷산으로 몰래 올라 갔다.
심심하여 칡이나 캘라고 산속으로 올라 가는데, 왠 큰 소나무 밑에… 아니.. 큰 칡 줄기가 보이는 것이 아닌가.
옳다구나 하고.. 그 칡 줄기를 잡아 당겼는데… 아뿔싸.. 그게 칡 줄기가 아니고 … 나무 밑에서 꿀 같은 낮잠을 즐기고 계시던 호랑이 선생의 꼬리였겠다.
호랑이가 어흥하자~ 갑돌이가 어디서 그런 힘이 났는지 죽을 힘을 다해 잽싸게 나무 위로 올라가 버렸다.
화가 난 호랑이가 아슬렁 어슬렁 나무 밑을 돌고 있는데, 아이고 갑돌이가 그만 실수를 하여 나무위에서 떨어져 버린거다.
그런데 하필이면 떨어진 곳이 호랑이 등짝이였다.
호랑이는 깜짝 놀라서 후다닥 달리기 시작했고 갑돌이는 죽을 힘을 다해 호랑이 등에 바짝 엎드려 호랑이의 목을 꽈악 잡았다.
호랑이가 미친듯이 소리치며 산 아래로 내려가는 순간 갑돌이가 저 멀리 밭에서 일하는 친구들이 보이는지라 도와 달라고 크게 고함쳤다.
“어이~ 나 좀 살려 주오어어어어~”
산 아래 밭에서 일하던 친구들이 소리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갑돌이가 호랑이 등에 앉아서 손을 흔들며 뭐라고 뭐라고 고함치는 광경이 보인다.
그러자 갑자기 갑돌이 친구인 돌쇠가… 잡고 있던 쟁기를 홱~ 공중으로 집어 던지며 큰 소리로 다음과 같이 소리치며 집으로 가벼렸단다.
“어메 열나는거… 아 누구는 이 띠양볕에 열라게 땀 흘리며 쌩고생하는디.. 어떤 썪어질 놈은 호랑이 타고 신나게 소리 지르며 읍네 마실 가는가벼~ 어이 썪으랄 인생~”
이게 우리가 사는 인생이다. ㅎㅎㅎ
어떤놈은 지금 호랑이 등에서 생사의 갈림의 발악을 하고 있는데, 어떤 놈은 그것을 호랑이 타고 마실 가는 유유자적 인간으로 보고 화를 내고 있다.
호랑이 타고 호령하며 마실가는게 아니라 지금 생사의 갈림길에서 필사적으로 도움을 청하는 고함소리가 아니던가?
오늘 부터 시각을 달리해서 주위를 한번 살펴봐야겠다.
혹시 웃고 있는데 속으론 울고 있는 친구가 없는지.
기쁜 환호를 지르는데 혹시 도와 달라는 간절한 외침은 아닌지
잘 나가는 것 같이 보이는데 실상은 인생의 내리막길로 거침없이 질주하는 친구들이 아닌지.
그러나 무엇보다… 매일 매일 내 자신에게 솔찍한 삶이 되기를 노력하고 싶다.
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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