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 주 성가대 연습시간에 어떤 파트가 하두 음정이 안 맞길래 반복연습을 시키면서 내가 농담삼아 “이러면 내년부터 새 지휘자께서 어려우실텐데… 정신차리고 분발합시다!”라고 얘기를 했다.
그러자 몇몇 성가대원들이 정색을 하며 “무슨 일 있으세요?” 라며 걱정스런 (혹은 반가운?) 표정을 짓는다.
이 분들은 내가 금년말에 시무장로직에서 은퇴를 하며 그간 맡아왔던 성가대나 미디어 그리고 기획관련 업무에서 일체 손을 떼게 된다는 사실을 아직 모르는 분들이다.
그레서 내가 한 술 더 떠서 “예~ 글쎄 LA 에 있는 교인수가 5천명이 넘는 대형교회에서 저를 지휘자로 초청해서 부득히 그리고 갈려구 합니다” 라고 했더니, 어떤 분은 지극히 실망했다는 표정이고 어떤 분은 에이~ 그 실력에 무슨 대형교회 지휘자로 스카웃 되겠어! 라는 썩소를 지으시는 분들도 계셨다.
이랬든 저랬든… 나는 금년 말로 은퇴를 하게된다.
이 은퇴에 관해 여러가지 ‘썰” 들이 많다. ㅎㅎㅎ
아직도 젊은 나이에 왠 은퇴냐.
장로가 교회도 생각해야지 은퇴 해 버리면 어떡하냐.
은퇴 후에도 교회 나올거면 그냥 계속 시무해라… 등등등.
다 나를 생각해 주는 격려와 권면과 다독거림일 것이다.
그러나 나의 은퇴에 관한 생각과 소신은 다르다.
다들 (거의 대부분) 은퇴는 나이가 들고 힘이 없고 써 먹을 가치가 줄어들고 Performance 가 부진해 지고… 보기도 안 좋고.. 하면… take 하는게 은퇴로 생각하는 것 같다.
I think it’s wrong.
은퇴는 내가 힘이 없고 가치가 떨어지니까 하는게 은퇴가 아니다.
은퇴는 고여있는 물고를 터주는 것이고, 다음 주자에게 Baton 을 넘겨 주는 것이고, 좀 처럼 오지 않는 기회에 대한 Key 를 available 하게 하는 것이다.
솔찍히 나는 메뚜기도 한 철이 있듯이 지금의 나는 원숙의 Peak 에 있다 (먼 자랑?) ㅎㅎㅎ
열정은 (내가 자제를 해서 그렇지) 무르익어 단물이 흐르는 시기이다 … ㅎㅎㅎ
교회 생활의 산전수전을 다 겪어 … 운영상으로 문제에 대한 거의 모든 해답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위치에 있다.
뭐 그냥 계속 줄기차게 status quo 로 있어도 뭐라고 할 사람도 없고 나가라고 할 사람도 없을듯 하다(착각은 자유지만…).
미국말에 There’s a time to
talk, and there’s a time to walk… 란 말이 있다.
(잘난듯) 말 할 때도있지만, (조용히 알아서) 사라질 때 도 있다… 라는 말이다.
한국말에도 박수 받을때 떠나라… 는 말도 있다.
회사에서 은퇴 안 하고 버티는 것은 명백한 이유가 몇가지 있다.
그 첫째가 아직도 Financially 준비가 안되었거나 (이직 돈을 더 벌어야 된다),
그 다음은 은퇴한 다음의 계획이 아직 정립 안 되었거나 (변화가 두렵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ㅎㅎㅎ … Wife 가 아직 은퇴하지 말라고 명령한.. 이 세가지 정도의 범주에 들 것이다.
그런데 내가 생각하는 교회에서의 은퇴는 다른 관점으로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조용히 사무하시다 조용히 은퇴하시는 장로들도 있지만, 이모저모 활약 (?)을 하던 장로들은 이 은퇴를 별로 탐탁하게 안 여긴다.
나이가 먼 상관이냐며… 내가 숨이 붙어 있는 한 주님사역에 봉사하며.. 헌신하며… 이 한몸 끝까지불사르며 … 요단강 건너가기 일보직전까지… 내 사역 내 직무 끝까지 충성으로 수행하다가 가겠다… 라는 독립선언문 같은 사명감으로 자진 (?) 은퇴는 안 하시는 분들도 가끔 있다.
그런데 그게 문제라는 것이다.
NBA 팀을 보면 Superstar 가 한두명씩 있게 마련이다.
그들이 종횡무진 활약하며 팀의 승리를 낳는다.
그러다가 어느날 그가 부상을 입어 sideline 된다.
그는 고민한다. 어쩌나~ 내가 빠지면 팀이 곤두박질 할텓데… 하필 이럴때 내가 부상을 입냐.
그는 팀원들을 불러 놓고 강력한 말로 격려한다.
너희들은 할 수 있어! 내가 없어도 할 수 있어! 그러니 내가 복귀 할 떄 까지 힘 내고 계속 밀고 나가!
그럴듯한 말 뒤에는… 에고.. 욘석들이 내가 없으면 그 공백이 크다는 것을 알거야… 이 팀은 내 팀이라는 것을 너희들은 이번에 절실히 느낄꺼야… 라는 자만과 착각이 가득차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게 왠 일이냐… 자기 말이 선지자의 말같이… 그대로 come true 가 되니 말이다… 자기가 빠진 팀이 오히려 더 펄펄 날아간다.
아니 쟤가 언제 저렇게 3점 슛을 잘 쐈지.. 할 정도로 이름도 없고 매번 벤치에서 후보선수로 나왔던친구가 실력을 발휘한다.
항시 자기에게 볼을 양보하던 그 친구가 골밑슡을 쓕쓕~ 성공 시킨다.
자기만 바라보던 팀원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팀웍과 팀 케미스트리가 칼 같이 돌아간다.
이게 어캐 된거냐… 라고 부상당한 몸을 이끌고 벤치에서 응원하던 그 수퍼스타가 … 은근히 놀라게 되고 … 드디어 자기 눈을 의심하게 된다.
이거 지어낸 말이 아니다.
실지로 뉴욕 닉스에서 있었던 일이다.
그 수퍼스타는 카멜로 앤쏘니고 그 후보선수였던 친구는 “Linsanity” 라는 별명까지 들으며 온 농구계에서 환호하였던 제러미 린이란 선수이다.
재미난 결과부터 얘기 해 보자면.. 카멜로가 복귀하고 뉴욕닉스의 성적이 곤두박질쳤다.
Lin 과 Insanity 를 합친 Linsanity 라는 별명을 얻은 제러미는, 예전과 같이 카멜로에게 모든 볼을 공급하고 양보해야 했기에, 그는 다시 예전의 벤치신세를 져야만 했고, 팀원들은.. “뭐 쟤가 알아서 하겠지” 하며 그냥 코트에 서있기만 했다.
그 다음 카멜로는 닉스에서 방출되었고 몇몇 팀으로 트레이드된 다음, 이번 시즌에는 아직 그를 원하는 팀이 없는… 정말 가련한 신세가 되었다.
마지막 시즌을 Farewell Tour 를 하며 은퇴를 하기를 원하지만.. 아무도.. 그 아무도.. 그를 부르는 팀이… 없… 다.
그러길래 떠날라면 박수받을떄 더나든지… 쯧쯧쯧.
우습지만 교회도 이와 다를 바 없다.
내가 떠나면 … 그 동안 놀랍게 활약했던 … 나의 legacy 를 누가 맡아서 유지 해 줄까… 걱정하는 은퇴전 장로들이 많탄다.. ㅎㅎㅎ
어떤 장로는 2주 가족휴가 얻어서 여행을 떠났는데, 아무래도 자기가 없으면 안될것 같다며 떠난 주주일 제직회 참석하러 차로 몇시간 달려 자기만 돌아 왔단다. (그리고 끝나고 난 다음 부리나케 가족들이 스케쥴을 중지하고 기다리는 휴가지로 달려 가셨답니다)
이걸 보고 … 멋진 믿음이라고 우리는 해야 하는가?
나 아니면 안된다는 생각.. 정말 버려야 한다.
더군다나 세상일도 아니고, 교회일인데… 나 하나 땜에 교회일이 중단될 정도라면… 그곳에는 하나님이 계신가.. 의심 (?) 해 봐야 할지도 모른다. ㅎㅎㅎ
다 채워지고 매꿔지고 … 오희려 더 잘 나가게 된다. 제발 걱정 매달아라.
지휘를 수십년간 한 장로를 .. 어떤 목사가.. 감히!!!! 갈아 칠 수가 있겠는가?
그저 그분이 알아서 walk 하실 날을 학수고대하는게… 측은한 목사님들의 심정이다.
교회가 성장기로에 있어…보다 체계적으로 기술적으로 이끌어 줄 새 전문 지휘자를 영입하려 해도 그 늙은 곰 장로가 지휘봉을 떠억하니 잡고 있으니… 어떻게 담임목사가 그런 action 을 쉽게 취할 수가 있겠는가.
원 세상에 지휘자가 철밥통도아니고.
이런 상황에선 그저 그분의 은퇴만 기다리게 되는 것인데.. 이런 분 일 수록 지휘봉을 자기 팔목에다쇠사슬로 묶어 다닌다고 한다.
예전에는 나는 찬양팀 리드까지 했었는데, 어느날 목사님께 말씀 드리고 6개월 후에 (훈련기간을 거쳐) 사임했다.
목사님이 나보고 .. 장로님… 멀리서 (?) 보면 아직도 장로님 30대로 보여요~ 하시며 만류했지만.. 기어히 사임했다.
그 결과로 지금은 찬양팀이 젊은 찬양팀원들로 구성되어, 보기에도 삼빡하고 신선하고 얼매나 좋은지 모른다… ㅎㅎㅎ
이렇게 자발적으로 Walk 해 주어야… 물이 갈아지고.. 발전이 있다.
로마서 12장 2절에 보면 “… 마음을 새롭게 함으로 변화를 받아…” 라는 말이 있다.
영어로 보면 “.. be transformed by the renewing of your
mind..” 라고 되어있다.
그렇다. 변화가 없으면 우리는 결국 고인 물 같이 도태 될것이다.
그러면 변화를 가지려면…. Renewing of
mind 가 필요하게 된다. 이게 각자 개인의 몫이라는 것이다.
내가 안일하게 나의 위치와 직분과 재능과 인정을 “철법통” 같이 여기지 말고…. Renew… 새롭게 항시 생각하라는 말이다.
새롭게 생각하다 보면… Time to talk 와 Time to walk 가 생각나게 된다.
그 시기를 보는 것은 개인의 견해이고, 그것이 한 교회와 사회의 앞날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제발 나이 들면서 지저분하게 자기 밥그릇 지키려는… 그런 생각.. 하지 말자.
나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은 더더욱 하지 말고.
그래서 나는… 하늘이 두쪽 나더라도… 한번 정한 나의 마음의 결심을 밀고 나가려 하는 것이다.
헌 물이 흘러 나가면 분명히 새물이 들어 올 것이다.
시간이 조금 필요하겠지만… 분명히 더 맑고 신선하고 더 단 물이 될것이다.
그런데…
은퇴하면 뭐 할것이냐… 는 질문들을 가끔 듣는데.. 비밀이다.
세상을 뒤집을 거대한 계획이… ……………………… 없다. ㅎㅎ
그래도 좋다.
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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