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 같기도 하고
오래 된 듯한
느낌이 들었는데.
무엇이 아직도 미련이 있는지
뒤를 돌아본다.
그야말로 일장춘몽이다.
솔로몬이 한탄한
헛되고 헛되고
헛되고 헛된 것이었는데 말이다.
거기서 뒤돌아 본 그곳은
나무나 초라했다.
그렇게 초라했었나.
그 초라한 곳에서
그 빈 곳에서
아둥바둥
손을 뻗고
다리를 올리고.
앞에서 소리가 나서
고개를 들려보니
흰 점들이 서있더니
그 흰 점들이 다가오고.
아직도 가시지 않은 미련에
다시 한번 뒤를 돌아보니
바람에 날아간듯
이미 사라져 버린 그곳.
흰 옷 입은 사람들이
다가온다.
다들 잔잔한 미소를 머금고
몇 사람들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다가왔는데.
아~ 보고싶었던
어머니도 계시고
장인어른도 웃고 계신다.
몇년전에 너무 일찍 떠나 간
사랑하는 친구도 있고
그도 있고
그녀도 있고.
성경속에 나오는 그분들도 있다.
나 보고 겉모양 “만” 그럴듯하다고
예전에 친구목사가
‘사울’이라는 별명을
나에게 지어 주었는데
바로 그도 있다.
만나 보고 싶은 베드로는 안 보인다.
동생 안드레와
고기 잡으러 갔나보다.
향유옥합을 깨어
그분의 발을 머리로 문지른
마리아를 찾았는데
어디 갔나 보다.
야곱의 마음을 설레게 한
라헬을 찾았는데
그녀는 안 보이고
그녀의 언니 레아가 웃고 있다.
아담 할아버지가 보고 싶어서
둘러 보았는데 고단하셔서
낮잠을 주무시나 보다.
모세가 흰수염을 쓰다듬으며
나에게 고개를 끄득여 보이신다.
둘러 보니
둘러 보고
또 둘러 보아도
그가 안 보인다.
열변을 토하며
신유의 은사를 뽐내던
그분이 안 보인다.
또 그분도 안 보인다.
YOLO (You Only Live Once) 를 외치며
멋지게 인생을 살던
그분 말이다.
아 그런데
저게 누군가.
저 사람이 어떻게 이곳을.
그가 이곳에 있다.
뜻밖이다.
그러나 있다.
내가 갑자기
땅에 엎드려진다.
누군가가 다가온다.
흰옷을 입었다.
고개를 못 들겠다.
내가 알고 있는 빛이
그의 빛에 가리어 어둡게 보이는
그 빛으로
그러나 눈 부시지 않은 그 빛으로
내 앞에 서 계신다.
고개를 들 수 없다.
그곳에 가면 눈과 눈으로
마주 볼 수 있다고 했지만
내가 바보인지
내가 죄인인지
고개를 들 수 없다.
보고싶은데
확인하고 싶은데.
용기를 내어
반 쯤 고개를 들었는데
거친 손이 보인다.
손인데
그 손이다.
못 자국이 있다.
볼 필요가 없이
그분이다.
그분의 발에 입맞춘
그녀같이
나도 그렇게 하고 싶었다.
그렇게 하려고 했는데
나의 얼굴을 만지신다.
내가 나를 보니
내가 그곳에 있다.
놀라운 기적이다.
내가 그곳에.
오래인 것 같은
순간이었다.
이것이
정녕
꿈인가
글인가.
샬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