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부사를 일체 쓰지 않은 소설을 한번 써보고 싶다."
이말은 오래전에 한국의 유명했던 소설가가 모 잡지사와의 인터뷰에서 한말입니다.
그당시 저는 이말의 의도가 무엇인지 도무지 감을 잡지 못 했었습니다.
이제 세월이 지나 생각을 해보니 이것 저것 미사여구로 장식하고 꾸미는 말이 아닌 담백한 소설을 써보고 싶다.. 라는 말로 이해가 됩니다.
<부사>를 제 나름대로 정의 해보자면, 부사는 동사에 더하고 보태어 보조적으로 덧붙여 설명하는 말을 일컫는다.. 라고 해도될것 같습니다. 영어로는 다음과 같습니다.
An adverb is the part of speech primarily used to modify a verb,
adjective, or other adverb.
결국 <부사>의 가장 큰 기능은 "꾸민다" (modify) 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그 여자 이쁘다" 에 가벼운 부사를 가미하면 "그 여자 <진짜> 이쁘다" 가 되겠고 조금 강한 부사를 넣어보면 "그 여자 <허벌라게> 이쁘네~" 가 될것 같습니다.
그런데 참 재미난것은 부사가 들어간 말이 부사가 없는 말보다 훨씬 더 듣기에 재미나고, 현장감 나고, 어떨땐 더 신빙성이 있게 들린다는 것입니다.
우리 교회에도 어김없이 이 <부사>를 기막히게 잘 활용하는 성도님들이 있습니다.
"목사님 설교에 은혜 받았습니다" 라는 문장이 "목사님 설교에 진짜 진짜 너무 너무 은혜 받았습니다" 라고 전달되는것은 그래도 애교가 있습니다. 저도 조금 과장되게 부사의 기능을 십분 발휘해 본다면,
"김장로님 늦으시네.." 라는 말이 " 야! 김장로님말이야.. 제대로 시간 지키시는 것 내가 이교회 오고 한번도 본적이 없어!" 라고까지 비약하여 <부사> 이상의 효과를 나타낼수도 있습니다. 그냥 좀 늦으시네라는 말이 (자기가 기다려야 하는것에 화가 나서) 자기의 심정이 듬뿍들어간 말로 표현된 것이죠.
아까 말씀드린대로 부사는 어떤 말을 Modify 하는 말입니다. Modify 한다는 것은 원래의 모습과 의미를 '수정' 한다는 말입니다. 누가 수정합니까? 바로 전달하는 사람이 수정하는 것입니다.
왜 수정합니까? 대충 두가지로 나누어 보자면 첫째는 벌어진 사건에 자신의 '말"을 보태고 싶기때문이고, 둘째는 말을 보태는것에서 '자아만족'을 얻기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교회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을때, 재빨리 말을 전하는 사람들을 주의깊게 살펴보면 바로 이 두가지 공통점이 있음을 발견하게 됩니다.
어떤 집사가족이 주일성수를 안하고 오랜만에 놀러가다가 교통사고를 당했습니다. 그런데그 소식을 알게된 어느 집사님이 0.5초만에 친한 다른 집사에게 전화를 합니다.
그리고는 "그것봐라.. 주일성수 안하고 놀러가더니.. 쯧쯧" 하며 화려한 <부사> 기능을 사용하여 자신의 말 즉 자신의 속마음을 보태어 전달합니다. 그리고는 우리는 그래도 주일성수는 죽어도 지킨다...하며 '자아만족' 에 빠집니다.
이러한 화려한 <부사> 로 도배된 교회소식 그리고 성도소식들이 입과 입을 통해 온 교우에게 퍼질때, 사실 그 자체는 그 누구에게도 생길수 있는 평범한 사건이었는데도 불구하고 그 전달된 의미와 파장은 상상을 초월하게 됩니다.
한국말에도 <어> 다르고 <아> 다르다는 말처럼, 말을 전달하는 사람에 따라 어떤 사건이 진정국면으로 들어가느냐 아니면 더 번지느냐가 결정되기도 합니다.
교회를 떠난 옛성도들을 몇년후 우연히 만나 얘기를 들어보면, 어떤 말이 전달되는 과정에서 지극히 왜곡되었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기도 합니다.
우리도 이제부터라도 이 <부사> 없는 소식을 전할수 있었으면 합니다.
교회 웹사이트를 보면 <교회소식> 란이 있습니다.
여기에 "박목사님께서 이번주 출타하셨습니다" 라는 소식을 "박목사님께서 아주 아주 기쁜 마음으로 이번주 번개같이 출타하셨습니다" 라고 올려진 소식을 저는 본적이 없습니다.
전혀 불가능한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개인적으로 얘기를 나눌때도, 마치 교회 웹사이트를 모든 교우들과 외부인들이 보고있다.. 라고 생각하듯이.. 자신의 군더더기 말을 배제 한체 있는 그대로 전달할수는 없는 것일까요? 그려면 조금 재미가 없어질까요?
"예수님 사랑해요~"보다는 "예수님 너무 너무 너무 너무 사랑해요~" 가 사실은 좀 더 어필하게 느껴지긴 하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