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샌호세 쪽으로 회사 출장을 간 적이 있다.
그쪽에 마침 남가주서 부터 친하게 알고 지내던 후배
한명이 있어서, 토요일엔 그 친구 아파트에서 자고, 일요일 아침엔 같이 교회로 향했다.
샌호세쪽에는 중.대형 교회들이 몇군데 있었지만, 그 집사가 출석하는 교회는 주일 출석 교인이 50명도 채 안되는 작은 교회였다.
아담한 처소에 예배당이 앞뒤보다 옆으로 더 넓게 트이고
조명이 Par 라이트로 강대상 앞쪽으로 각이져서 내려 쪼이게 디자인 된 이쁜 처소였다.
약간 뒷쪽에 앉았는데 성가대 찬양 순서가 되자 정집사가
나에게 귓속말로 말했다.
“이장로님~ 우리 성가대 … 인원은 적어도 진짜 대형교회 성가대 못지 않게 소리가 빵빵 나오고 끝내줘요~”
숫자를 세어보니 딱 10명이다.
성가대 10명이면 Technical하게 얘기하자면 .. 소위 말하는 대 곡을 소화하기엔 일단 인원이 받쳐 주질
않는다.
대게 이런 경우, 지휘자들은 (나의 경우의 예를 들어 보자면) 약간 느린 템포의 찬송가를 고른 다음, 우선 1절을 4부로 부르고, 같은 key 의 템포가 빠른 다른 복음성가나 CCM 곡을 다같이 Unison 으로 힘차게 분위기를 바꾸어 부르고, 다시 첫곡의 간주를 하고, 마지막 절을 4부로 (repeat/fermata/rit. 등으로) 끝내는 형태로 진행하기도 한다.
성도들 입장에선 찬송가라는 평범한 (?) 곡 같은데도, 중간에 다른 곡이 또 다른 분위기로 들어가는 것 같고, 다른 형태의 진행이 되다 보니까… 마치 대 곡 (?) 같은 착각을 일으켜, 흥미를 가지고 집중하게 되고 은혜를 받을 수 도 있게 된다… 는 것이다. 일단 이론이다.
이론이지만 실제론이기도 하다. 편곡은
바로 이런 점을 노리는 것이다.
같은 찬송가라도 쉽게는 그 템포… 나아가서는 그
스타일 (셔플/폴카/슬로우록
등등) 만 바꿔도 전체적 분위기는 엄청 달라 질 수 가 있기에… 개인적으론 굳이 새로운 CCM 계통의 곡을 매번 try 하지 않아도, 편곡만 잘 한다면 쉬운 멜로디의 찬송가도 신선한 분위기를 충분히 만들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암튼, 내 예상과 같이
그날 찬양곡은 찬송가였다.
또한 내 생각과 비슷하게 다른 찬송가와 메들리 형태로
불렀다.
결과는… 정집사가 말 한대로… 전혀 10명이라는 적은 인원의 성가대 같지 않게 당차고 때로는 (적재적소에) 정확한 표현이 확실하게 들어 나는 은혜로운 찬양이었다.
예배가 끝난 후 정집사가 그보라는듯이… 성가대 자랑을
한다… 어떻게 저렇게 소수의 인원으로 대형교회 성가대 소리가 나느냐고 … 우리 성가대원들 최고라고… 입에
거품을 품고 (?) 칭찬을 해 댄다. ㅎㅎ
그리고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지휘자는 역시
내 예상대로 성악을 전공한 분이었다.
그리고 나는 왜 그 성가대가 적은 인원으로도 Full Sound 효과가 나는지… 당연히… 알고 있었다… ㅎㅎㅎ
내 자신 과거에 적은 인원의 성가대를 지휘하며 역시
같은 방법 (?)을 써 왔기 때문이다.
그 주 원인은 (?) 바로 지휘자 이다.
일단 지휘자는 곡을 보면서, 어디가 climax 부분인가.. 어디가 main theme 부분인가, 어디에 어느 파트가 더 강하게 차고 나와야 하는가, 어느 부분에 어느 파트의 음정이 흔들리는가… 등등을 다 파악하고 있게 된다.
그것을 파악한 지휘자는, 등을 돌리고
지휘하는 동안, 위에서 말한 바로 그 부분에 도달하면 자신의 특기 (성악) 를 이용하여, 고음을 내든지, 강력한 소리를 내든지, 정확한 음정을 잡아 주든지, 다이내믹한 템포변경을 리드하든지 하여.. 마치 4-5명의 인원이 더 보강된듯… 막강한 작업을 하는 것이다.
이런 기술적인 물밑작업을 모르는 청중들은… 전체 합창을 통해
들려오는 성가대의 찬양소리가, 소수의 인원인데도, 왜 그리도 강력하고 뚜렸하고 정확하게 표현이 되는지…는 모르지만… 암튼 듣기 좋은
멋진 합창으로 들리게 된다는 것이다.
특히… 모든 진행의 결말이라고도
말 할 수 있는 마지막 Ending 부분에서의 강력하고도 자신있는 고음 Finish 는 성도들에게 … 그 5분간의 모든 느낌을 대변하는 .. 효과를 나타낼 수 있는 것인데… 여기에 그 성악을 전공한 지휘자의 역할이 지대함은 말할 나위가 없다.
그런데, 미안하게도 이런
성악 전공 지휘자의 역할은… 대형교회에서는 그리 큰 효과가 없게 된다.
대형교회에서의 지휘자의 역할은 보컬 영역뿐만이 아니라
악기반주까지를 포함하기에, 소.중형 교회 때 처럼 자신의 기량과 성량으로
성가대를 돕던 그런 기회와 여유는 당연히 … 없어지게
된다.
그러므로 대형교회의 지휘자는 작곡이나 합창을 전공하신
분들이 더 적임자 일 수가 있다. 좀 더 넓고 많은 영역을 다룰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말은 성악전공 지휘자가 대형교회에서는 필요하지 않다는
말이 전혀 아니다. 그 기능적 역할이 중.소형 교회때
보다 ‘덜’ 효과적이라는… 말이다.
그러나 소형교회나 중형교회에서의 성악전공 지휘자의
역할은 다분히 크다.
자 그런데… 목사님들이 이런… 디테일한 사연(?) 을 잘 아실리가 없다. ㅎㅎㅎ
그냥 음악 전공자라면, 악기를 전공했건, 합창지휘를 전공했건, 작.편곡을 전공했건, 성악을 전공했건… 지휘자로 모시면 된다고… 일반적으로 생각을 한다.
그러나 분명히 그들의 역량분야는 다르다.
그리고 그들의 효과적인 지휘역량 활용을 위한 교회 Size 도 분명히 다르다.
일반적으로, 찬양경배팀 리드와
성가대 지휘자의 (자격면에서의) 차이점을 모르는 사람들이
수두록하다.
감히 말하는데… 전혀 틀리다 … 라고 봐야 한다.
큰 목적은 동일하지만 세분화된 목적과 기능은 전혀
다르다라고 봐야 한다.
이 말은 대형교회 지휘자라고 해서 찬양리드를 잘하라는
법은… 전혀 .. 아니라는 말이다.
이 말은 대형교회에서 프로급 찬양팀을 리드했다고 해서, 그분이 성가대
지휘를 효과적으로 한다고… 는 자신있게 말 할 수 가 없다는 것이다.
이것을 모르고, 무조건 음악계통에서
종사한 그 연륜과 credential 만 보고, 떔빵하듯 성가 지휘도 시키고 찬양리드도 시키는 것도 무식 (?) 한 소치지만, 또한 그 자신이 성가대 지휘도 할 수 있고 찬양팀 리더도 할 수 있다고… 그 차이점을
대단치 않게 생각하는 사람도… 큰 문제가 있는 것이다.
ㅎㅎㅎ 그런데 이것 조차 요즘은 변하고있다.
찬양팀과 성가대의 벽이 허물어 지는 것이다.
이 토픽은 다른 주제로 다음에
다루어 질 것이다.
암튼, 그날 그 교회의
찬양은 내가 듣기에도 소수정예의 멋진 그리고 은혜로운 찬양이었다.
Graceful 하게 물위를 유유자적하며 돌아다니는 백조가 물밑으론 허벌라게 (?) 발길질은
하듯, 멋지게 기량을 발휘하는 성가대 뒤에는, 백조같이
이것 저것 땀 뻘뻘 흘리는 지휘자의 가련한 (?) 노력이 있음을… 자주는 말고도 가끔이라도 알아 주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 한마디 해 보았다. ㅎㅎㅎ
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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