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넷플릭스에 한국 드라마 “D.P.” 의 인기가 하늘을 찌른다.
주위 사람들이 하도 디피~ 디피~ 하길래 나도 시간을 내서 그 드라마 시리즈를 다 봤다.
D.P. 는 군대에서 탈영병을 추적하여 체포하는 헌병대
업무 (요원들) 를 일컫는 말이다.
D.P. 는 Deserter
Pursuit 의 약자이다.
이 드라마가 화제가 된 것은 군대내에서 고질적으로
그리고 전통적으로 전해 내려오는 그리고 자행되고 있는 (현재도 그런지는 나는 모른다만) 군대고참들의 악습과 악행을 적나라하게 묘사했기
때문이다.
아마 요즘은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군대내에서도 휴대폰을 쓸 수 있고 군 복무기간도
이제는 2년 정도로
줄어든 상황이니 예전 같은 공포의 병영생활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군 생활을 하던 1970 년도 중반기의 군대는… 진짜 살벌했다.
영화와 개개인의 경험담을 통해서 지옥같던 공포의
병영생활이 이미 많이 알려졌기 때문에 내가 굳이 또 그런 어두운 경험을 얘기할 필요는 없다.
쓰레기통에서도 장미가 피듯이 … 나의 3년 군대 생활 중… 아직도 기억에 남는… 좋은 (개념있는? 상식이 있는? 배운듯한?) 고참들에 관한 추억중 … 3가지 정도를 재미삼아… 얘기 해 보려고 한다.
나는 공군에 자원입대했다.
아직도 기억하는 군번… 3305025.
ㅎㅎㅎ
대전 근교 항공병학교에서 기본 훈련을 넉 달 받고
보직 대기를 하던 어느날, 군대 3년을 머리기르고 사복입고 뽀다구나게 (?) 지낼 놈들은 잽싸게 일어나!… 하는 어느 (진짜) 사복을 입은 장교놈 (?) 의 말에 홀딱 넘어가.. 나와 몇명이 벌떡 일어났다.
그래서 졸지에 공군 2325 전대로 차출이 되었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2325 전대는 공군 북파요원을 양성하는
공군 (방첩) 부대였다.
우리가 잘 아는 실미도 사건이 있다.
실미도에서 훈련을 받던중 탈영하여 대방동에서 버스를
훔쳐 결국 자폭한 실미도 사건의 그들은 2525 전대 교관들에게 앙심을 품고 (파견나가 그들의 혹독한 훈련을 맡았다)
, 대방동에 위치한 2325 전대를 찾으려 했지만, 병원같이 위장한 2325 전대를 찾지 못하고 결국 거의 대부분 사살당한… 바로 그 사건이 내가 멋도 모르고 자진하여 기쁘게 (?) 차출되어 간… 바로 그 2325전대의 사건이었던 것이다.
A 지구는 북파병들, B 지구는 북파훈련병들, C 지구는 나 같은 Support 하는 기간병들이 있는 곳이다.
오해말라…. 물론 나는 북파된 적이 없다 ㅎㅎㅎ
그렇지만, 배치되어 첫 6개월간 A 지구 요원들이 받는 그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그런 훈련을 받았을까 싶은) 훈련을 나 역시 받아야만 했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훈련중, 하나는 2개조로 칠흙같이 어두운 밤에 어느 산중에 떨구어져서 5일간 알아서 생존하고 부대로
돌아 오는 것이 있었고, 도망백 (개인
용품이 들은 큰 자루같은 Bag) 안에 들어가서 (집어 넣어져서) 풀장 물속으로 던져진 다음 (결국은) 기절하여 끌려 나오는 훈련, 그리고 수주간 지상 훈련을 거친 다음 드디어 훈련기를 타고 공중에서 뛰어 내리는 낙하산 투하 훈련등이 있었다.
극강도의 훈련탓도 있고 해서 인지 병영생활은 말
그대로 지옥이었다.
고참들은 훈련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쫄다구들에게
죄다 퍼부었다.
새벽에 집합하여 빠따 (군용침대에 들어 가는 굵은 각목으로 허벅지를 떄리는
것) 맞는 것은 하루 멀다 당연한 것이 었고, 틈만
나면 연병장 구보, 곤히자는 새벽에 느닷없이 깨워 그 추운 겨울날에 펜티바람으로 연병장에서 떨게
만들기, 철모에 머리박기 등등.. 죽지
못해 살던 어느날..
여느때와 같이 누군가가 새벽에 집합을 시켰다.
그런데 보통때와는 달리 (대개 몇 기수 위 고참들이 집합을 시키는데) 이번에는 양병장이라는 거의 왕고참이 우리들을 집합시켰다.
그리고는… 구보로 약 20분 걸려 산 꼭대기로 데리고 갔다.
설마 우리를 산 밑으로 굴러 뜨리려나 했는데…. 우리 모두를 산 밑이 보이는 한 곳으로 모이게
했다.
너희들 저 밑에 오른쪽에 보이는게 뭐냐?
우리가 사는 막사를 가르켰다.
네… 우리 내무반입니다!
우렁차게 모두들 소리쳤다.
갑자기 낮은 톤으로 양병장이 얘기했다.
저 내무반이 성냥갑 만 하지 않냐?
그 속에는 너와 내가 생활을 하고 있다.
만일 우리가 보는 저 조그마한 성냥갑 안에서 개미들이
지네들끼리 왁자지껄 이리저리 싸운다면 너희들이 보기에 어떤 느낌이 드냐?
아무도 대답이 없었다.
잠시 정적이 흘렀는데… 양병장이 말을 이었다.
니네들 힘들다고 전우들까리 서로 스트레스 주고
집합시키고 살벌하게 만든다면 니네들은 개미만도 못한 새끼들이다.
나는 그 말을 아직까지 뇌리에 생생하게 기억한다.
한국외국어대학 포르투칼어 3학년 재학중 군입대한 양병장.
평상시엔 별로 말도 없고 우리들과는거의 대화가
없었던 그의 입에서 나온 뜻밖의 그 말에 아마도 많은 친구들이 무언가를 생각하게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몇달 후 나는 특수훈련을 마치고 역시 대방동에
위치한 공군본부로 배치를 받았다.
그곳에서 정말 나는 머리도 기르고 사복도 입고 (권총도 차고) 아침이면 채송백 (서류등을 넣고 다니는 지금의 Backpack 같은) 을 매고 몇군데 매주 달라지는 Target
Office 를 들러 Confidential/Secret 아이템들을 주고 받고 한 다음… 병영밖에서 점심도 해결하고.. 딴 병사들이 볼 땐 천국 생활을 하는.. 그런 생활을 시작했다.
나는 주로 병영내에 있는 오피스에 딸린 숙소에서 (파견근무라고 했다) 잠을 자곤 했었는데… 그때는 나의 힘 (?) 과 인기 (?) 가 대단했었다.
남들은 못 나가는 외출을 매일 나가지 않나 사제
음식도 맘대로 사먹을 수 있지 않나 또 무엇보다도 PX 에 (업무로) 드나들 수 있는 권한까지 있었다.
이 PX 때문에 장교들이 나를 꽤 좋아했다.
PX 에는 (장교들은 들어갈 수는 있지만) 양담배.. 양주등을 마음대로는 살 수가 없었다.
그런데 나는 살 수가 있었다.
주보전달 (일주일에 한번씩 우리 부대원들 식량배급 요청하는
서류) 와 특별 의약품 그리고 대빵들에게 배당된 양담배와 양주를 수령할 수 있는 기능이 나에게 있었는데, 살짝 Extra 양담배와 양주를 사바사바… 가져올 수가 있었기에 장교들 사이에서 ㅎㅎㅎ 나의 가치는 널리 알려져 있었던 터다.
덕분에 나도 양담배도 피어보고 양주도 조금씩 마시며
나름대로… 그럴싸한 (?) 군대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런가?)
어느날 밤에 오피스에서 양담배를 피며 음악을 듣고
있었는데… 누군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나와는 안면이 있는 서XX 대위였다.
벌떡 일어나… 경례를 했다.
서대위는 잠시 먼가를 물어 본다음… 나가려던 발걸음을 멈추고 나에게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이 상병…. 군대라고 남들처럼 … 생각없이 막 지내지마.
자네도 제대하면 학업도 마치고 꿈이 있을텐데… 군대에서 좋은 보직 받았다고 양담배 피고 양주 마시고.. 그렇게 생각없이 제대할 날만 기다리지 말고… 혼자 있을 시간에 무언가 공부도
하고 자기 개발을 해야지.. 이런 시간이 또 올것 같은가?
서대위가 나간다음…. 그 말을 생각하다가 술이 다 깨어 버렸다. ㅎㅎㅎ
구렛나루가 멋지고 스마트하게 생기신 서대위.
항상 휘파람을 불며 지나가다가 나를 보면 (영어로) 모닝~ (‘굿’ 은 빼고 ㅎㅎㅎ) 하던 그 서대위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유명한 탤런트 박원숙씨의 첫 남편이었다.
제대 10개월 정도 남겨두고 먼가 보람된 (?) 보직을 경험해 보고 싶었던 나는, 그간 하던 연락병 (?) 보직을 관두고 (내가 원한다고 그만 둘 수 있는 것은 아니고 그간 잘 쌓아놓은 인맥을 통해…) 공군본부에서 별로 멀지 않는 곳에 있는 항의원 (항공의학연구원) 으로 전출을 받았다.
항의원은 쉽게 말해 공군병사들과 가족들과 군속들을
위한 (공군) 군대병원의 기능과 조종사들의 적성검사와 시뮬레이션을 담당하는 기능을 가진 꽤 큰 기관이었다.
여기서 나는 여러군데 부서의 업무를 보았는데, 응급실에서 잠깐 근무도 하였다.
내가 의학 경험이 있는것이 아니기에 나는 그저
행정업무를 맡았었다.
여기서 또 한 사건이 있게된다.
어느날 당직이 되어 응급실 당직병사와 잡담을 나누고
있는데 전화연락이 들어오더니만 조금후에 응급차가 들이닥쳤다.
어떤 남자 하나가 실려 들어왔는데… 오른쪽 팔에 피가 흥건하다.
일단 응급실 베드에 옮긴 다음 상처부위를 보니
사시미 갈라놓은듯 팔 안쪽 전체가 칼에 베어져 있었다.
그런 참혹한 광경은 태어나서 처음이었다.
그런데 그 사람의 얼굴이 낯에 익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그 유명한 영화배우 이대엽씨다.
술먹고 어찌어찌 했는지… 술 냄새가 풍긴다.
일단 응급실 병사가 소독을 깨끗히 해 놓고 비상연락을
해 놓은 담당군의관이 와서 약을 바르고 항생제를 주사하고 봉합 (Stitch)을 하는 절차만 남아있다.
잠시후 군의관이 허겁지겁 달려왔다.
척 봐도 햇병아리 중위 군의관이다.
아마도 실전도 별로 없을듯 보였다.
스티치 기구를 들고 봉합을 해야 하는데 두 손이
덜덜 떨린다.
더군다나 상대는 유명한 영화배우 이대엽씨인데…부담감이
갑절로 느껴지는 모양이다.
몇번 시도하는데 내가 봐도 위험하다.
시간은 가고 군의관 빰엔 땀방울이 떨어지는데… 허겁지겁… 또 한 사람이 응급실로 달려 들어온다.
나도 잘 아는 나이가 지긋한 장 상사님이다.
의대도 안 갔고 의사도 아니다.
그러나 응급실에서 여기저기 보고 배우고 해 봐서
십수년 잔뼈가 굵었다.
제가 해볼까요?
군의관이 그러라고 (마지못해 그러나 휴우~ 안심을 하며) 넘긴다.
장상사가 스티치를 시작하는데…. 그 손놀림이 전광화석… 마치 타짜가 화투 돌리는 솜씨와 비견될 정도로 빠르고 정확하고 자신있게 움직인다.
그렇게 10분도 안 되어 봉합수술은 끝나고 주사까지 맞고
이대엽씨는 옆에 베드로 옮겨졌다.
정리를 하며 내 옆에 있던 당직병사가 눈치도 없이.. 자기딴에는 장상사 칭찬한다고..
와아~ 우리 장상사님 솜씨 끝내주시네요!
말했다가 아직 옆에서 손을 씻고 있던 신참 군의관이
있는 것을 알고는 어쩔줄을 몰라한다.
그떄 장상사가 말했다.
얌마… 너는 레스토랑에서 주방장이 반찬 만지고 있는 거
봤냐?
그런건 다 시다들이 하는거고 주방장은 큰 요리할때나
나오는 거야 임마!!
그러자 군의관이 에헴~ (겸연쩍지만 그래도 가오 세워주었다고 고맙다고 응대하는
기침) 하면서 장상사 어깨를 투욱 쳐주고는 응급실을 나간다.
죄송해요 장상사님.. 김중위님이 계신줄 모르고.. 그만.
얌마… 항시 말 조심해라 임마… 나이도 어린 군의관님 얼매나 겸연쩍으셨겠냐?
그 말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있다
군대가 무조건 부정적인 곳은 결코 아니다.
그곳에 있는 사람들도 우리의 형제들이요… 결코 다 나쁜 사람들이 아니다.
아직도 기억하는데.. 점호때 마다 외운 것 중에 군대에 대한 정의다.
‘군대는 합법적으로 조직된 무력단체이다’
맞다!
남자들 끼리 모이니… 남자 냄새가 나는 곳이고… 아직 20대 혈기의 야생마들이 모였으니.. 서로들 날고 뛰는 것은 자연스런 현상이다.
군대에서의 기억들.. 그것이 좋든 나쁘든… 그것 가지고 Generalize 하지는 말아야 한다.
다 거쳐가야 할 과정이다.
그런 인생의 과정이 어디 다 Soft 하고 Gentle 하고 Good 하기만 하던가?
군대 아니면 언제 재벌집 아들들이 이놈 저놈 소리듣고, 물걸래질 하고, 무릅을 꿇고, 돈으로도 안 되는 것도 있다는 것을… 몸소 (?) 체험할 수 있겠는가? ㅎㅎㅎ
군대 제대하면서 정신 다시 차리고 소중한 경험을
바탕삼아 앞으로의 인생을 잘 살아가면 된다.
군대의 악습을 두둔하려는게 아니라… 군대 특성상… 부정적인 면이 있을 수도 있음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D.P. 영화속의.. 그 나쁜 행위들… 이제는 많이 사라졌을 것이라고 믿고.. 아직 남아 있는 것들은… 개선해 나가면 된다.
우리때 군대생활 한 분들은 요즘 군대보면… 그게 군대냐.. 라고 한다.
그래도 군대가기 싫다는 사람은 언제나 항상 있다.
남자면 그래도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군대가는게
맞다!
그래서 인기가 하늘을 찌르던 나훈아도 공군에 들어와
밤에 고참들 자기 전에 기타치며 노래 부르는 것도 나는 보고… 축구로 이름을 날렸던 차범근도
바로 내 뒤를 이어 머리 빡빡 깎고 공군 들어와 열심히 훈련받는 것도 나는 봤다.
이상… 군대 얘기는 여기까지.
충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