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전에 우리와 헤어진 우리가 키웠던 Golden Retriever 의 이름은 <날라> 였다.
날라가 7년 정도 살았으니까 지금으로부터 약 13년 전에 날라를 키우기 시작한것이다.
강아지를 갖고 싶어 갖은 작전 (?)을 부리던 딸 아이가 어느 날 불쑥 강아지를 무작정 (?) 데리고 왔다. 와이프와 나 역시 개를 무척 좋아한다. 그렇지만 대책없이 떨어지는 그 털 때문에 키울 엄두를 못 내고 있었는데 Chrissy 가 결단을 한 것이다.
강아지를 잠깐 맡았다며 .. 데리고 왔는데 … 우리가 바보겠느냐 만… 그냥 모른척 하면서 강아지를 우리 집안에 식구로 받아 들였다. ㅎㅎㅎ
그런데 … 고민거리가 생겨서 걱정 근심이 심할것 같았는데… 석달된 골든 리트리버 강아지를 보는 순간 마치 늦 아이 둔 부모들 처럼 경사가 난 듯… 가슴이 뛰었던 것을 기억한다.
자 .. 강아지를 데리고 왔으니 이름을 지어야 한다.
다들 고심하며 생각하고 있었는데 내가 <자블레> 라는 요상한 (?) 이름을 suggest 하자 마자 식구들에게 거절 (?) 당하는 불상사가 일어났다. 이름이 그게 뭐냐고. 발음이 너무 이상하다고.
자블레는… ㅎㅎㅎ.. 강아지가 1월달 (January) 에 왔고 우리 가정에 축복 (Blessing) 을 줄거라고 생각한 내가 January 와 Blessing 의 앞 letter 들 (Ja
+ Ble) 를 따서 Jable 라고 지은 것이다.
이럭 저럭 시간이 가는데 빨리 이놈에게 이름을 지어 줘야 한다고 생각할 즈음… Chrissy 가 강아지 이름을 지었다.
<날라> 라고… Nala?
발음하기는 좋고… 외우기도 (?) 쉽고… 그런데 뜻이 뭐냐고 물어 보니.
디즈니 영화에 나오는 Lion King 의 사자 세마리중 한마리 이름이 <날라> 란다… ㅎㅎㅎ
그렇게 해서 … 날라라는 이름이 탄생하게 되었다.
데리고 오자 마자 … 겸사겸사 좋은 일들이 생겼다.
와이프와 나는 가끔 산보를 나가곤 했는데.. 어떨땐 밖에 나가는것도 귀찮고.. 혼자 가는것은 좀 머쓱하곤 했는데… 날라 데리고 나가니 핑게 (?) 거리도 생겼고 덕분에 운동도 자주 할 수 있고… 일거양득이 되었다.
개를 키우는게 어떤 면으로 보면 애 하나 키우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어떤 사람들은 말한다.
아침 저녁으로 데리고 나가 오줌.똥 싸게 해야지… 가끔 멀리 산보 시켜서 건강도 유지 해 줘야지… 개 사료 사서 잘 먹여야지… 외출 해서 더 오래 있고 싶어도 날라 생각해서 제 시간에 들어 가야지… 휴가를 가더라도 누구에게 맡기거나 그것도 여이치 않으면 Kennel 에 돈을 주고 맡기도 가야지… 등등… 자질구레한 extra work 들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이 놈이 집에 있으면 심심치 않다.
그리고 밤에도 이 놈이 옆에 있으면 마음이 든든하다. 골든 리트리버는 도둑이 들어 와도 꼬리를 흔들며 반갑게 맞이하는 개 종류지만, 밤에 집에 혼자 있을때 날라가 왔다 갔다 하면 왠지 든든한 느낌이 든다.
일이 있어 밤 늦게 들어 오면, 다들 자고 있는 가운데도 (일어 나지도 않지만) 오직 이 집안에 하나 있다면 이 날라 혼자.. (완연히 보이는) 졸리운 그 실눈을 살그머니 뜨고 거라지 도어 앞까지 나와서 꼬리를 흔드는게.. 날라다.
아무리 졸려도 일단 일어나서 주인에게 인사를 하고 꼬리를 흔들어 보인 다음 … 다시 돌아가 자는게 날라라는것이다.
날라의 질투는 장난이 아니었다. 예를 들어 내가 와이프나 딸애랑 껴안는다 치자.. 가만히 안 있는다. 즉시로 달려와 짖어댄다. 웃기지도 않는다.
마찬가지로 내가 누구를 혼내는 듯 삿대질을 하고 소리를 높히면, 어김없이 그 가운대로 들어와 하지 말라는듯 머리로 내 몸을 밀어낸다.
산보를 데려 나가면, 자기 몸의 3분의 1도 안되는 강아지가 짖어대면 단박에 꼬리를 감추고 내 뒤로 숨는다. 원바보 녀석. 그런데 짖는 소리는 우렁차서 온 동네를 울리고도 남는다.
저녁을 먹고 내가 살며시 다가가면 .. 귀를 쫑긋세우고 (기대감에) 나를 쳐다 본다.
내가 속삭이듯 “Walking?” 하면 벌떠덕 일어나.. 현관 앞에 놓은 leash 를 입에 물고 온다. 밖에 워킹 나가려는 나의 의도를 아는것이다.
집안에서 키웠고 잠도 어떨땐 같은 방에서 자면서 정이 쌓였었는데, 어느 해 부턴 좀 힘이 없어진 느낌이 들었다.
머리부근을 쓰다듬다가 목 아랫부분에 먼가가 느껴졌다. 조그마한 혹같은게 만져졌다.
얼마 후 병원에 가보니 골든 리트리버에게 흔한 목에 발생하는 암이라고 한다.
아 이때의 기분은 묘했다.
날라가 ‘개’ 가 아닌 마치 내 ‘자식’ 인것 같은 느낌이 나도 모르게 들곤 했다.
약을 먹으면서 날라는 금방 호전이 되어서 우리는 너무 나 기뻤다. 산보도 같이 가고 등산 갈때도 데리고 가고… 그러면서 먹는 음식도 각별히 가려서 주고.. 건강에 무척 신경을 썼다.
그러다가 2개월 정도가 지나자 다시 상태는 악화되었고, 얼마 안가서 움직이는것 조차 어려운 지경에 도달했다.
이상한것은 아마도 그런 자기의 모습을 주인에게 보이기 싫어서 였던지 날라는 꼭 우리가 못 보는 구석에 움크려 앉아서 잠만 자는듯 했다. 가끔 신음 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Vet doctor 와 상의를 한 다음 우리 가족은 날라를 안락사 시킬것을 결정했다.
초 가을로 기억되는데, 나는 날라를 데리고 병원에 갔다.
진정제를 맞히고 … 안락사 주사를 맞으며 날라는 … 알고 그랬는지… 나를 잠시 물끄러미 쳐다 보더니만 … 곧눈을 감았다. 그때 그 모습은 아직도 눈에 선하다.
예전엔 더 그랬지만 지금도 가끔 집에 혼자 들어 오면 뛰어 와서 꼬리를 치며 나를 반겨주던 날라 생각이 물씬 날 때가 있다.
날라가 죽어서 천국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다고 … 신학적으로 얘긴 못하겠지만… 난 천국에 가서 날라 보기를 기대한다.
눈물 없고 헤어짐 없는 그곳이 천국일진데 … 일생동안 불평 한마디 안하고 주인 말에 순종하며 주인의 기쁨이되었던 날라가 속할 곳은 … 천국밖에 없지 않을까 … 위안을 해 본다.
Nala, you are always in my
memory~ Pe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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