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는 미국 친구는Neapolitan Mastiff 라는 개를 키운다.
사진을 보여주는데 눈을 감아 버렸다. 세상에 이렇게 못 생긴 개도 있을까 할 정도로 ugly 한 개다. 실지로 못생긴 개 종류의 상위권 3번째 안에 항상 든다고 한다. 왜 그런 개를 좋아하냐고 했더니 못생겨서 좋아한다고 한다. 이주일은 못 생겨서 죄송하다고 했는데… ㅎㅎㅎ 잘 이해가 안되지만 남의 개 가지고 이래라 저래라 할 입장은 아니어서 He’s
a good dog! 하고 말았다. 오래전에 나는 골든.리트리버 강아지 한마리를 데리고와 키웠다.
이름을 날라 (Nala) 라고 딸 아이가 지어 주었다 (참고로 날라는 Lion King 영화에 나오는 사자중 한마리의 이름이다.) 날라는 대부분의 개들이 그렇듯이 나를 따르고 아양을 떨며 어느듯 우리 집안의 귀염둥이가 되었다. 나는 못생긴 개도 별로지만, 작은 개도 별로다 (이상한 취향인가?)
개가 개 답게 좀 등치가 있어야지, 고양이인지 다람쥐인지 깨깽 거리기만 하고 쫄쫄쫄쫄 따라 다니면서 도움은 안되고 도음을 줘야 하는 개들은 (미안하지만) 개인적으로 비호감이다. 어쨋든 날라는 딱 한가지만 빼고는 내 맘에 쏙 들었던 개다. 그 딱 한가지 나쁜점은 개털이다. 온 집안이 개털로 덮혀 산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털이 엄청 빠진다. 그래서 통계 (?) 로 보면 날라를 기를 때와 날라가 없을 때 방문객 숫자가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 많은 사람들이 한번 멋도 모르고 방문한 다음부턴 슬금슬금 방문을 꺼린다. 한번 앉았다가 일어나면 온 몸과 옷이 털 투성이다. (그래서 좋은 점도 있다… ㅎㅎㅎ) 그런데 날라는 불평이 없다. 초심을 잃지 않는다. 내가 새벽 1시에 들어와도 꼭 일어나서 그 부시시한 눈을 뜨고 (눈이 반쯤 떠진 그 장면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거라지에서 들어오는 문 앞에서 나를 맞는다. 자더라도 꼭 인사는 하고 잔다. 와이프와 애들이 만일 이렇게 나를 반겼다면 나는 아마도 지금쯤 훌륭한 인물이 되어 있을것이라고 생각한다 (농담이다!) 야단치는 어조, 칭찬하는 어조, 놀리는 어조.. 다 알아 듣는다.
심지어는 내차 소리와 와이프차 소리를 분간해서 알아 듣는다. 와이프나 딸애랑 장난삼아 꼭 껴안으면 단번에 사이에 끼어들며 짖어댄다. 그때 우리집에 장모님, 딸애, 와이프 그리고 암놈인 날라까지 도합 4명의 여자와 단 한명의 남자인 나여서 그런지, 유독 나를 더 좋아하는듯한 착각(?)에 빠지기도 했다. 약 7년 정도 후, 날라는 유독 골든 리트리버에 흔하다는 후두암에 걸렸다. 목 부근에 혹이 올라 왔다. 집안에 비상이 걸렸고 병원에 데려 갔지만 뽀족한 수는 없었다. Experimental
Medicine 이 있다는데, 그걸 시도하려면 일주일에 3번 우리집에서 70여 마일 떨어진 Fort Collins 까지 왕복해야 하는데 불가능했다.
결국 주는 약과 식이요법으로 딸 아이가 지극정성으로 보살폈지만 잠깐 차도가 보이다가 그다음엔 급속악화가 되었다. 가을로 접어드는 어느날 우리는 날라를 안락사 시키기로 결정하고 내가 대표로 날라를 데리고 병원을 찾았다. 움직이는 것도 힘든 날라였지만 산책한다니까 힘을 내어 나를 따라왔다. 이것 저것 기록하고 얘기한 다음, 간호사가 안정제를 먼저 놓았다.
내 옆에 바짝 붙어 숨을 헐떡이며 나를 쳐다 본다. 쓰다듬는데 왠 눈물이 그리도 나는지. 아버님 어머님 돌아 가실때도 그렇게 서럽게 울어보지 않았는데. 마치 나를 위안하듯 날라가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는데, 간호사가 드디어 안락사 약을 투여했다. 약 효과는 빨랐다. 불과 5초 안에 잠들어 버렸다. 허무했다. 먼가가 크게 텅 빈듯한 느낌. 그리고 찾아오는 후회감… 더 잘 해 줄껄. 더 맛잇는 음식 줄껄. 더 많이 놀아 줄껄. 그리고 우리 식구들이 정상느낌을 갖기까지 적어도 2주는 걸린것 같다. 집으로 돌아 오면 어디선가 꼬리를 흔들며 뛰어나와 반길것 같은 느낌이 생생히 들었다. 실지로 날라~ 하고 소리쳐 보기도 했고.
정말로 구석에 숨어있다 장난하자고 뛰어 나올것 같은 느낌이 든것도 한두번이 아니다. 동물도 없어지니 이런 느낌인데 사람이 없어지면 어떤 느낌일까… 생각도 해 보았다. 그래서 절실히 배운 교훈 한가지… 알려 주고자 한다. “살아 있을떄 잘 해!” 옳은 말이다! 진리다!
이 글은 읽는 나의 친구들이여…
여러분들도 Gap 이 있을때 잘 하시기 바랍니다.. ㅋㅋㅋ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