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회사를 다니며 대담한 이직을 하는 친구들을 보아 왔다.
에전 IBM 다닐때 우리 부서에서 잘 나가던 개발자로 있던 1.5세 한국인 친구가 어느날 갑자기 직장 생활을 관두고 law
school 에 간다고 했을때 놀란적이 있었는데, 결국 수년이 지난 후 그의 결정이 잘된 결정이라는걸 알게 되었다.
변호사 시험에 합격하고 큰 law firm 에 다니다가 개인 firm 을 개업했는데 지금 LA 에서 짱짱~ 잘 나가는 변호사중의 하나다.
좋은 직장 (그때만 해도 IBM 은 평생직장이고 모두들 들어 가고 싶어하는 최고 회사 였다) 때려칠때 (?) 우리는 저 친구 괜한 짓 하네 하며 측은하게 생각했었는데.. 그의 담대한 결정이 그의 인생에 큰 positive 한 변화가 된 것이다.
또 한 친구는 내가 온라인 게임회사에 같이 근무하던 유능한 프로젝트 메니져였는데, 어느날 회사에 사표를 내고 부동산 브로커가 되었다. 특이한 것은 그때가 부동산 경기가 최악의 침체상태에 있었던 시기였기에 잘 나가는 회사의 좋은 연봉과 미래를 버리고 왜 저러나 싶었는데, 몇년후 들어 보니 맹 활약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얼마전 지금 회사에서 한 친구를 만났다.
분야는 조금 다르지만 VP 급 미국인 아저씨다. 나이가 제법 들어 보이는데 (오늘에서야 나보다 어리다는것을 알았지만.. 짜식~) 슬금슬금 일하면서 리타이어 준비를 하는 사람같이 보였다.
그런데 어찌 저찌 들으니 예전에 CU
Boulder 에서 음대교수였다고 한다.
아니 음대교수가 소프트웨어 회사엔 왠일로?
조금 흥미로왔지만 실무적으로 별 관계가 없었기에 피차간에 소가 닭 쳐다보듯 지냈었는데, 며칠전 갑자기 점심을 같이 먹자며 email 로 invite 가 왔다. 직급이 (나보다) 높으니 차마 (?) 거절 할 수는 없고 OK 한다음 무슨 얘기를 하려나 궁금했는데, 어제 점심때 같이 나가 점심을 먹는데... 일단 업무 얘기는 하지말고 음악 얘기를 하잖다.
아~ 음악 얘기… ㅎㅎㅎ
나에 대해 무엇을 얼마만큼 들었는지는 모르지만 굳이 끄집어 내자면 음악이라는 공통 분모를 나에게서 발견했다는 얘기다.
이 친구 진짜 천재다.
대학은 명문 Eastman 을 나왔고 바순/피아노 복수 전공이다. 디지털 음악으로 박사학위를 땃다. 거기다가 색소폰/피아노/바이얼린은 10살때 부터 불고 연주해온 전문 재즈 뮤지션이다.
대학에선 작곡, 편곡 그리고 디지철 음악을 가르쳤고, 자기 밴드가 있어서 요즘도 주말엔 덴버 다운타운 클럽에서 클라식 혹은 재즈 연주를 한다고 한다. 동시에 아직도 영화음악이나 클라식 앙상블 음악 작곡을 Commission (의뢰) 받고 작업을 해 준다.
초창기엔 MIDI
Interface 를 직접 프로그래밍까지 하였고, Pro Tool 과 Logic Pro 같은 프로듀싱 툴 전문가요 Sibelius,
Encore, Finale 를 자유 자재로 다루는 작.편곡가다.
몇가지 슬쩍 테스트 질문을 해 봤는데 진짜 실력있는 천재임에 틀림없다.
옛말에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줄 모르고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고, 그 모짜르트(?) 앞에서 음악에 관해 이것 저것 이바구를 했더니..ㅎㅎㅎ 속아 넘어 가는지 (?) 아니면 실지로 내말이 맞아서 그러는지 고개를 끄덕끄덕 거리며 엄지를 처억 들어 보인다.
이 친구도 수년전 자기 전공인 그리고 밥줄 (?)인 음악을 과감히 버리고 컴퓨터 industry 로 뛰어 들어 온 것이다.
도대체 이런 친구들은 어떤 강심장을 가졌길래 이런 엄청난 결정을 할 수 있게 되는지 나는 아직도 궁금하다.
나도 사실 에전에 몇번 변화의 기회가 있었다. 그런데 나는 조사, 비교, 분석, 대조, 확인및 신중 타령 (?)을 하다가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좋은 golden
opportunity 들을 다 놓쳐버리고 만것이다.
우선 전공쪽으로 보면, 한국 XX의 scout 제의를 자신이 없어 다른 친구에게 넘겨주고 (그 친구 나 대신 한국가서 성공하고 얼마전다시 미국으로 왔다), 한국 XXXXX 초청으로 한국 가서 프리센테이션까지 하고 OA 쪽 Head 자리 제의 받은 것도 겁나서 (?) 포기한 적이 있다.
다른 쪽으로도 기회가 있었다. 방송계통, 문화사역 계통 그리고 LA 대형교회의 사역간사 기회도 있었다. 켈리포니아 어바인에서 약 2년간 벤쳐할때 출석했던 Lake Forest의 초대형 미국교회의 워쉽 총책임자가 나더러 한국인 워쉽팀 만들어 볼 생각없냐는 제의도 결국 이리저리 생각해 보다 흐지부지 되었다.
이래서 진정한 리더는 담대하고 신속하고 과감한 결정력이 있는 사람들 인가 보다. 이런 능력이 모든 사람들에게 동일하게 있다면 모두들 좋은 기회를 다 잡고 다들 성공한 리더들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능력도 인력도 재력도 다 빌릴 수 있지만, 결국 결정력은 자기 몫일것이다. 중요한건 인생의 모든 변화는 바로 이 결정에 의해 좌우된다는 사실이다.
그런면에서 보면 인생을 잘 살려면 ‘결정’을 잘 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올 수 있다.
결정을 ‘빨리’ 하는게 좋은게 아니라 결정을 ‘잘’ 해야 하는것인데, 아무리 생각해 봐도 결정을 잘하는 것은 타고난 능력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러므로, 오늘부터 갑자기 큰 변화를 위한 자신도 없는 과감한 결정을 일부러 할려고 하지말고 그냥 지금까지 하던대로 그대로 하는게 좋지 않을까 하는.. 슬프고도 결론 같지 않은 결론을 내어본다. ㅎㅎㅎ
봽새가 황새 쫒다가 가랭이 찢어진다는 속담을 생각하자.
더군다나 나같이 은퇴가 얼마 남지 않은 사람들은 keeping the low
profile 하면서 큰 변화없이 이 유혹(?)의 고비를 자알 넘겨야 한다.
유혹이 하나 들어 왔기 때문이다.
하든대로.. 살살… 조용히… 살자! ㅎㅎㅎ
화이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