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에 자주 사용되는 설정중에 재벌집 아들과 가난한 집 딸과의 결혼이 있다.
어찌 어찌 둘이 황당한 상황이나 우연한 사고로 만나 어찌 어찌 사랑이 싹트고, 같은 급 (?) 여자들에게서 못 느꼈던 여자의 순수함에 남자는 빠지게 되고, 같은 급(?) 남자들에게서는 볼 수 없었던 남자의 풍요로움과 매력에여자는 매료되고 만다.
그리고는, 여자는 이루지 못할 확률이 큰데도, 나만 믿으라는 남자를 따라 남자의 집으로 끌려 가듯 가서, 결국 여자는 남자의 부모로 부터 (plus 가족들) 자존심과 모멸감에 큰 충격을 받고 (첫 대면에 어떤 재벌집 부모들이 OK 하겠는가) … 집으로 돌아 오게된다… 는 진부한 진행이다.
그래도 혹시나 하며, 이번의 어려움만 잘 거치고 참아내면 나의 인생은, 장미빛 인생이 될것이다 라는 희망으로한손을 불끈 들고 화이팅~ 외치며 독한 마음을 먹는다.
일단 스토리 전개는 여기서 그치겠다. 결론이 잘되거나 못되거나 둘 중 하나 일테니까.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우리 대부분은, 재벌집 부모들에게 손가락질을 한다.
사람이 날때부터 급이 있고 신분이 다르냐… 돈 없는 집안의 딸이면 능력도 없고 자질도 없고 자격도 없단 말이냐.. 하며 핏대를 올린다.
나도 드라마를 보며 같은 생각을 하고 같이 욕을하고 같이 핏대를 올리긴 한다. 그런데 드라마는 드라마다. 드라마 속의 여자는 그 여자가 고아원에서 살아왔던 결손가정에서 살아왔던 단칸방에서 술 주정뱅이 아빠와 파출부 엄마를 부양하며 살아왔던, 이미 그 여주인공의 이미지는 좋게 각인되어 시작되는게 … 드라마다.
최지우나 신세경이나 이민정이나 김하늘이나 한예슬이나 전지현이나 한가인이나 송혜교나 김희선이나 김태희나 (나도 참 많이 안다 ㅎㅎ) 그여자들이 단칸방에 살든 고아원 출신이든 고교중퇴든 … 재벌 집 아들과 충분히 맺어질 자격이 있게 보인다고 생각하지만, 우리는 여기서 꿈을 깨야 한다. 현실속에 그런 김태희가 단칸방에 살든가? 고아원 출신이든가? 아니면 고교 중퇴던가? 김태희는 서울대학교 의류학과 학사 출신이다. ㅎㅎㅎ
어쨋든 저렇게 마음 착하고 부모 공경 잘하고 이쁘고 날씬하고 대학도 자기 힘으로 나온 여자를 집안 내력 들먹이며 단칼에 거절하는 재벌집 부모들을 이해 할 수 없다고 우리는 생각하는데… 내 생각은 조금 … 다르다.
일단, 그러면 그 재벌집 사정은 생각해 보았는가.. 묻고 싶다. ㅎㅎㅎ 내가 신분과 계급 차이를 정당화 내지는 조장하려는건 당연히 아니다. 그런데 우리는 부자는 먼가 나뻐… 재벌은 먼가 잘 못 됐어… 라는 고정관렴에 너무나 쉽게 우리의 합리와 논리를 내어주고 있다.
끼리 끼리 라는 말이 있다. 초록은 동색… 게는 가제편이라는 말도 있다.
학교에서도 성격에 맞는, 스타일에 맞는, 취향에 맞는, 활동 분야가 맞는 친구 끼리 끼리 모인다. 그리고 잘 논다. 딴 아이하고 모이기도 하지만 왠지 잘 안 맞는다. 결국 다시 자기 취향의 친구끼리랑 어울린다. 이것을 무턱되고 나쁘다고만 할 수 는 없다.
교회에서도 마찬가지다. 편 만들지 말고 당파 만들지 말고 성도들 모두와 두루 뭉실 교제하고 잘 지내야 한다..라고 들어 왔고 가르쳐 왔다. 그래서 구역을 편성할때면 이사람 저 사람 골고루 섞어도 보고, 어린아이부터 노인네들 까지 골고루 혼합하여 구역을 만들어 잘 해 보라고도 해본다.
그런데 왜 청년들은 청년끼리 모여야 활발해 지고, 노인들은 노인끼리 모여야 그렇게 할 얘기들이 많으시고, 세탁소 리커스토어 모텔하시는 분들은 그분들끼리 모여야 재미있고, 프로페셔널들은 프로페셔널까리 모여야 대화가 되고 … 유학생과 이민학생들과 미국태생 학생들 다 섞어 놓으면 물에 물탄듯 술에 술 탄듯 왜 대화가 없고 일이 Productive 하지 않는가?
그런데 유학생들은 지네들끼리 모아 놓으면 지네들의 고민과 경험과 해결점들이 공유되고 활발하게 모임이 진행된다.
그래서 어느 목사가 먼 놈의 교회에 EM 이 있고 CM 이 있어~ 예수님이 그런 거 분리한적 있어~ 하시면서 죄다 한 예배에 모아 놓았더니 출석자가 반토막 나더라는 얘기다.. 그래서 혹시나 하고 따로 따로 모이게 했더니, 지네들이 흥이나서 더 불러 모으고 집회 끝난 다음에도 커피 마시러 가기도 하고 그냥 활활 타 오르더라는 얘기… 를 초창기 이민세대의 목사님들이 두고 두고 얘기들 한다.
이건 “차별”이 아니라 “구별” 이다. 차별하는게 아니라 구별하는거다.
차별은 근본적인 자질과 신분을 존중하지 않는 행위이지만, 구별은 자질과 신분에 따라 효과적인 결과를 위한 최선의 옵션 선택을 하는 것이다.
다시 재벌 얘기다.
회사에선 신입사원도 뽑고 경력사원도 뽑는다. 사람들은 신입사원 채용의 목적을 다 안다. 그러면 왜 경력사원을 뽑는가??
경력사원은 기본적인 업무기능에 대한 재 훈련과 경험쌓는 시간과 노력없이도 채용되자마자 원활하게 그 직무를 수행할 수 있는 그 “경력” 이 있기 때문에, 돈이 몇배 더 들어도 경력사원을 채용하는 것이다.
재벌들은… 아니 꼭 재벌이 아니더라도 어릴적부터 일반인들과 비교될 수 없는 재력과 배경을 타고 나서그렇게산 사람들은 그들 나름대로의 생활 운영의 틀과 기준과 방식이, 우리가 좋아하든 싫어하든, 있게 마련이다.
그래서 그들의 세계로 들어 오는 며느리나 사위들이, 소위 말하는, ‘신입’ 배필이 아니라 ‘경력’ 배필이 되기를 원한다. 신입을 데려다가 처음부터 훈련시키고 키우고 인내하고 어느정도 궤도에 오르기까지 인내할 시간과 여건이 없다는 것이다 아니 싫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그들이 왜 인내하고 그 신입을 받아들이고 기다려야 하는지 명쾌한 답을 우리는 쉽게 말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사람을 돈과 배경으로 판단하면 안되죠… 사랑한다는데 그것을 인정 해 주고 축복 해 주어야죠… 차별하면 안되죠… 이렇게 말하는게 그 명쾌한 답을 행한 첫 걸음 일 수 도 있다.
그런데 그들은 대답한다.
돈과 배경만 반드시 생각하는게 아닙니다. 사랑만 한다고 이세상 남녀가 무조건 다 맺어 지는것도 아닙니다. 그러면 길거리에서 순간적으로 불 붙으면 그 자체가 결혼해야 하는 이유가 되는것입니까? 집안과 배경도 안보고 본인에 대한 검증도 없이 사랑만 하면 무조건 당신은 당신 아들 딸 들 결혼 다 OK 할겁니까? 그리고 차별이 아니라 구별입니다. 우린 우리 상황에 맞는 배우자를 구별하는것입니다. 우린 우리 사업과 가통을 지키고 번창시켜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우린 우리 상황에 가장 잘 어울리는 배우자를 구별하여 선택하자는 것입니다… 라고 대답 한다면 어떻게 카운터 펀치를 먹이실 겁니까?
그리고 자문 해 보자.
가난하고 배경과 생활 스타일이 전혀 맞지 않는데도, 분명히 결혼승락 자체도 문제이지만 만일 결혼 한 후에도문제점이 수두룩 할것이라는걸 아는데도, 굳세어라 금순이처럼 밀어 부치려는 그 이유는 무엇인가?
만일 상대가 역시 가난하고 별 볼일 없는 집 아들인데도 그렇게 적극적으로 모든 것을 인내하려는 동일한 마음을 먹고 있다면 그 여자는 분명 … 괜찮은 여자… 라고 말 할 수 도있을것이다.
그런데 지금 유황불과 돌맹이가 날아 오는 그 전쟁터를 정말 순교할 각오로 들어 가려는게… 과연 사랑이라는 이유 하나이기 떄문일까… 를 자문 해 보면… 글세 아마도그 누구도 그렇다고.. 확실한 대답은 못 하지 않을까….생각이 든다.
내가 Overtime 을 해도 금전적 benefit 이 있기 떄문에 기쁘게 자발적으로 할 수 있다. 세상에 오버타임 incentive 도 없는데 기쁘게 흥얼 거리며 오버타임 할 사람 정말 있는가?
솔찍히 모든걸 감수하고 재벌집 아들과 결혼 하려는데 그 이유 중 하나가, 이겨내면 인생보장이라고 솔찍히 얘기를 한다 해도 나는 과히 나쁘게 생각은 안 한다. 사람 Plus benefit 이 나쁜것 만은 아니지 않는가.
그러나 꼭 그런 환경에 들어 가고 싶다… 라는 그 생각은 사실 자신의 ‘욕망’에 기인된걸 수도 있다. 그 정도 열정이라면 그 어느 남자 (가난하든 무능하든) 를 만나든 … 잘 살 수 있다는게.. 평등한 이론이다. 주위를 둘러 보면 그런 남자들 많이 있을것이다.
그렇게 같은 수준의 남자 여자끼리 쓸데없이 에너지와 환상적 소모를 하지 않고 처음부터 같은 시각으로 축복속에 미래의 꿈에 공통 focus 를 하는게, 더 현명하고 현실적 이지 않을까 나는 생각한다.
사실은 이번 12월에 우리 큰 아들이 장가를 간다. 상대도 고만고만 비슷한 학력과 직업이다. 미국서 태어난 것도 비슷하고 프로페셔널 분야도 (변호사/경영 컨설팅) 같은 비지니스 분야고, 부모들도 우리와 고만 고만 비슷하게 사시는것 같다.
만일 우리 아들이 세계 부호집 딸과 결혼 한다면 ㅎㅎㅎ 나는 지금처럼 마음이 편하진 않을것이다.
우리 아들이 유명한 여배우와 결혼한다 하면 내마음은 더더욱 편하지 않을 것이다.
그저 그저 비슷한 배경과 스타일이 편하고 좋다.
Don’t you think so,
par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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