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
— 번개의 중심에서
비가 내리기 시작하기 전, 철수는 이상하게도 오래 묻어두었던 기억 하나가 천천히 떠오르고 있음을 느꼈다. 아버지가 장로였던 집. 그 깊은 밤마다 들리던 성경 읽는 소리. 가장 어둡던 새벽마다 들리던 기도 소리.
고등학생이던 그는 그 소리가 마치 집 안을 휘감는 거대하고 차가운 파도처럼 느껴져 유독 숨이 막혔다. 아버지는 갑자기 돌아가셨다. 그날 이후, 그 파도는 아예 사라졌고 남은 건 진공처럼 텅 빈 집뿐이었다.
철수는 혼자였다. 겉으로 보기에 그는 영적 리더십이 뛰어난 대학부 회장이었고, 성경공부반에서 늘 중심에 서 있던 인물이었다. 그러나 그의 내면은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반항하기 시작했다.
교회를 밀어냈고, ‘믿음’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가슴 한복판이 막히는 것 같았다. 어머니는 그런 그를 붙잡으려 했다. 그러나 병석은 깊어졌고, 결국 철수가 대학을 졸업하던 해, 그마저도 세상을 떠나버렸다.
장례식장에서 사람들이 위로의 말을 건넸지만 철수는 끝내 울지 못했다. 그의 머릿속에 선명했던 것은 오직 하나였다.
‘이제 난 정말 혼자구나.’
그 외로움, 그 자포자기 속에서 그는 오히려 더 매달렸다. 아버지가 죽은 이후, 어머니는 그분이 일구어 놓으셨던 사업을 그런대로 원만하게 운영하셨다. 철수는 그 사업도 정리하고 오직 공부에, 컴퓨터 프로그래밍에. 미래 신기술에, 지독하리만큼 계획적인 미래에, 전적으로 매달렸다.
그래서 그는 MIT에서 박사 학위를 마쳤고, 한국으로 돌아와 국방 기술 분야에서 주목받는 드림텍랩의 최고기술경영자, CTO가 되었다.
사람들 앞에서는 ‘성공한 기업가’였다. 그러나 밤이 되면 벽에 기대 혼자 컵라면을 먹는 자신의 모습이 그의 진짜 현실이었다.
교회? 하나님?
그런 건 어느 지점 이후 철수의 인생에서 서서히 지워져 있었다. 딱 하나 예외라면… 철수는 “정동일”이라는 이름만큼은 지울 수 없었다. 중학교 시절부터의 단짝… 그리고 지금은 목사가 된 친구. 그 둘이 오늘 밤, 서울의 어느 호텔에서 우연히 만난 것이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철수는 신기술 오픈 베타의 마지막 기자 간담회를 마치고, 동일은 영성 세미나를 마치고, 같은 호텔 지하 주차장으로 향하는 엘리베이터 앞에서였다. 거의 한 달을 전화 통화로만 이어오다 아무 계획 없이 다시 만난 순간이었다.
고속도로 위의 공기는 유난히 묵직했다. 와이퍼가 빗줄기를 힘겹게 밀어내며 앞유리를 쓸고 지나갈 때마다, 사라졌다가 다시 생기는 흰 선들이 헤드라이트 불빛에 일렁였다. 운전대를 잡은 김철수는 한 손으로 스티어링을 잡고, 다른 손으로 콘솔에 올려둔 작은 검은색 기기를 한 번 더 눌러보았다.
손바닥만 한 크기의 프로토타입 기기. 아직 세상에 단 한 대뿐인, 자기 작품. 철수는 그것을 SIMON이라고 불렀다.
박사학위를 마치고, 미국 유학이 거의 끝나 갈 무렵, 철수는 약 6개월 가량 MIT가 위치한 케임브리지 인근에 있는 IBM 리서치 랩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한 적이 있다.
그 때 세계 최초의 스마트폰 프로토타입이 IBM 내부 CE사용 목적으로 개발 되었는데
철수는 그 기기의 Unit Test 프로젝트 Team Leader로 일 했었고, IBM은 그 기기를 “Simon”이라고 명명했다.
“아직도 그거 만지고 노냐?”
조수석에 앉은 정동일이 헛기침을 하며 웃었다.
“야, 고등학교 때도 맨날 뭐 뜯어고치고 놀더니만, 이제는 나라 지키는 장난감 만지고 노냐?”
“장난감이라니...” 철수가 코웃음을 쳤다.
“이거 제대로 되면 한국 방위 체계가 아예 다른 레벨로 가는 거야.
위성 없이도, 적이 어디 숨든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대상을 찾고.”
그는 잠시 말을 멈췄다.
“버튼 하나면 타깃을 인공위성 레이저로 제거할 수 있는…
미라클 유닛. 사이몬.”
그는 말을 멈추고, 검은 기기의 화면을 한 번 쓰다듬었다.
파란색 LED가 살짝 깜빡였다.
“그래, 너답다. 세상을 수식으로, 지도 위 좌표로 보는 남자.”
동일이 창밖의 어두운 하늘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그런데 … 나는 아직도 설교 제목 하나 정하지 못해 끙끙대는 형편없는
개척교회 목사… ! ”
“형편없긴 누가 그래?” 철수가 힐끗 쳐다보았다.
“목사도 스타트업이야. 초기에는 늘 힘든 법이야. 투자자도 없이, 성도도 없이. 그래서 나는 목사직을 벤쳐 사업가로 비교하지”
“그게 위로냐?”
둘 다 동시에 웃음을 터트렸다. 웃음 사이로 빗소리가 조금 부드럽게 들렸다.
둘은 속마음까지 허심탄회하게 털어놓고 공유하는 사이다. 동일은 세 번의 개척교회를 시작했지만 늘 빠른 성장을 요구하는 교인들과 갈등 속에 있었다. 아내도 그를 응원했지만 요즘은 눈에 띄게 지쳐 있었다.
얼마 전, 대전 외곽의 작은 교회에서 장인어른 박 장로를 통해 담임목사 청빙이 들어왔지만
동일은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한 상태였다.
철수 역시 직장에 대한 갈등이 심하다. 능력이 뛰어난 철수이었기에 화려한 사회적 스폿라이트와 직장과 가정의 워라벨 밸런스 사이에서 어떤 Life 를 택할지 고민이 심한게 사실이었다.
회사에서는 그의 능력이 곧 회사의 얼굴이기를 요구했고, 정치적·군사적 압박은 점점 노골적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즈음 IBM에서 Job Offer가 들어왔고, 아내는 미국으로 돌아가 조용히 살자고 말했다. 그러나 의견은 좁혀지지 않았고, 결국 그들은 반년 전부터 별거에 들어갔다.
잠시 정적이 흘렀다. 계기판의 초록빛, 내비게이션 화면에 찍힌 ‘대전까지 98km, 현 위치 천안삼거리 휴계소’라는 Notice, 그리고 길게 이어진 빨간 브레이크등의 줄기들이 묵묵히 흘러갔다.
“그래도 신기하다.” 동일이 창문에 머리를 기대며 말했다.
“우리 이렇게 즉흥적으로 결정해서… 지금 같이 고속도로 달리는 거, 고등학교 수학여행 이후 처음 아니냐?”
“그러게.” 철수가 미소를 지었다.
“그땐 버스였고, 지금은 내가 운전하고 있지.”
“그땐 너, 내 옆자리에서 자다 침 흘렸지.”
“증거 있냐?”
“내 교복에 얼룩 남았었다니까.”
둘의 대화는 아무 의미 없는 농담에서 시작해, 어느새 조금씩 깊어졌다.
“솔직히 말해 봐라.” 동일이 입을 열었다.
“너 요즘… 행복하냐?”
철수는 조용히 숨을 들이켰다가 내쉬었다. 와이퍼가 다시 한 번 유리를 쓸고 지나갔다.
“행복…이라.”
그가 중얼거렸다.
“가정 지키기에 실패한 자라는 사실만 제외하면… 프로젝트는 잘 나간다. 국방부 장관도 관심 있고, 국 내외 투자도 들어오고. 근데… 가끔은 내가 ‘무서운 거’를 만들고 있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해서, 미국으로 다시 들어갈까도 생각하고 있어.”
“무기 개발하는 신기술이니까?”
“응. 물론 ‘억제력’이란 이름으로 포장하지.
근데 좌표 하나 찍고 잘못 누루면, 그건 그냥… 사람이 사라지는 지점이 되는 거잖아.”
“어쨋든.. 레이저 프로젝트 부분은 아직 개발 단계지만 니가 성공시킨 위치 추적 기술은
외계인을 고문해서 얻어낸 기술이라는 말이 돌 정도니까 하하하”
조수석에서 동일이 그를 쳐다보며 웃었다.
그 눈에는 목회자의 눈빛보다 어릴 적 친구의 걱정이 먼저 비쳤다.
“너라서, 뭔가 다를 거라 믿고 싶다.”
동일이 낮게 말했다.
“넌, 살상용 기술 개발을 의도한 건 아니잖아.”
철수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득였다.
고속도로 옆을 스쳐가는 가로등 불빛이 얼굴 반쪽에 그림자를 드리웠다.
“너는?”
이번엔 철수가 물었다.
“목회… 할만 해?”
동일이 피식 웃었다.
“좋을 때도 있고. 근데… 설교 준비 다 해놓고, 주일 아침에 예배당 들어갔는데
성도 다섯 명 앉아 있으면… 인간적으로 좀 그렇다.”
“다섯 명도 사람이다. 그 다섯이 열 명 되고, 스무 명 되고.”
“그렇게 되려면, 목사가 먼저 담대하고 믿음이 강해야 하는데…
어쩔 때는 나 자신도 내가 전하는 걸 믿고 있나, 의심될 때가 있어.”
동일의 옆모습을 보는 철수의 마음이 무겁다.
“목회만 하는 나와는 달리… 아내는 현실과 부딫쳐야 하는 사람이니… 나에게는
말 못하는 현실적 어려움이 항상있지.”
“먹고 사는 … 문제…”
“그렇지! 그 문제에 자신이 없으니… 애도 못 가지고… 아니 못 가지는게 아니라 못 생기는거지…
그래서 얼마전 장인어른을 통해 친구장로가 시무하는 마침 공석인 교회 담임목사로 나를 초청하게 된건데… 자신도 없고… 이 모든게 혼동 상태인 셈이지.”
조용한 고백이 차 안에 내려앉았다. 잠시, 두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대신 빗방울과 와이퍼, 타이어가 물을 가르는 소리만이 고속도로를 채웠다.
“야.”
동일이 갑자기 말했다.
“우리, 진짜 지금 대전 가는 거 맞지?”
갑자기 만나 저녁을 먹다가, 대전에 가서 우리가 다녔던 고등학교를 한번 볼까…
라는 철수의 즉흥 제의에 즉흥 응답을 한 동일이 물은 것이다.
“내가 지금 어디로 달리고 있는 것 같냐?”
“그러니까… 정말 그때, 고등학교 운동장도 가보고… 학교 앞 떡볶이 집은 없어졌겠지?”
“없어졌을 거다. 대신 프랜차이즈 카페 같은 거 생겼겠지.”
“그래도 가보자.
지금은 목사고
CTO지만, 한 때 우리는 그냥… 대전… 한밭의 반항아들…
보문산 산자락에 우뚝 섰던 …고3이었잖냐.”
철수가 갑자기 자세를 고쳐 잡으며 노래를 시작한다.
“보문산 산 자락에~ 이슬 내리고~”
“하하하~ 아직도 기억하는구나… 우리 교가!”
동일도 따라서 손을 흔들며 크게 노래를 한다.
철수가 웃으며 깜빡이를 켰다.
“알았어. 오늘은 추억 여행이다.”
그때였다.
고속도로가 큰 커브를 그리며 오른쪽으로 휘어지는 순간, 헤드라이트가 비를 갈라낸 그 짧은 틈 사이로 도로 바깥 가드레일 너머, ‘어둠보다 더 짙은 어둠’이 서 있는 것이 보였다.
사람도 아니고, 물체도 아니었다. 형체는 분명히 있었지만, 설명하려는 순간마다 눈앞에서 형태가 흐려졌다. 마치 비와 함께 생겼다가, 비와 함께 사라지는 , 그러나 사라질 때조차, 무엇인가를 남기는 존재.
“야… 방금…”
동일이 숨을 들이켰다.
“봤냐?”
철수가 반사적으로 거울을 보려다 말았다.
“뭘?”
“시커먼… 뭐가…”
동일이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다. 비가 너무 와서…”
그 순간, 콘솔 위 SIMON이 스스로 한 번 깜빡이며 빨간 LED가 불규칙하게 떨렸다.
철수는 무심코 화면을 확인했다. 짧게, 아주 짧게, 알 수 없는 노이즈 문장이 튀었다.
‘SYNC
LOST… / NOISE SPIKE… / TARGET…’
철수는 인상을 찌푸렸다.
“이상하네.”
“뭐가?”
“사이몬이… 잡음을 먹었어. 이런 적 없는데.”
동일은 창밖을 다시 봤다. 하지만 커브 바깥은 비뿐이었다. 그런데도 동일의 목 안쪽에는 설명하기 어려운 서늘함이 남아 있었다. 계기판이 밤 10시 20분을 가르키고 있었다.
그리고 그 다음 순간. 하늘이, 이상하게 뒤틀렸다.
단순히 번개 한 번 번쩍인 것이 아니었다. 우퍼 스피커처럼 공기가 울렁였고, 대기가 ‘찌-익’ 하고 찢어지는 소리가 났다.
“어?”
철수가 무의식적으로 속도를 줄이려는 순간, 앞 유리가 새하얀 빛으로 가득 덮혔다.
쿵—!!!
번개가, 마치 그들을 노려 맞춘 것처럼 차 위를 정통으로 강타했다. 귀가 먹먹해지고, 모든 소리가 멀어졌다. 핸들이 손에서 미끄러지는 느낌, 몸이 공중에 뜨는 느낌,
그리고… 그 흰빛 속에서, 철수는 아주 잠깐 ‘무언가’가 자신을 향해 웃는 것 같은 착각을 느꼈다.
정확히는 웃음이 아니라, “너희는 여기서 끝이다”라는 확신 같은 느낌…
그리고… 완전한 어둠.
철수가 눈을 떴을 때, 가장 먼저 느낀 것은 흙냄새였다.
비포장 흙길, 마른 먼지, 그리고 햇볕에 데워진 돌과 풀의 냄새.
“철수야… 철수야!”
어딘가에서 동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철수가 몸을 일으키자, 눈앞에는 고속도로의 아스팔트도, 가로등도, 가드레일도 없었다.
대신, 낮선 구불구불한 산길, 바위, 황토색 흙길 위에 기이하게 놓여 있는 한 대의 승용차.
그리고 그 옆에 나란히 떨어져 있는 세 가지 물건이 눈에 들어온다.
하나는, 철수가 항상 들고 다니던 SIMON 프로토타입. 하나는, 동일이 늘 성경책을 넣고 다니던 가방. 그리고 마지막 하나는 …
본 적 없는, 어디서 나왔는지 모르는 오래된 양피지로 덮혀있는 정체불명의 이상한 불빛이 번져나는 책 한 권이었다.
철수와 동일이 차문을 열고 밖으로 나온다.
“여기가… 어디지?”
주위를 살핀다.
“이게… 뭐야.”
퍼져 나오는 불빛에 호기심을 느낀 철수가 숨을 몰아쉬며 중얼거렸다.
동일이 떨리는 손으로 그 책을 집어 들었다.
표지는 마치 가죽처럼 거칠고, 가운데에는 낯선 문양이 음각되어 있었다.
“뭐야? ”
철수가 옆으로 다가오자 동일은 책을 펼쳤다.
첫 장은 낡은 필체의 글씨로 가득 차 있었다.
알 수 없는 언어 같았지만, 중간중간 눈에 익은 숫자와 표기들이 보였다.
첫장 중간에
번져나오는 듯한 불빛 사이로 보이는 글자들.
“시간의 나그네가 된 것을 환영합니다.
지금부터 표시되는 정보와 지시를 잘 따라 주시기 바랍니다.”
철수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시간의 나그네라고? 뭐 우리가 진짜 시간여행이라도 한다는 말인가?”
그때, 동일이
맞은 쪽 페이지에 서서히 드러나는 메시지를 응시한다
‘B.C. 2,041 / 창 22 / 모리아’
동일의 눈이 커졌다.
“B.C. 2,041…”
철수가 묻는다.
“기원 전 2,041년 이라고? 오래전 시간을 얘기하는 거야… 아님 지금이 그렇다는 얘기야?”
동일이 철수의 말을 못 들은 듯 중얼거린다.
“창 22… 모리아?”
그는 급히 가방에서 자신의 성경을 꺼내 같은 장을 펼쳤다.
“철수야.”
그의 목소리가 낮게 떨렸다.
“웃기는 얘기겠지만… B.C. 2,041이면 아브라함 시대인데,
여기가… 설마 …아브라함… 이삭 번제 사건 그 모리아 산은 아니겠지?”
동일이 익살스럽게 웃었다. 그 순간, 철수의 손에 들린 SIMON기기가 갑자기 푸른 빛을 내며 켜졌다.
‘위성 연결 시도…위성 신호 없음… 수퍼AI 모드…’
‘좌표 계산… 완료.’
그 다음 화면에 떠오른 지도는 철수가 아는 그 어떤 세계지도와도 달랐다.
그리고 이어서SIMON이 주위 환경과 대기성분을 분석하여 제시하는 현 연도 역시
B.C. 2,000년대를 가르키고 있었다.
그들이 보는 주위에는… 도로가 없었다. 고속도로도, 도시도, 인공 구조물도 없었다.
대신, 구불구불한 산, 계곡, 낯선 지형 선들이 얽혀 있는 고대의 땅이 펼쳐져 있었다.
철수가 SIMON의 수퍼 AI 모드를 누루고 ‘Analyze’ 버튼을 누룬다. 그러자 화면 오른쪽 상단에 Location 정보가 떴다.
CURRENT LOCATION: MORIAH / ISRAEL
“장난하냐…”
철수가 숨을 삼켰다.
동일은 책을 다시 내려다보았다.
두 번째 장의 여백 한 구석에 서서히 나타나는… 글이 보였다.
“시간과 공간을 넘나드는 자여,
그대에게 허락된 것은 역사의 결과를 바꾸는 권한이 아니라,
그 과정 속에 숨겨진 하나님의 손길을 돕는 영광이다.”
동일은 철수를 올려다보았다.
철수도 그를 바라보았다.
“이거…”
동일이 먼저 입을 열었다.
“혹시 우리가… 영화속에 나오듯이… 진짜… 성경 역사속으로 들어간거냐.”
철수는 말없이 SIMON 기기 화면과 주변 풍경을 번갈아 보았다. 그리고 아주 천천히, 그러나 또렷하게 말했다.
“그렇다면… 우리가 있는 이곳은 모리아 산이겠네.”
바로 그때, 책의 페이지 사이에서 은은한 빛이 피어올랐다.
바람이 거꾸로 부는 것처럼 주변 공기가 뒤틀렸고, 발밑의 땅이 사라지는 기분과 함께
둘은 다시 한 번 빛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