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공유

Page Title 다양한 주제로 자유롭게 유익한 정보와 좋은 글 좋은 생각들을 나누는 코너입니다.
제목시간의 나그네들 2 — 모리아 산: 칼의 그림자와 나그네들2025-12-27 10:17
작성자 Level 10

CHAPTER 2 — 모리아 : 칼의 그림자와 나그네들

바람은 건조했고, 공기는 이른 새벽의 냉기를 머금고 있었다.
먼지 냄새와 냄새가 뒤섞인 산등성이 . 처음 눈에 들어온 것은 동그랗게 타오르는 이른 아침의 . 아직 낮지도, 완전히 것도 아닌 태양은 아래 금빛 안개를 천천히 밀어올리며 세상을 밝히고 있었다.

철수가 주변을 둘러봤다. 머리 위엔 바위 언덕, 발밑엔 거칠게 갈라진 흙길,
그리고 고속도로에서 보았던 차는 마치 이질적인 물체처럼 산비탈에 걸쳐 있었다.

여기가대체 어디야.”
철수는 SIMON 프로토타입을 다시 본다. 푸른 빛이 켜졌고, 화면에는 기묘한 고대식 지도가 그대로 나타났다.


COORDINATE: MORIAH.

동일은 잔뜩 긴장한 얼굴로 펼쳐진 성경을 살핀다. 창세기 22장에 펴진 성경 구절이 바람에 살짝 흔들렸다.

철수야여기가혹시 진짜 모리아 근처가 아닐까?”
말도 .”
철수는 입으로는 부정하면서도 눈은 이미 현실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때였다. 멀리서, 아주 천천히, 줄기 인파가 산길을 지나가고 있었다.
먼지와 안개가 엷게 깔린 가운데, 사람이 보였다. 앞서 걷는 늙은 남자, 그리고 그의 옆으로 나무짐을 소년.

소년이 말했다.
아버지, 번제할 어린 양은 어디 있나요?”
신기하다. 말이 분명 이방인 말인데도 한국말 듣는 처럼 그냥 이해가 된다

늙은 남자는 잠시 대답을 멈추고, 하늘을 바라보았다.
하나님께서 친히 준비하실 것이다 아들아.”

음성은 너무나 잔잔했고, 그러나 너무나 무거웠다.

동일의 눈이 커졌다.
사람들설마…”

철수의 입에서 숨이 멈췄다.
아브라함그리고 이삭…?”

둘은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았다. 말도 되는 상황. 현실이라고 믿기 어려운 풍경.
그러나 지금 그들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은 명백하게 성경의 장면이었다.

아브라함 일행은 산등성이를 따라 천천히 올라갔다. 철수와 동일은 일정 거리를 두고 따라갔다.
감히 가까이 가지 못하고 있었다.

동일은 숨을 삼켰다.
저분진짜 아브라함인가 철수야, 우리가 지금 성경 속에 있는 맞지…?”
아직 확신할 수는 없지만…”

철수는 SIMON 화면을 보여주었다.
화면 상단의 표시는 여전히 깜빡이고 있었다.


TARGET: MORIAH / GEN 22.

“…
확률은 99% 넘는다.”

동일은 한참 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마치 주저앉을 듯한 표정이었다.
이삭이진짜번제에 올라가는 날이잖아…”

철수는 동일의 어깨를 붙잡았다.
일단 주위 상황을 관찰하고, 과연 여기가 우리 시대인지 아니면 진짜 황당하게
우리가 시간여행을 하고 있는지 부터 확인 해야돼

동일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표정엔 이미 공포에 가까운 긴장감이 서려 있었다.

순간, 철수의 SIMON 화면 한쪽이 아주 잠깐 일그러졌다. 고대 지도의 선들이 흔들렸고, 푸른 LED 짧게 떨렸다. 마치 누군가가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신호를 건드린 것처럼.

‘NOISE… / WHISPER MODE…’

철수가 눈살을 찌푸렸다.
지금뭐지?”
동일도 본능적으로 주변을 둘러봤다. 산등성이 어디에도 사람은 없었다.
그런데도 공기 어딘가에, 설명할 없는목소리의 잔향 남아 있었다.
말이 아니라생각을 긁는 듯한 기분.

그리고 바로 그때. 바람 사이로 날카로운 휘파람 소리가 들렸다. 철수가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아래 비탈길. 먼지폭풍을 일으키며 여러 명의 거친 무리들이 말을 타고 올라오고 있었다.

저거뭐야?”
동일이 몸을 굳혔다.

철수가 SIMON 들여다봤다. 열화상에 가까운 붉은 점들이 빠르게 이동 .
4
, 아니 5. 바람 속으로 울림을 남기며 고함치는 소리.

산적이다.”
철수가 이를 악물었다.
아브라함을 노리는 건가?”

!”
동일이 소리쳤다.
사건에 산적이 있었다는 기록은 없어!
이건 잘못되면이삭이 번제에 도달하기도 전에 죽어버릴 수도 있어!”

결과는 바꾸면 되지만, 결과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이 무너지는 역사를 망가뜨리는 일이었다. 철수가 벌떡 일어섰다.

가보자!”
둘은 산길을 미끄러지듯 뛰었다.

그들이 달려 내려가기 직전, 산등성이 반대편 바위 . 원래는 그냥 기회를 노리다 포기했을 산적 무리의 시선이 이상하게 한곳에 고정되어 있었다.

대장 격인 사내는 아브라함과 이삭을 멀리서 보고 실망감에  침을 삼켰다.
늙은 놈과 애송이 하나  봇짐도 하나 밖에 없네건들일 가치가 없군.”

그는 스스로를 설득하듯 중얼거렸고, 부하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원래라면 거기서 끝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순간, 바위 그림자 속에서검은 무엇 대장의 가까이 스치듯 지나갔다.
형체는 없었다. 하지만 대장의 눈동자가 잠깐, 자기 것이 아닌 빛으로 번뜩였다.

늙은이는 보물을 숨겨 들고 다닌다.”
누가 말한 것도 아닌데, 문장이 머릿속에 박혔다.

지금 놓치면, 너는 평생 가난한 산적이다.”
애까지 데려가면 값이 된다.”

대장은 순간 등골이 서늘해졌다. 서늘함이 탐욕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탐욕은 결심이 되었다.

간다!”
대장이 낮게 말했다.
지금 아니면 기회 없다.”

부하들 하나가 멈칫했다.
대장, 쟤네들 건들여 봤자 나올게 별로 없을 같은데요?”

대장은 날카롭게 쏘아붙였다.
다물고 따라와!

대장의 말이 밖으로 나온 순간, 그의 안쪽 어딘가에서  아주 낮은, 만족스러운 웃음 같은 것이 잠깐 울렸다.

아브라함과 이삭은 자신들을 향해 달려오는 산적 무리를 아직 보지 못한 상태였다. 아브라함은 다음 골짜기 구간을 넘기만 하면 번제 장소가 있는 정상에 닿을 것이라 생각하며 조심스럽게 걸음을 내딛었다.

그때.
아버지!”
이삭이 놀란 목소리로 뒤를 가리켰다.

말발굽 소리가 전체를 울렸다. 아브라함이 몸을 돌리자 다섯 명의 산적들이 창과 검을 들고 달려오고 있었다.

짐을 내놓고, 아이도 데리고 가겠다!”
아브라함의 눈이 크게 흔들렸다.
그는 본능적으로 이삭을 감싸며 뒤로 밀었다. 때는 자기가 훈련시킨 가신 318명을 데리고 조카 롯을 포획해 그돌라오멜 연합군을 물리치고 조카를 구해낸 용맹스러운 아브라함이 아니던가?

바로 순간.
이쪽이다!!!”

누군가가 산적들 뒤쪽에서 소리쳤다. 뭔가 번쩍하는 강한 빛이 깜박거렸다.
철수가 SIMON LED 모듈을 최대로 키웠다. 낯선 기계적 경보음과 흰색 점멸이 전체를 울렸다.

뭐야 이게?!”
산적들이 불빛에 놀라 위에서 휘청거렸다.

철수는 다시 LED 모듈을 반짝이며 앞으로 나갔다. 동일은 옆에서 돌을 들어 정확한 위치로 던져 산적 명의 발을 맞추었다.

!
말이 놀라며 뒷발질을 했다. 산적 명이 그대로 구르면서 비명을 질렀다.

철수가 외쳤다.
그만하라! 오면 죽을 알아라!”

말은 분명 허세였다. 하지만 그의 목소리는 확신에 기계음처럼 울렸다.

산적 우두머리가 이를 갈았다.
저건악마의 불이다…!”

말이 나오는 순간, 대장 스스로도 잠깐 멈칫했다. ‘악마라는 단어는 시대 산적이 쉽게 꺼낼 말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마치 누군가가 그의 혀끝에 말을 얹어준 것처럼, 말이 너무 자연스럽게 튀어나왔다.

그들은 서로 얼굴을 보며 뒤로 물러섰다. 철수는 SIMON 장치를 돌려 하이피치 경보음을 높였다.
낯선, 세상 사람이 수도 들을 수도 없는 소리였다.

그러나 짐승들은 하이 피치음을 들을 있다. 두마리의 말이 소리에 몸부림을 치듯 솟구치자 2명이 말에서 떨어졌고, 나머지는 겁에 질려 달아나기 시작했다.

불과 10여초. 짧은 시간 안에 전세가 뒤집혔다. 산적 무리는 아래로 흩어지고 있었다.

동일은 돌을 내려놓으며 숨을 크게 몰아쉬었다. 철수는 손에 SIMON 떨림을 느끼며
자신도 방금 얼마나 무모했는지 갑자기 실감했다.

그리고 조용히 뒤를 돌았다. 이삭은 손으로 입을 가린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브라함은 깊은 주름진 눈을 가늘게 뜨며 낯선 나그네를 묵묵히 바라보고 있었다.

당신들은…”
아브라함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어디서 자들이오?”

철수는 답을 없었다. 동일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대신, 동일이 고개를 숙이며 생각없이 말했다.
우리는여호와께서 보내신나그네들입니다.”

아브라함의 표정이 멈췄다. 그의 눈빛이 변했다. 경계에서 놀람으로, 그리고 놀람이 천천히 깊은 감사로 바뀌었다.

여호와께서정말로사람을 보내셨구나.”

그는 사람에게 다가와 손을 잡아주었다. 그의 거친 손을 통해 믿음의 아버지의 인생이 느껴져왔다.

은혜로다참으로 은혜로다.”

이삭도 머뭇거리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진짜로죽는 알았어요.”

동일은 이삭의 머리를 살짝 쓰다듬었다.
이삭당신은정말 하나님께 사랑받는 사람이예요.”

순간, 동일은 자신의 말에 스스로 놀랐다. 지금 자신의 아래 있는 아이는 뒤이은 세대, 그리고 메시아 계보의 중요한 줄기였다. 그는 아무 말도 없었다.

철수가 헛기침을 했다.
저희는이제 가야 합니다. 아브라함당신의 여정이 무사히 끝나길 바랍니다.”

아브라함은 고개를 끄덕였다.
여호와께서 당신들과 함께하시길.”

옆에서 아까부터 주저하던 동일이 아브라함에게 묻는다.
아브라함! 순종으로 따르게 만드는 믿음이란무엇입니까?”

아브라함이 주저없이 말한다.
믿음이란나의 마음을 버리고 하나님의 마음속으로 들어가는 것입니다

그것이 무엇인지 알지도 않고 들어 있나요 아브라함?”
안다면 믿을 필요가 없겠지요. 아는 것은 아는 것이니까. 모르기에 믿는 것입니다

그말에 잠시 혼동이 철수와 동일은 조용히 고개를 숙이고 뒤로 물러났다.

발걸음을 옮기며 동일이 철수에게 속삭였다.
철수야아까 우리가 도운 맞는 행동이었을까?”

철수는 길게 숨을 내쉬었다.
모르겠다. 근데 가지는 확실해.”
뭔데?”

아이이삭이 죽으면 되잖아. 그렇지?”
동일은 아무 말도 없었다.

그리고 사람은 조금 떨어진 곳에서 아브라함과 이삭이 다시 산을 오르는 모습을 조용히 바라보았다. 그들의 발걸음은 무겁지만 확고했다.

철수는 SIMON 들여다보았다. 숫양의 위치가 열화상처럼 찍혔다. 정상 근처, 울창한 수풀 사이에 있는 작은 하나.

동일아.”
?”
숫양이미 준비되어 있다.”
그래여호아 이레~ 은혜지!”

동일은 눈을 감았다. 그리고 천천히 기도했다.
그럼우리의 역할은 여기까지다.”

둘은 다가가지 않고 벌어질 일을 조용히 바라보았다. 칼이 들려지고, 이삭이 번제단 위에 눕혀지고, 아브라함의 손이 떨리는 멈칫하는 순간,  하늘에서 울린 천사의 음성.
아브라함아! 아브라함아!”

그리고 바로 그때.  숫양이 철수가 계산해둔 지점으로 뛰어들었고, 수풀에 뿔이 정확히 얽혔다.

아브라함이 고개를 돌렸고, 그의 눈에 숫양이 들어왔다. 세상 전체가 멈춰 있는 같았다.

동일은 눈물을 훔쳤다. 철수도 말없이 고개를 숙였다.

그들은 변하지 않는 역사의 복판에서 자신들이 남긴 작은 자국이 어쩌면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손길을 돕는 도구였음을 회심처럼 깨닫고 있었다.

아브라함과 이삭이 하신하는 장면은 아까와는 전혀 달랐다. 아브라함은 뒷짐을 지고 주위 경치를 그제서야 바라보는듯 발걸음을 넓게 디디고 있었다. 뒤를 경쾌하게 따라가는 이삭.

그와 나그네들의 눈이 마주쳤다. 징긋~ 하며 미소와 함께 이삭이 철수와 동일에게 윙크를 한다.

나에게 무슨 질문을 하고 싶은지 알아요.
그래요 어린애가 아니예요.
모리아산으로 떠날 부터 모든 것을 알았어요.
그렇지만 아버지 아브라함을 너무나 알죠.
나는 아버지를 전적으로 신뢰합니다.
더군다나 하나님의 계획이시라면 더더욱 제가 계획의
일부분이 것에 감사할 따름이죠.”

그들이 아래로 멀어질수록, 철수는 이유 없이 등골이 서늘해지는 것을 느꼈다.
마치 누군가가, 멀어지는 길목에서 다음엔 크게 흔들어 주겠다 속삭이는 듯했다.

그러나 뒤를 돌아봐도,  그저 바람뿐이었다.

그들이 아래로 멀어지면서주변 공기가 다시 흔들렸다. 정체불명의 책이 스스로 열리며 새로운 페이지가 빛을 냈다.


NEXT COORDINATE: EXODUS / RED SEA.

철수가 숨을 삼켰다.
홍해…?!”
동일이 철수를 바라보았다.
철수야우리 이동하나 보다.”

빛이 사람을 뒤덮었다. 정상에서 들리던 아브라함의 감사기도가 서서히 멀어져 갔다.
그리고 사람은 다음 시대의 속으로 사라졌다.

 

 


댓글
자동등록방지
(자동등록방지 숫자를 입력해 주세요)